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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9

월-E: 소비주의 종말을 고함 영화 '월-E'는 전 세계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청소 로봇 월-E는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며 살아간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 등장한 '윌 스미스'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지구가 멸망하고 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쓰레기만 남아 뒹군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쓰레기를 뒤져서 쓸만한 물건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애완동물과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은 윌-E나 윌 스미스나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윌-E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고, 애완견 대신 바퀴벌레와 산다.소비 사회가 양산한 지구 쓰레기윌-E의 일상은 단순하고 지루하다. 쓸모없는 쓰레기를 모아서 압축해 블록으로 만들어 한쪽에 쌓아둔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도시의 마천루는 윌-E가 조성한 거대한 쓰레기 블록으로 조립한 건물이다. 인간이 소비하고 마구.. 2025. 2. 27.
왓치맨: 슈퍼 히어로 영화의 윤리적 딜레마 왓치맨(2009)은 슈퍼 히어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논리에 도전하고 그걸 깨뜨린다. 절대악에 맞서는 선한 영웅인 슈퍼 히어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존의 슈퍼 히어로의 윤리적 갈등을 보여준다. 슈퍼 히어로의 선택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슈퍼 히어로가 품게 된 내면적 갈등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 리뷰에서 그 과정을 자세히 다룰 것이다.선과 악의 경계를 파괴함만약 슈퍼 히어로의 활약으로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이겼다면 하는 가설이 바탕이 된 이 영화는 권력과 윤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2시간 45분 동안 뼈가 부서지고 피가 솟구치는 잔혹한 영상을 보고 있자니 '왓치맨'의 초영웅은 기존의 슈퍼 히어로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어두운 영웅 .. 2025. 2. 25.
영화 아비정전: 부모와 아이의 관계 결핍 영화 아비정전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평생을 사랑을 찾아다니는 아이의 모습이 담긴 육아의 영화다. 아비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어린 시절에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해 결핍된 애정으로 평생을 고생하는 캐릭터다. 팬데믹 시대의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영화 ‘아비정전(1990)’이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겹도록 외로웠던 시절에 관한 아련한 추억 때문이었을까? 막상 보고 싶은 마음은 생겼지만, 미국에서 90년대 홍콩 영화를 어떻게 구해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지레 포기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알아봤더니 구독하는 HBO MAX에 있길래 내친김에 스트리밍 해서 아내랑 보기 시작했다. 아이가 잠든 늦은 밤, ‘아비정전’은 나의 시간을 순식간에 20대의 과거.. 2025. 2. 25.
탑건: 매버릭 - 과거 액션 영화의 화려한 부활 영화 ‘탑건: 매버릭’은 한동안 잊고 지내던 과거 액션 영웅이 멋지게 복귀하는 이야기다. AI와 특수효과로 편집한 영상이 넘치는 시대에 직접 촬영과 스턴트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 냈다. 이 영화는 과거의 방식으로 찍은 액션 영화가 아직도 영화 관객에게 먹힌다는 진리를 보여줬다. 영화관에 가본 지가 거의 3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주말에 가끔 아내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마음껏 웃고 떠들던 경험이 너무나 그리웠다. 큰마음을 먹고 극장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이제 코로나 규제도 많이 풀어졌고 확진자 숫자도 높지 않으니까. 그렇게 욕심을 내서 찾은 영화가 무려 36년 만에 만든 탑건 속편이었다. 원작 스토리도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았지만, 코로나 이전의 취미를 다시 즐길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오랜만에 .. 2025. 2. 24.
소설 그 남자네 집: 박완서의 기억을 담다 아파트와 땅 집장소를 통해서 과거를 기억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박완서는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을 통해 1950년대 한국 전쟁 후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주고 그 기억을 거의 완벽하게 복원해 준다. 남루한 기와집이 닥지닥지 붙어서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집인지 분간하기 힘든 골목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파트로 바뀌어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된 동네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과거의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소설의 첫 부분은 아파트와 '땅 집'에 대한 비교로 시작한다. '땅 집'과 아파트는 각각 과거와 현재의 초상이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편리와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땅 집'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소리가 자주 들리겠나. 박완서의 '땅 집' 예찬은.. 2025. 2. 22.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실패자들의 가족 이야기 이 영화는 가족애를 다루고 있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모여 있는 실패자들의 집합소에 가깝다. 가족이라서 서로를 이해하기 애쓴다기보다는 비슷한 실패자들이 느끼는 연대감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그들과 함께 한 700마일 장거리 자동차여행의 일상을 잘 그리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타고 가는 폭스바겐 밴은 거의 폐차 직전이다. 마치 이들의 인생처럼.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실패자들을 다룬 작품들과 달리 이들을 구질구질하게 그리지 않는다. 무모할 정도로 낙천적 기질이 이 집안의 내력이다. 이 집구석의 가장인 리처드(그렉 키니어)는 성공학 강의를 하고 돌아다니지만, 정작 성공학을 다룬 자신의 책도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 리처드는 실패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목록까지 꿰고 있다.. 2025.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