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3 소설 그 남자네 집: 박완서의 기억을 담다 아파트와 땅 집장소를 통해서 과거를 기억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박완서는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을 통해 1950년대 한국 전쟁 후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주고 그 기억을 거의 완벽하게 복원해 준다. 남루한 기와집이 닥지닥지 붙어서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집인지 분간하기 힘든 골목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파트로 바뀌어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된 동네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과거의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소설의 첫 부분은 아파트와 '땅 집'에 대한 비교로 시작한다. '땅 집'과 아파트는 각각 과거와 현재의 초상이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편리와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땅 집'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소리가 자주 들리겠나. 박완서의 '땅 집' 예찬은.. 2025. 2. 22. 팩트와 한국어: 언어의 정체성 문제 한국사회의 지식인들은 외래어를 문화 자본으로 철저하게 활용한다. 그중에 가장 만연하게 사용되는 용어는 단연 영어이고, 지식인들은 영어를 일상어 수준으로 쓰면서 자신을 차별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지식인들은 자신이 습득한 외래어를 지식 자본으로 쓴다. 마치 신종 유행어를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경쟁에 나선 지식의 전도사들처럼. 외래어의 수용을 전면 거부할 필요는 없지만, 거기에 해당하는 한국어가 있음에도 굳이 외래어를 쓰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최근에 눈에 띄게 늘어난 외래어가 '팩트'이다. 이는 '사실', '근거' 같은 한국말로 충분히 바꿔 쓸 수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더니 정말 가관이다.그러나 17일 조선, 중앙, 동아 3개 신문에 모두 실린 ‘종부세 급매물이 쏟아진다’라는 기사는 그동안 보수언론.. 2025. 2. 20.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실패자들의 가족 이야기 이 영화는 가족애를 다루고 있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모여 있는 실패자들의 집합소에 가깝다. 가족이라서 서로를 이해하기 애쓴다기보다는 비슷한 실패자들이 느끼는 연대감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그들과 함께 한 700마일 장거리 자동차여행의 일상을 잘 그리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타고 가는 폭스바겐 밴은 거의 폐차 직전이다. 마치 이들의 인생처럼.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실패자들을 다룬 작품들과 달리 이들을 구질구질하게 그리지 않는다. 무모할 정도로 낙천적 기질이 이 집안의 내력이다. 이 집구석의 가장인 리처드(그렉 키니어)는 성공학 강의를 하고 돌아다니지만, 정작 성공학을 다룬 자신의 책도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 리처드는 실패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목록까지 꿰고 있다.. 2025. 2. 20. 미국 가정 요리의 아이콘: 레이첼 레이 푸드 네트워크 방송국에서 스타 요리사들의 전기를 방송해 줘서 열심히 보고 있다. 지금까지 마리오 바탈리, 샌드라 리, 레이첼 레이, 타일러 플로렌스, 폴라 딘, 지아다 드 로렌티스의 방송을 봤다. 아직 못 본 요리사들도 있지만, 어지간한 스타들의 생애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요리사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과정인가. 이들에게 공통된 특징은 창의성이었다. 자신이 배운 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요리법이나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힘이 이들을 스타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레이첼 레이는 미국 가정요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이첼이 만드는 '30분 요리'는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30분에 요리할 수 있는 조리법은 바쁜 엄마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였다. TV디너나 냉동식품에 .. 2025. 2. 20. 보드리야르와 포스트 모더니즘의 유산 가상현실에 관한 이론의 장을 펼친 장 보드리야르의 죽음은 가상현실이 아니었다. 포스트 모더니즘을 대중적으로 알린 스타 사상가이기도 했던 보드리야르는 2007년 3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타계했다. 그의 사상은 대중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으로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 3부작이 그의 사상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워쇼스키 형제가 영화에 보드리야르를 출연시키려고 했었지만, 보드리야르가 거부했다. 그는 나중에 영화 매트릭스가 자신이 말한 가상현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90년대 초반 한국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열풍이 불었을 때, 그의 인기도 하늘로 치솟았다. 보드리야르는 그의 대표작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에서 '모사된 실재'가 '실재'를 대체하는 현대 사회를 설명하였다. 현실보다 더욱 실제처.. 2025. 2. 20. 미국 서점 문화의 변화와 책 시장 미국의 서점 문화나 책 시장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인터넷이나 게임 같은 다른 즐길 거리가 늘어나서인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 같은 토크쇼 진행자들이 북클럽을 만들어서 시청자들에게 독서를 권하기도 한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된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로비를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전들만 뽑았지만, 요즘은 최근에 발간된 책까지 포함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논픽션 부문에 선정된 작가의 글이 허위라고 밝혀졌다. 오프라 윈프리가 어떤 기준으로 책을 뽑는지 궁금하긴 하다. 그녀의 개인적 취향일까 아니면 어디서 자문을 구하는 걸까? 미국의 책 시장은 크게 하드커버(장정판)와 페이퍼백(보급판)으로 나눠진다. .. 2025. 2. 20.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