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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모노폴리가 경계하는 독점의 역사 영화 '쥬만지'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임에는 보상과 처벌이라는 양면이 있는데, 왜 쥬만지에는 처벌만 있을까?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미지의 동물이 튀어나와 게임하는 사람을 괴롭힌다. 재미도 없고 고통만 있는 게임을 왜 해야 하는 걸까? 물론 영화는 가족애를 살리기 위해서 그런 희생이 필요했다고 마지막에 강변한다. 미국에서 이런 보드게임은 가족들이 모이는 추수감사절이나 연말을 겨냥해서 대대적으로 광고한다. 가족과 보드게임을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고 '쥬만지'가 다시 확인해 줬다. 보드게임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모노폴리'다. 모노폴리도 쥬만지처럼 독점의 고통을 기초로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모노폴리는 1935년에 만들어져 7억 5천만 개 넘게 팔려.. 2025. 2. 14.
왜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체할 수 없는가 아주 오래전에 대학교 친구랑 전자책에 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서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할 거라고 믿었고, 나는 전자책도 어느 정도 유행은 하겠지만 결코 종이책을 대체하지 못할 거라 말했다. 지금도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책을 만지고 낙서하고 그럴 수 있는 감각을 전자책으로 누리지 못한다. 기술이 그 격차를 줄여주긴 하겠지만 현실화가 그리 쉽겠는가? 최근에 전자책의 상용화에 관한 얘기가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얼마 전 소니에서 전자책 리더라는 걸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보더스 서점에 갔더니 전시해놓고 있어서 잠시 구경했었다. 책도 80여 권 들어가고 글자도 선명하게 보였다.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게 되지만, 난 아직 종이책의 매력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그냥.. 2025. 2. 14.
2006년 한국영화계 성장과 주요 작품 소개 2007년 1월 1일에 영화진흥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63.8%를 기록했다. 2006년에 개봉한 한국영화가 118편으로 영화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한국 영화의 양적 성장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로 인해서 마냥 낙관하기는 힘들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한 해였다. 2006년에 개봉한 화제작들을 몰아서 봤다. '괴물'을 비롯하여 '왕의 남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천하장사 마돈나', '구타유발자들', '청연', '해변의 여인', '짝패', '라디오 스타', '형사'를 차례차례 봤다. 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흥행작 위주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 가운데 몇 편에 관한 인상평을 남긴다.  '괴물'은 너무 많은 한국 사회의 괴물과 싸우고 있다. '천.. 2025. 2. 13.
미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인기 상승 터너 클래식이라는 미국 케이블 채널에서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심지어 90년대 고전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같은 영화도 보여준다. 이 채널의 장점이 광고가 전혀 없다는 거다. 미국에서 방송을 보며 제일 짜증나는 게 십 분마다 끼어드는 광고 때문에 프로그램에 집중이 잘 안 되는데, 터너 클래식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일종에 해방감까지 느낀다. 처음에는 이 채널이 광고도 없이 어떻게 재원을 모으나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프로그램을 CD나 DVD로 만들어 파는 걸로 충당하는 거였다. 이 채널로 영화를 보니 대충 미국 영화사가 정리된다. 최근에 제작된 킹콩의 1933년 원작 영화도 보고, '러브 어페어'의 원작도 감상했다. 며칠 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해줘서 좀 의외였다. '미야자키 .. 2025. 2. 13.
이웃집 토토로: 어른의 성장과 잃어버린 가치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는 단순히 어린아이의 꿈과 희망만 담겨 있지는 않다.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본 어린 시절의 추억도 담겨 있다. 어린아이와 어른이 어우러진 공간에 대한 짧은 기행이다. 따라서 토토로가 보여주는 세계는 현대 일본의 도시를 벗어나 있다. 현대를 떠나 시간에 역행하는 시골의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토토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토토로가 사는 마을은 이미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마을의 이야기이지만, 그 생활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라지고 있는 가치들에 대한 예우이며, 현대에 다시 그것들을 불러들이는 주문과 같다. 작은 마을에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토토로를 중심으로 부활한다. 그 부활의 중심에는 어린 두 소녀가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들은 그만큼 사회의 주류와는 .. 2025. 2. 13.
인생은 운의 연속이라는 영화 매치 포인트 영화 '매치 포인트'의 첫 장면은 영화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테니스 코트를 오가던 공이 네트에 걸려서 위로 살짝 튕겨 올라가서 멈춰버린다. 공이 어느 코트로 떨어지는지 보여주지 않은 채, 삶은 우연의 연속이라는 의미를 던져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나중에 영화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허공에 멈춘 공은 주인공의 운명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가 기대한 건 우디 앨런 감독 영화의 대표적 정서인 수다스러운 뉴요커 코미디였지만, 이번 영화는 지독한 블랙 코미디였다. 운명의 힘에 이끌린 인간의 이야기는 우디 앨런 자신의 인생과 겹쳐진다. 35살의 나이 차이와 한국입양아와 유대인 뉴요커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자신의 사랑도 운명적 만남이다. 그리고 뉴욕을 배경으로 기획했던 '매치 포인트'가.. 2025.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