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33 더 리더: 나치 영화의 윤리적 갈등을 재조명 나치의 유대인 학살 영화는 정말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봤다. 그만큼 나치 영화가 세상에 많이 나왔다. 매년 스크린에서 죽어 나간 유태인의 숫자만 해도 엄청나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끔찍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너무 오랫동안 우려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단순하게 선과 악의 구도로 학살을 반복해서 재조명하는 영화는 신물이 날 정도로 봤다. 더 리더는 나치 영화의 윤리적 갈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 영화다. 그나마 최근에 본 에드리안 브로디가 주연한 '피아니스트'처럼 단순한 선악 구도를 벗어난 나쁜 유태인, 착한 독일군이 섞여 있는 영화가 현실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서 괜찮았다. 또 유대인 학살 영화인 줄 알았는데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보다 복합적인 현.. 2025. 3. 11. 영화 스위니 토드: 고기 파이에 숨겨진 사회 풍자 팀 버튼 감독의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는 1979년 공연된 스티븐 손드하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다. 영화는 뮤지컬보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압축되었고 대신에 시각적 효과는 강조되었다. 그 결과 뮤지컬에 있었던 노래나 유머가 줄어들면서 아주 잔인하고 암울한 이야기가 되었다.B급 공포영화가 된 영국의 살인마 전설'스위니 토드'는 스티븐 손드하힘의 순수한 창작물은 아니었다. 영국에 떠돌던 스위니 토드의 전설은 다양한 문학작품으로 여러 차례 개작되었다. 그중에 크리스토퍼 본드가 1973년에 쓴 희곡은 사회풍자와 멜로드라마가 적절히 섞여 있었다. 그 희곡에 반한 스티븐 손드하힘은 뮤지컬로 창작하기로 결심했다. 풍자와 멜로드라마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 2025. 3. 11.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와 남미 민중 학회 일정으로 멕시코시티에 다녀온 후 남미에 관한 영화가 자꾸 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영화로 '프리다 칼로'나 '체 게바라'를 다룬 것들이 있었다. 그중에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가 생각나서 DVD를 빌려두었다가 마침내 짬을 내서 봤다. 내가 아는 '체 게바라'는 티셔츠의 아이콘이나 쿠바 혁명을 주도한 혁명가라는 단편적인 지식뿐이었다. 이 영화는 체 게바라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 되었다. 체 게바라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관람 후 그가 왜 혁명가가 되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미국의 사회주의 혁명가 존 리드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레즈'와 다른 느낌이다. 레즈처럼 열정적 드라마는 여기엔 없다. 그저 담담한 여행 다큐멘터리와 비슷하다. 중앙역의 감독인 월터.. 2025. 3. 11.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중년의 사랑과 매력 예전에 영화를 평가할 때는 감독 위주로 보았지만, 요즘은 배우가 더 눈에 들어온다. 연출이나 시나리오만 좋으면 영화는 당연히 좋은 작품이 될 거라 생각하던 젊은 시절의 치기 때문이었다. 물론 연출이나 대본도 중요하지만, 배우가 연기로 형상화하지 못한다면 영화는 형편없는 삼류로 전락할 수 있다. 그 반대로 연기가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도 있다.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더스틴 호프만(하비)과 엠마 톰슨(케이트) 두 배우의 불같은 연기만 보더라도 아깝지 않은 영화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중년의 사랑 이야기를 두 배우의 연기로 잔잔하게 감정선을 드러낸 수작이다. 아마도 "비포 선라이즈"을 중년 배우로 찍으면 이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노년에 가까운 남자가 공항 술집에서 40대 후반의 여자에게 말을.. 2025. 3. 11.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성공 비결 닌텐도 게임으로 너무나 유명한 슈퍼 마리오가 2023년에 애니메이션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영화 ‘마리오 브라더스’는 게임 팬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닌텐도의 스타 캐릭터인 마리오, 루이지, 피치 공주, 동키콩, 바우저가 등장합니다. 영화를 보는 건지, 게임하는 건지, 묘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 작품은 닌텐도 마리오 게임의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하는 노래와 액션을 가미해 마법을 부립니다. 이 글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뒷이야기가 있는지 쉽고 간략하게 살펴봅니다.마리오는 게임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캐릭터입니다. 9억 개 이상의 타이틀을 판매하며 아직도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는 ‘테트리스’의 5억 2천만 개와 ‘콜 오브 듀티’의 5억 개를 훌쩍 뛰어넘는 엄청.. 2025. 3. 7. 월-E: 소비주의 종말을 고함 영화 '월-E'는 전 세계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청소 로봇 월-E는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며 살아간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 등장한 '윌 스미스'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지구가 멸망하고 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쓰레기만 남아 뒹군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쓰레기를 뒤져서 쓸만한 물건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애완동물과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은 윌-E나 윌 스미스나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윌-E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고, 애완견 대신 바퀴벌레와 산다.소비 사회가 양산한 지구 쓰레기윌-E의 일상은 단순하고 지루하다. 쓸모없는 쓰레기를 모아서 압축해 블록으로 만들어 한쪽에 쌓아둔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도시의 마천루는 윌-E가 조성한 거대한 쓰레기 블록으로 조립한 건물이다. 인간이 소비하고 마구.. 2025. 2. 27.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