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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실패자들의 가족 이야기 이 영화는 가족애를 다루고 있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모여 있는 실패자들의 집합소에 가깝다. 가족이라서 서로를 이해하기 애쓴다기보다는 비슷한 실패자들이 느끼는 연대감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그들과 함께 한 700마일 장거리 자동차여행의 일상을 잘 그리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타고 가는 폭스바겐 밴은 거의 폐차 직전이다. 마치 이들의 인생처럼.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실패자들을 다룬 작품들과 달리 이들을 구질구질하게 그리지 않는다. 무모할 정도로 낙천적 기질이 이 집안의 내력이다. 이 집구석의 가장인 리처드(그렉 키니어)는 성공학 강의를 하고 돌아다니지만, 정작 성공학을 다룬 자신의 책도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 리처드는 실패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목록까지 꿰고 있다.. 2025. 2. 20.
미국 가정 요리의 아이콘: 레이첼 레이 푸드 네트워크 방송국에서 스타 요리사들의 전기를 방송해 줘서 열심히 보고 있다. 지금까지 마리오 바탈리, 샌드라 리, 레이첼 레이, 타일러 플로렌스, 폴라 딘, 지아다 드 로렌티스의 방송을 봤다. 아직 못 본 요리사들도 있지만, 어지간한 스타들의 생애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요리사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과정인가. 이들에게 공통된 특징은 창의성이었다. 자신이 배운 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요리법이나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힘이 이들을 스타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레이첼 레이는 미국 가정요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이첼이 만드는 '30분 요리'는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30분에 요리할 수 있는 조리법은 바쁜 엄마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였다. TV디너나 냉동식품에 .. 2025. 2. 20.
보드리야르와 포스트 모더니즘의 유산 가상현실에 관한 이론의 장을 펼친 장 보드리야르의 죽음은 가상현실이 아니었다. 포스트 모더니즘을 대중적으로 알린 스타 사상가이기도 했던 보드리야르는 2007년 3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타계했다. 그의 사상은 대중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으로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 3부작이 그의 사상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워쇼스키 형제가 영화에 보드리야르를 출연시키려고 했었지만, 보드리야르가 거부했다. 그는 나중에 영화 매트릭스가 자신이 말한 가상현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90년대 초반 한국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열풍이 불었을 때, 그의 인기도 하늘로 치솟았다. 보드리야르는 그의 대표작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에서 '모사된 실재'가 '실재'를 대체하는 현대 사회를 설명하였다. 현실보다 더욱 실제처.. 2025. 2. 20.
미국 서점 문화의 변화와 책 시장 미국의 서점 문화나 책 시장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인터넷이나 게임 같은 다른 즐길 거리가 늘어나서인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 같은 토크쇼 진행자들이 북클럽을 만들어서 시청자들에게 독서를 권하기도 한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된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로비를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전들만 뽑았지만, 요즘은 최근에 발간된 책까지 포함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논픽션 부문에 선정된 작가의 글이 허위라고 밝혀졌다. 오프라 윈프리가 어떤 기준으로 책을 뽑는지 궁금하긴 하다. 그녀의 개인적 취향일까 아니면 어디서 자문을 구하는 걸까? 미국의 책 시장은 크게 하드커버(장정판)와 페이퍼백(보급판)으로 나눠진다. .. 2025. 2. 20.
킹덤 오브 헤븐: 역사적 배경과 영화적 해석 '킹덤 오브 헤븐'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종교적 논쟁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비교적 안전한 영화다. 십자군 전쟁의 비극을 극단적 기독교도와 극단적 이슬람교도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종교적 교리의 차이는 이 영화에서 주제로 삼고 있는 것과 거리가 멀다. 이 영화는 대장장이 출신 발리안(올랜도 블룸)이 예루살렘에서 겪게 되는 전쟁과 사랑을 다룬 역사물이다. 1차 전쟁이 시작된 1096년부터 십자군 전쟁은 대략 200년간 지속했다. 영화는 1184년 무렵 볼드윈 4세 왕이 예루살렘을 통치하던 시기를 다룬다. 발리안이 살라딘과 전쟁에서 패한 후, 그에게 예루살렘은 어떤 의미인지 물어본다. 살라딘은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다고 말했지만, 다시 돌아서서 모든 것이라며 웃는다. 역사적으로 복잡한 예루살렘의 이야기만.. 2025. 2. 20.
대지의 노래: 구스타프 말러의 감성을 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태껏 봤던 공연 가운데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케스트라, 성악가 그리고 청중의 삼박자가 잘 들어맞는 조화로운 작품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새벽 세시까지도 아내와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느라 잠 못 들었다. 한동안 이런 흥분상태가 쉽게 가라앉지 못할 거다. 올해로 20회에 접어든 '콜로라도 말러 축제'는 볼더라는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다. 하지만, 2005년 9월 빈에 본부를 둔 국제 구스타프 말러 학회로부터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이루어 저명한 바리톤, 토마스 햄슨을 초청할 수 있었다. 햄슨 자신도 바로 이 단체로부터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나도 이 지역에 4년 동안 살았지만 한 번도 .. 2025.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