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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35

비카인드 리와인드: 향수와 현실의 교차 블루레이의 시대에 DVD도 아니고 VHS 대여점은 어쩐지 시대착오적이다. 이 영화는 VHS만 빌려주는 '비카인드 리와인드' 대여점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지나간 시대에 대한 향수에 강하게 기대고 있다. VHS만 고집하는 대여점 주인 플레쳐(대니 글로버)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가게에 어떤 영화가 있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고 손님의 신상정보도 다 외울 정도다.노스텔지어에 젖어동네 비디오 대여점도 과거의 산물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인터넷 영화, 우편 대여에 밀려 동네 비디오 가게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은 되감기 할 필요가 없는 디브이디에 열광하는 동안 플레쳐는 비디오가 영원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2006년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더는 VHS로 출시되지 않았다. 버틸 수 있는 만큼 버.. 2025. 4. 9.
호튼: 소수의 가치를 존중하는 이야기 호튼은 밀림 속에 사는 착하고 엉뚱한 코끼리다. 유난히 크고 예민한 귀를 가진 호튼은 우연히 먼지 속에서 들린 소리를 듣고 먼지 덩어리 속에 사람이 산다고 믿는다. 정글의 다른 동물은 호튼의 말을 믿지 않고 그를 이상한 동물로 몰아붙인다. 호튼과 가장 강하게 대립하는 동물은 캥거루다. 캥거루는 밀림 공동체에서 회합을 조직해서 호튼이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대중을 선동한다.소수의 가치를 존중하는 호튼의 시련'호튼'은 소수와 다수의 대립을 다룬 동화이다. 소수가 다수와 싸워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호튼은 끝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먼지 덩어리 속 사람들을 지키려고 안전한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믿음과 불신이 강하게 충돌하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2025. 4. 9.
테리 길리엄의 브라질 - 소비와 감시 사회의 경고 공상과학 영화의 고전 중에 언젠가 한 번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작품이다. 영화 '브라질'을 보고 난 후에도 이해되지 않는 것도 많았고 모호하게 떠오는 이미지가 상당했다. 어쩌면 이건 애매하고 모호하게 이해되어야 할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마음이 차분해지고 '브라질'에 대해 가졌던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있었다. 테리 길리엄 감독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브라질'은 공상과학 영화의 고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미래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고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강하게 느껴진다. 비록 암울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사회이지만, '브라질'은 현대사회의 부조리, 불합리에 기초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영국에 한정되지 않고 현재 한.. 2025. 4. 7.
마법에 걸린 사랑: 디즈니 동화와 현실의 경계 허물기 디즈니가 '마법에 걸린 사랑'을 기획했을 때만 해도 아이들 중심의 평범한 가족영화였다. 하지만 최근 디즈니 자체 조사결과에 의하면 이 영화를 본 관객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상의 어른이었다. 내가 관람한 극장에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나이든 관객들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들이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즐거워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적 관습을 살짝 비튼 패러디다.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동화의 전통적인 구조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디즈니였다. 디즈니가 만든 '백설 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은 권선징악과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대표작들이다.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2025. 3. 20.
곤도 마리에와 함께하는 스트레스 없는 정리법 봄맞이 대청소의 시간이 드디어 돌아왔다. 갖은 잡동사니부터 옷, 책, 프린트물에 이르기까지 제때 처분하지 못한 물건들이 먼지를 머금고 수북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스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러던 차에 서점 한 귀퉁이에서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곤도 마리에가 쓴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이다. 청소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흥미로워서 소설책을 읽듯 단숨에 끝낼 수 있었다. 단순히 생활 팁을 소개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의 인생 이야기부터 정리의 미덕과 생활의 지혜까지 다루고 있어,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곤도 마리에 자신의 캐릭터 성격이 담담하게 드러난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가.. 2025. 3. 18.
미드 매드맨: 돈 드레이퍼의 성공과 욕망 사무실에서 틈만 나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 있다. 까마득한 과거인 거 같지만 1960년대 미국의 모습이다. 1960년대를 떠올리면 히피, 우드스톡 페스티벌, 마틴 루터 킹, 여성 인권운동 등이 떠오른 게 보통일 것이다.1960년대 미국 사회와 광고이 드라마 시리즈는 미국에서 격동의 사회 변화가 일어나기 바로 직전 1960년에서 시작한다. 백인 남자가 모든 권리를 다 쥐고 있고 각종 사회적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였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미국은 소련과 냉전 상태였다.  담배 연기가 뿌연 사무실처럼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과거가 "매드맨"이라는 생생한 드라마로 돌아왔다. 정말 미국의 1960년대를 제대로 재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절에 활동.. 2025.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