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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브라질 - 소비와 감시 사회의 경고 공상과학 영화의 고전 중에 언젠가 한 번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작품이다. 영화 '브라질'을 보고 난 후에도 이해되지 않는 것도 많았고 모호하게 떠오는 이미지가 상당했다. 어쩌면 이건 애매하고 모호하게 이해되어야 할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마음이 차분해지고 '브라질'에 대해 가졌던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있었다. 테리 길리엄 감독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브라질'은 공상과학 영화의 고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미래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고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강하게 느껴진다. 비록 암울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사회이지만, '브라질'은 현대사회의 부조리, 불합리에 기초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영국에 한정되지 않고 현재 한.. 2025. 4. 7.
미국 쇼핑몰의 역사와 문화 미국 쇼핑몰에 처음으로 들어갔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환하게 비치는 조명 아래 반짝이는 대리석을 밟으며 화려하게 전시된 상품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자동차 경적 같은 거리의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 분위기 있는 배경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별천지 같았다. 다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거대한 놀이동산에 비교할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가 가지런히 모여있는 하나의 세상처럼 느껴졌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쇼핑몰은 언제나 쾌적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사람들을 초대한다. 쇼핑몰 안에 있는 거리는 언제나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고, 도시의 악취 대신에 고소한 팝콘 향이 풍기고 있다. 예쁘게 전시된 쇼윈도의 물건은 마치 .. 2025. 4. 7.
미국 신문 산업의 위기와 디지털 전략 인터넷 미디어가 무섭게 성장하는 것에 반해서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의 매체가 쇠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종이 신문은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생존 자체가 위험한 매체로 분류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어느 때보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강하게 작용해서 신문의 운명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미국 신문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미국 일간지 신문의 수는 1,331개로 1940년보다 약 30% 감소하면서 547개의 신문사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하락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으며, 신문의 죽음을 선언하는 사람들도 나올 정도로 암울한 상황에 부닥쳤다. 덴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사 '로키 마운틴 뉴스'는 2008년에 문을 닫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시카고 .. 2025. 3. 30.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무한 경쟁의 실상 넷플릭스에 방송한 수많은 한국 드라마 중에 왜 하필이면 이 작품이 이토록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을까? 생존게임은 ‘배틀 로얄’이나 ‘헝거 게임’으로 이미 접했으니 친숙한 주제이다. 자본주의 사회비판도 ‘기생충’에 봤으니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 글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한국 시청자를 포함해서 미국인과 세계인이 즐기는 드라마가 될 수 있었는지를 살펴 본다. 시청자를 감화시킬 수 있었던 코드는 무엇인지 자세히 분석한다. 지극히 한국적인 게임이 어떻게 세계 속의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극심한 빈부격차와 경쟁의식이 낳은 사회적 낙오자 캐릭터는 한국 고유의 창작은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통받는 보편적인 캐릭터라서 세계적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갈등과 반전이 반복되는 긴박한 구성.. 2025. 3. 25.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메트의 '헨젤과 그레텔'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두 번째 메트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이번에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40분 전에 영화관에 도착해서 운 좋게도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역시 상영시간이 임박하자 앞 좌석 구석만 남았다. 아이들을 위한 오페라여서 이번에는 아이들을 데려온 사람들이 많아서 평균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 전 세계 600개 이상의 영화관도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메트의 카메라는 미래에 관객이 될지 모를 아이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잡아내느라 객석 사이로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었다.동화에서 오페라로'헨젤과 그레텔'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다. 제이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은 독일 지방에 떠돌던 민담과 민요를 채록해서 책으로 묶었다. .. 2025. 3. 24.
뉴욕 메트 오페라: 극장 상영의 혁신 오랜만에 아내의 손을 잡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에서 공연하는 샤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왔다. 하지만, 우리는 뉴욕에 가는 대신 일반영화를 상영하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위성 HD 중계방송을 통해 뉴욕에 있는 관객들과 같은 시간에 이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뉴욕 공연이 다른 지역으로 진출한 역사적 순간이다.동네 영화관에서 뉴욕 오페라를 보다자리가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객석이 가득 차 빈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극장은 흥행작 몇 편을 제외하면 빈자리가 많은 편인데, 이날은 마치 '해리 포터' 시리즈가 한참 상영하던 시기의 극장 안을 연상시켰다. 우리는 고개를 바짝 들어서 스크린을 봐야만 하는 앞쪽 구석에 남아있는 자리.. 2025.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