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32

마법에 걸린 사랑: 디즈니 동화와 현실의 경계 허물기 디즈니가 '마법에 걸린 사랑'을 기획했을 때만 해도 아이들 중심의 평범한 가족영화였다. 하지만 최근 디즈니 자체 조사결과에 의하면 이 영화를 본 관객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상의 어른이었다. 내가 관람한 극장에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나이든 관객들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들이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즐거워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적 관습을 살짝 비튼 패러디다.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동화의 전통적인 구조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디즈니였다. 디즈니가 만든 '백설 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은 권선징악과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대표작들이다.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2025. 3. 20.
곤도 마리에와 함께하는 스트레스 없는 정리법 봄맞이 대청소의 시간이 드디어 돌아왔다. 갖은 잡동사니부터 옷, 책, 프린트물에 이르기까지 제때 처분하지 못한 물건들이 먼지를 머금고 수북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스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러던 차에 서점 한 귀퉁이에서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곤도 마리에가 쓴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이다. 청소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흥미로워서 소설책을 읽듯 단숨에 끝낼 수 있었다. 단순히 생활 팁을 소개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의 인생 이야기부터 정리의 미덕과 생활의 지혜까지 다루고 있어,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곤도 마리에 자신의 캐릭터 성격이 담담하게 드러난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가.. 2025. 3. 18.
미드 매드맨: 돈 드레이퍼의 성공과 욕망 사무실에서 틈만 나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 있다. 까마득한 과거인 거 같지만 1960년대 미국의 모습이다. 1960년대를 떠올리면 히피, 우드스톡 페스티벌, 마틴 루터 킹, 여성 인권운동 등이 떠오른 게 보통일 것이다.1960년대 미국 사회와 광고이 드라마 시리즈는 미국에서 격동의 사회 변화가 일어나기 바로 직전 1960년에서 시작한다. 백인 남자가 모든 권리를 다 쥐고 있고 각종 사회적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였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미국은 소련과 냉전 상태였다.  담배 연기가 뿌연 사무실처럼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과거가 "매드맨"이라는 생생한 드라마로 돌아왔다. 정말 미국의 1960년대를 제대로 재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절에 활동.. 2025. 3. 18.
헤어스프레이: 인종갈등 속 판타지의 힘 1962년 미국 동부 볼티모어가 배경이 된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1960년대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주인공 트레이시는 예쁘지도 않고 뚱뚱하고 가난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상당히 우울한 느낌의 영화가 예상되지만, 첫 장면부터 통쾌하게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다. 트레이시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활기차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현실의 가난이나 그녀의 육중한 몸도 트레이시의 구름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60년대 미국의 판타지'헤어스프레이'는 판타지 영화로 볼 수 있다. 1960년대 미국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다. 인종 갈등으로 수많은 흑인이 목숨을 잃었다. 1988년 존 워터스가 만든 동명의 원작 영화는 좀 더.. 2025. 3. 12.
더 리더: 나치 영화의 윤리적 갈등을 재조명 나치의 유대인 학살 영화는 정말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봤다. 그만큼 나치 영화가 세상에 많이 나왔다. 매년 스크린에서 죽어 나간 유태인의 숫자만 해도 엄청나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끔찍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너무 오랫동안 우려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단순하게 선과 악의 구도로 학살을 반복해서 재조명하는 영화는 신물이 날 정도로 봤다. 더 리더는 나치 영화의 윤리적 갈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 영화다. 그나마 최근에 본 에드리안 브로디가 주연한 '피아니스트'처럼 단순한 선악 구도를 벗어난 나쁜 유태인, 착한 독일군이 섞여 있는 영화가 현실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서 괜찮았다. 또 유대인 학살 영화인 줄 알았는데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보다 복합적인 현.. 2025. 3. 11.
영화 스위니 토드: 고기 파이에 숨겨진 사회 풍자 팀 버튼 감독의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는 1979년 공연된 스티븐 손드하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다. 영화는 뮤지컬보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압축되었고 대신에 시각적 효과는 강조되었다. 그 결과 뮤지컬에 있었던 노래나 유머가 줄어들면서 아주 잔인하고 암울한 이야기가 되었다.B급 공포영화가 된 영국의 살인마 전설'스위니 토드'는 스티븐 손드하힘의 순수한 창작물은 아니었다. 영국에 떠돌던 스위니 토드의 전설은 다양한 문학작품으로 여러 차례 개작되었다. 그중에 크리스토퍼 본드가 1973년에 쓴 희곡은 사회풍자와 멜로드라마가 적절히 섞여 있었다. 그 희곡에 반한 스티븐 손드하힘은 뮤지컬로 창작하기로 결심했다. 풍자와 멜로드라마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 2025.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