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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한국 근대의 감춰진 위선을 고발 이 소설은 다섯 살 짱아의 눈에 비친 1960년대 식모살이하는 봉순이 언니의 삶을 세세히 묘사한다. 봉순이 언니와 짱아의 관계를 중심으로 가족사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더 나아가 1960년대 한국 근대의 가족사의 편린도 그려내고 있다. '봉순이 언니'를 통해 근대화에 낙오된 불행한 인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근대 속에서 인간의 위선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제대로 묘사한다.근대화와 가난봉순이 언니는 짱아네 집에서 살면서 집안일하는 식모였다. 짱아만이 봉순이 언니를 식모가 아닌 가족처럼 생각하고 따랐다. 짱아의 어머니는 불쌍한 봉순이 언니를 데려다 잘해주지만 가족으로 대하진 않았고 짱아의 아버지, 언니, 오빠들도 그랬다. '봉순이 언니'는 짱아가 이런 현실을 깨달아 가.. 2025. 3. 11.
무한도전 미안하디 미안하다송: 웃음으로 승화된 실수 전국민적 관심을 받은 무한도전 음식특집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방송이었지만 논란도 많은 방송이었다. 처음부터 길이 음식을 가지고 장난친다고 시청자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았다.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한국 문화에서 충분히 가능한 비난거리였다. 어쩌면 이런 비난은 모든 분야에 도전하면서 웃음을 끌어내야만 하는 무한도전이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었다. 음식이라곤 해본 적 거의 없는 사람이 배우면서 하는 실수는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 길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성실한 일등 요리사로 거듭났다.  두 번째 바통을 넘겨받은 이는 바로 정준하였다. 나중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 비난은 첫 번째와 비교할 수 없는 큰 물결이었다. 정준하는 그동안 수많은 입방아에 오른 전력이 있어서 이번 광풍이 더 크게 불었다. 정준하는 개수.. 2025. 3. 11.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와 남미 민중 학회 일정으로 멕시코시티에 다녀온 후 남미에 관한 영화가 자꾸 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영화로 '프리다 칼로'나 '체 게바라'를 다룬 것들이 있었다. 그중에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가 생각나서 DVD를 빌려두었다가 마침내 짬을 내서 봤다. 내가 아는 '체 게바라'는 티셔츠의 아이콘이나 쿠바 혁명을 주도한 혁명가라는 단편적인 지식뿐이었다. 이 영화는 체 게바라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 되었다. 체 게바라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관람 후 그가 왜 혁명가가 되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미국의 사회주의 혁명가 존 리드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레즈'와 다른 느낌이다. 레즈처럼 열정적 드라마는 여기엔 없다. 그저 담담한 여행 다큐멘터리와 비슷하다. 중앙역의 감독인 월터.. 2025. 3. 11.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중년의 사랑과 매력 예전에 영화를 평가할 때는 감독 위주로 보았지만, 요즘은 배우가 더 눈에 들어온다. 연출이나 시나리오만 좋으면 영화는 당연히 좋은 작품이 될 거라 생각하던 젊은 시절의 치기 때문이었다. 물론 연출이나 대본도 중요하지만, 배우가 연기로 형상화하지 못한다면 영화는 형편없는 삼류로 전락할 수 있다. 그 반대로 연기가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도 있다.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더스틴 호프만(하비)과 엠마 톰슨(케이트) 두 배우의 불같은 연기만 보더라도 아깝지 않은 영화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중년의 사랑 이야기를 두 배우의 연기로 잔잔하게 감정선을 드러낸 수작이다. 아마도 "비포 선라이즈"을 중년 배우로 찍으면 이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노년에 가까운 남자가 공항 술집에서 40대 후반의 여자에게 말을.. 2025. 3. 11.
매드맨의 마지막 장면, 코카콜라 광고의 의미 화제작 미드 매드맨(Mad Men) 시리즈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한국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미드지만, 60년대 미국 광고 산업 종사자들의 삶을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다룬 수작이라서 이 글로 소개합니다. 매드맨은 2007년 케이블 채널 AMC 네트위크에서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시즌 7까지 92 에피소드로 제작되어서 무려 16개의 에미상과 5개의 골든글로브를 수상했습니다. 미드 소프라노로 유명한 매튜 와이너가 야심 있게 기획한 1960년대 광고계를 다룬 시대극 드라마입니다. 존 햄이 연기한 주인공 돈 드레이퍼(Don Draper)는 광고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 성공을 연이어 이루며 승승장구합니다. 그의 삶은 복잡한 문제로 가득 찬 난장판입니다. 가난한 창녀촌에서 자란 딕 윗만은 자신의 지긋지긋.. 2025. 3. 11.
한국 현대 단편소설 추천 20편 오랜만에 한국 단편소설이 너무 읽고 싶어져서 도서관에서 단편 모음집을 빌렸습니다. 가람기획이라는 출판사가 평론가 53명에게 설문하여 현대 단편소설 20편을 묶어서 책으로 완성했습니다. 기왕에 설문하는 김에 100명을 채워서 했으면 어땠을까? 왜 53명일까요? 그 이유를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아서 아쉽네요. 이 책에서 설명한 선정 기준에 따르면, 우선 평론가 20명에게 1차 목록으로 100편 정도 뽑았습니다. 그 목록을 다시 평론가 53명에게 돌려서 설문했습니다. 하지만 평론가 1명이 몇 편까지 뽑을 수 있는지 등 자세한 절차는 드러나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일 이런 목록을 뽑는 책임자였다면 아마도 1차 목록까지만 평론가들이 뽑고 나머지는 독자들을 상대로 설문을 돌렸을 것입니다. 그러면 대중 독자들의 의.. 2025.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