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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운의 연속이라는 영화 매치 포인트 영화 '매치 포인트'의 첫 장면은 영화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테니스 코트를 오가던 공이 네트에 걸려서 위로 살짝 튕겨 올라가서 멈춰버린다. 공이 어느 코트로 떨어지는지 보여주지 않은 채, 삶은 우연의 연속이라는 의미를 던져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나중에 영화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허공에 멈춘 공은 주인공의 운명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가 기대한 건 우디 앨런 감독 영화의 대표적 정서인 수다스러운 뉴요커 코미디였지만, 이번 영화는 지독한 블랙 코미디였다. 운명의 힘에 이끌린 인간의 이야기는 우디 앨런 자신의 인생과 겹쳐진다. 35살의 나이 차이와 한국입양아와 유대인 뉴요커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자신의 사랑도 운명적 만남이다. 그리고 뉴욕을 배경으로 기획했던 '매치 포인트'가.. 2025. 2. 13.
영화 '아이스 스톰'이 해석한 미국 중산층 가족의 위선 영화 '아이스 스톰 (1997)'은 전혀 회복할 수 없어 보이는 가족의 화해를 다룬 이야기이다. 영화의 도입부와 결말은 폴(Tobey Maguire)이 뉴욕에서 근교의 집으로 돌아오는 열차 장면으로 겹친다. 한차례 아이스 스톰이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다. 마침내 정전으로 전 도시의 활동이 멈춘다. 정적을 뚫고 얼음을 지치며 기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폴이 마주한 가족은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연상시킨다. 아버지는 마침내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회복 불가능한 관계들이 영화에 산재해 있다. 벤(Kevin Kline)과 엘레나(Joan Allen)의 부부 관계도 이미 파탄이 난 상태이고, 벤은 자식들과도 전혀 소통할 수 없다. 벤과 바람을 피우는 이웃집 부인인 제이.. 2025. 2. 13.
영화 차이나타운 (1974) 해석: 감춰진 권력을 파헤치기 영화 '차이나타운(1974)'는 다양한 권력관계가 서로 다투는 이야기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댐 건설을 둘러싼 이권 세력의 다툼이다. 수자원의 소유주였던 크로스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방해 세력인 멀웨이를 살해한다. 이것은 사건의 발단이었다. 루 형사 반장은 예전의 동료였던 사설탐정 키티스를 수사권으로 압박한다. 백인 미국인 주인은 하인 중국인을 괴롭힌다. 키티스는 비서인 엘리스를 마음대로 대한다. 이들의 지배 관계와 그 식민성을 떠나서 차이나타운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이 지배와 종속을 둘러싼 갈등 속에 폭력과 히스테리가 발생한다. 댐에서 물이 방류되는 것은 이들 세력의 싸움을 의미하며, 동시에 지배 세력의 권력이 세고 있는 것을 암시한다. 이 영화는 구조적으로 지배권의 승리로 돌아가며 비.. 2025. 2. 13.
콜 포터의 음악과 인생: 영화 '드 러블리'의 매력 영화 '드 러블리'는 영화 자체보다는 대중가수들의 공연을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엘비스 코스텔로, 다이애나 크롤, 로비 윌리엄스, 셔릴 크로, 알라니스 모리셋, 나탈리 콜 등이 잔뜩 나온다. 그들의 노래와 공연을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꼭 봐야하는 영화가 아닌가. 스타 가수를 몰아서 볼 수 있는 영화는 흔하지 않다. 간간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들을 찾는 재미에 빠져서 스토리를 놓치기도 했지만, 공연을 듣는 것만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많은 가수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알라니스 모리셋이었는데, 뮤지컬 춤까지 멋들어지게 추고 'Let's Do it (Let's Fall in Love)'라는 노래를 아주 맛깔스럽게 잘 불러줬다. 영화 '드 러블리'는 게.. 2025. 2. 13.
인용이 미국에서 중요한 이유 미국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토론할 때 가장 많이 취하는 동작이 있다. 말하는 중간에 양손을 들어서 양쪽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두 번 꼬부리는 것이다. 처음에 난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몰라서 쳐다보기만 했다. 그 손동작은 문장기호 따옴표("")를 형상화한 거라고 들었다. 가끔 그런 손동작 대신에 인용하거나, 강조하는 말 앞에 'quote, unquote'라고 붙이기도 한다. 인용부호가 일상의 대화에도 쓰이는 걸 보고, 문화적 차이라는 걸 느꼈다. 뉴욕타임스나 기타 지역신문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코너가 오늘의 인용문이다. 신문들은 그날의 기억할 만한 사건이나 말 가운데 추려서 보여준다. 가끔 명언이나 충고도 있지만, 위선적인 정치인들의 말도 그대로 인용된다. 미국의 독특한 인용의 문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2025. 2. 11.
금지곡이 되는 이유? 1970년대 중반에 대마초 파동과 더불어 박정희 정권이 대대적인 대중가요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었다. 1975년 6월 29일 '주간 중앙'에 금지곡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창법 저속과 퇴폐성을 이유로 금지곡 43개나 선정했는데 그 이유가 참 재밌다. 예술심의윤리위원회에서 선정한 곡들 가운데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가사 내용이 불신감을 조장하고 창법이 저속하다는 이유가 달려있다. 이 노래를 듣고 서로를 못믿는 사태가 발발하기라도 했나? 페티 김의 '무정한 밤배'는 일본색 농도짙고 가사가 저속하다는 이유로 금지를 당했다. '아메리칸 마도로스'는 가사가 저속하고 주체성 없고, '꽃 한송이'는 가사와 곡이 비탄조고, '인생은 주막'은 가사 창법이 저속하고 허무감 조장이라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노래할 수 없었다. .. 2025.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