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6 영화 사이드웨이가 전하는 포도주와 인생의 비유 우리 부부의 모처럼 영화 관람도 제목처럼 샛길로 샜다. 집에서 나설 때는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애비에이터'를 보기로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서 '네버랜드를 찾아서'로 마음을 바꿨다. 결국, 표를 살 때는 우리 앞에서 서 있던 미국 아줌마들을 따라서 '사이드웨이(Sideways, 2004)'를 골랐다. 무슨 이유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 두 시간 동안 두 남자의 샛길을 유쾌하게 마음껏 보고 즐겼다. 그 샛길에서 우리는 예사롭지 않은 유머와 삶에 대한 아름다운 비유를 만날 수 있었다. 우선 우리를 샛길로 인도해준 앞의 두 아줌마에게 감사드린다.샛길로 빠져버린 두 사내말 그대로 두 사내는 정상적인 생활을 벗어나, 일주일 동안의 일탈에 빠진다. 포도주에.. 2025. 2. 5. 인간과 로봇이 뒤바뀐 디스토피아 우주 식민지 건설이 한창 진행되는 미래가 1982년에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이다. 미래는 무척 암울하고 비관적인 세계로 묘사되어 있다. 지구인들은 희망이 사라진 지구를 떠나 새롭게 건설된 우주로 떠나가고 있다. 어두운 하늘에는 늘 산성비가 내리고, 낡고 허름한 건물 외벽을 가득 메운 거대한 광고가 있고, 온갖 인종이 모여있는 거리는 북적거린다. 2019년 LA에는 전원적인 삶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도시의 더럽고 비인간적인 모습만 남아 있다. 컴컴한 하늘을 향해 뚫려있는 굴뚝은 폭발하며 기계음을 낸다. 한눈에 보더라도 디스토피아로 변해버린 우울한 풍경이다. 화염에 휩싸인 하늘을 나는 비행선과 불빛으로 가득 찬 건물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있다. 눈동자는 세계를 인식하는 창이면서 동시에 내면을 .. 2025. 2. 1. 현기증나는 추락의 공포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자주 현기증을 느끼는 형사 스카티 퍼거슨(제임스 스튜어트)이 사고로 경찰직을 그만두면서 우연히 겪게 되는 살인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대학 동창이자 애인이었던 미지가 있다. 미지는 스카티를 여전히 사랑하기에 그에게 도움을 준다. 미지와 스카티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전반적인 극의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다. 현기증의 근원은 영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암시적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다가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범인을 추적하던 스카티는 지붕에서 매달려 아래를 바라보다 현기증을 느낀다. 그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관을 보고 끔찍해진다. 자신도 경관처럼 아래로 떨어져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스카티가 겪고 있는 공포는 일시적.. 2025. 2. 1. 길을 통한 관계 회복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만든 영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끊어져 버린 길을 벗어나 샛길을 따라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물리적인 길의 복구 차원을 넘어서 상실된 인간관계의 회복 문제로 봐야 한다. 길의 존재 이유는 단절된 지역들을 연결하고, 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데 있다. 이 영화 속의 길은 이미 정상적 형태의 길이 아니다. 지진 발생 후에 길은 끊어지고 산사태로 묻혀서, 길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 삶의 전반적인 절망의 상황에서 새로운 삶을 복구하는 것이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사명이다. 영화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톨게이트에서 들리는 라디오의 해설을 통해서 우리는 길이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 물리적인 길이 사라져 버린 틈을 방송 매체가 메워 주고 있다. 이를 .. 2025. 2. 1. 영화 러브레터, 시간과 사랑의 교차점 이와이 슌지가 감독한 '러브레터'는 시간의 역류를 꿈꾸는 한 여인이 보내는 편지에서 사건이 발단된다. 와타나베 히로꼬는 애인의 졸업 사진 속에 적혀있는 주소를 보고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의 대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집을 지키고 있는 중학생인 후지이 이즈끼이다. 시공간상으로 놓여있는 차이를 넘어서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런 시도은 헛된 꿈이다. 꿈을 꾸듯이 편지를 쓰는 마음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다. 러브레터는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다른 표현이다. 여기에서 러브레터는 사랑하지만 전하지 못하는 짝사랑의 대상으로 향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짝사랑이라는 식지 않는 주제를 담담하게 다룬 고전이 되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러브레터는 두 개다. 첫 번째는 .. 2025. 2. 1. 아메리카의 밤, 이게 영화야? 현실이야? '아메리카의 밤(Day for Night, 1973)은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만든 실험적 영화다. 영화 제목만 보더라도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Day for Night'이란 밤 장면을 찍기 위해 낮에 카메라 렌즈에 필터를 끼워서 촬영하는 기법을 말한다. 즉, 영화적인 진실을 만들기 위해서 현실을 변형하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접하는 현실은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과장과 축약을 거친 후에 만들어진 영화적인 진실이다. 영화는 사실과 다른 허구다. 이 영화는 단순히 현실과 영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차이를 넘어서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이고, 초월을 통해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한다. 영화는 제2의 현실이라고 역설한다. 이들의 관계가 명확하게 .. 2025. 2. 1. 이전 1 ···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