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2 죽음 이후에 계속된 삶의 영화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사진 밖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던 정원의 노력이 부질없이 그는 영정사진 속에 갇힌다. 영정사진은 그 사람의 죽음의 마지막 기록인 동시에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역설적 매체이다. 영정사진 속의 정원의 웃음은 시한부 인생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의 슬픔을 상징한다. 정원의 운명을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낸 장면 하나가 있다. 카페 안에서 정원이 창밖의 다림을 손가락으로 만진다. 운명이라는 유리에 갇힌 정원의 마지막 손짓,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전달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투명한 유리창은 삶과 죽음의 경계처럼 날카롭게 다림과 정원을 갈라놓았다. 나는 가끔 사진이 유리창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은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과거의 기억을 보여준다. .. 2025. 2. 6. 영화 러브레터, 시간과 사랑의 교차점 이와이 슌지가 감독한 '러브레터'는 시간의 역류를 꿈꾸는 한 여인이 보내는 편지에서 사건이 발단된다. 와타나베 히로꼬는 애인의 졸업 사진 속에 적혀있는 주소를 보고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의 대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집을 지키고 있는 중학생인 후지이 이즈끼이다. 시공간상으로 놓여있는 차이를 넘어서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런 시도은 헛된 꿈이다. 꿈을 꾸듯이 편지를 쓰는 마음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다. 러브레터는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다른 표현이다. 여기에서 러브레터는 사랑하지만 전하지 못하는 짝사랑의 대상으로 향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짝사랑이라는 식지 않는 주제를 담담하게 다룬 고전이 되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러브레터는 두 개다. 첫 번째는 .. 2025. 2.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