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31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메트의 '헨젤과 그레텔'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두 번째 메트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이번에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40분 전에 영화관에 도착해서 운 좋게도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역시 상영시간이 임박하자 앞 좌석 구석만 남았다. 아이들을 위한 오페라여서 이번에는 아이들을 데려온 사람들이 많아서 평균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 전 세계 600개 이상의 영화관도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메트의 카메라는 미래에 관객이 될지 모를 아이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잡아내느라 객석 사이로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었다.동화에서 오페라로'헨젤과 그레텔'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다. 제이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은 독일 지방에 떠돌던 민담과 민요를 채록해서 책으로 묶었다. .. 2025. 3. 24. 마법에 걸린 사랑: 디즈니 동화와 현실의 경계 허물기 디즈니가 '마법에 걸린 사랑'을 기획했을 때만 해도 아이들 중심의 평범한 가족영화였다. 하지만 최근 디즈니 자체 조사결과에 의하면 이 영화를 본 관객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상의 어른이었다. 내가 관람한 극장에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나이든 관객들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들이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즐거워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적 관습을 살짝 비튼 패러디다.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동화의 전통적인 구조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디즈니였다. 디즈니가 만든 '백설 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은 권선징악과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대표작들이다.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2025. 3. 20. 헤어스프레이: 인종갈등 속 판타지의 힘 1962년 미국 동부 볼티모어가 배경이 된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1960년대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주인공 트레이시는 예쁘지도 않고 뚱뚱하고 가난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상당히 우울한 느낌의 영화가 예상되지만, 첫 장면부터 통쾌하게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다. 트레이시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활기차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현실의 가난이나 그녀의 육중한 몸도 트레이시의 구름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60년대 미국의 판타지'헤어스프레이'는 판타지 영화로 볼 수 있다. 1960년대 미국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다. 인종 갈등으로 수많은 흑인이 목숨을 잃었다. 1988년 존 워터스가 만든 동명의 원작 영화는 좀 더.. 2025. 3. 12. 더 리더: 나치 영화의 윤리적 갈등을 재조명 나치의 유대인 학살 영화는 정말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봤다. 그만큼 나치 영화가 세상에 많이 나왔다. 매년 스크린에서 죽어 나간 유태인의 숫자만 해도 엄청나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끔찍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너무 오랫동안 우려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단순하게 선과 악의 구도로 학살을 반복해서 재조명하는 영화는 신물이 날 정도로 봤다. 더 리더는 나치 영화의 윤리적 갈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 영화다. 그나마 최근에 본 에드리안 브로디가 주연한 '피아니스트'처럼 단순한 선악 구도를 벗어난 나쁜 유태인, 착한 독일군이 섞여 있는 영화가 현실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서 괜찮았다. 또 유대인 학살 영화인 줄 알았는데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보다 복합적인 현.. 2025. 3. 11. 영화 스위니 토드: 고기 파이에 숨겨진 사회 풍자 팀 버튼 감독의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는 1979년 공연된 스티븐 손드하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다. 영화는 뮤지컬보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압축되었고 대신에 시각적 효과는 강조되었다. 그 결과 뮤지컬에 있었던 노래나 유머가 줄어들면서 아주 잔인하고 암울한 이야기가 되었다.B급 공포영화가 된 영국의 살인마 전설'스위니 토드'는 스티븐 손드하힘의 순수한 창작물은 아니었다. 영국에 떠돌던 스위니 토드의 전설은 다양한 문학작품으로 여러 차례 개작되었다. 그중에 크리스토퍼 본드가 1973년에 쓴 희곡은 사회풍자와 멜로드라마가 적절히 섞여 있었다. 그 희곡에 반한 스티븐 손드하힘은 뮤지컬로 창작하기로 결심했다. 풍자와 멜로드라마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 2025. 3. 11.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와 남미 민중 학회 일정으로 멕시코시티에 다녀온 후 남미에 관한 영화가 자꾸 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영화로 '프리다 칼로'나 '체 게바라'를 다룬 것들이 있었다. 그중에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가 생각나서 DVD를 빌려두었다가 마침내 짬을 내서 봤다. 내가 아는 '체 게바라'는 티셔츠의 아이콘이나 쿠바 혁명을 주도한 혁명가라는 단편적인 지식뿐이었다. 이 영화는 체 게바라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 되었다. 체 게바라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관람 후 그가 왜 혁명가가 되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미국의 사회주의 혁명가 존 리드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레즈'와 다른 느낌이다. 레즈처럼 열정적 드라마는 여기엔 없다. 그저 담담한 여행 다큐멘터리와 비슷하다. 중앙역의 감독인 월터.. 2025. 3. 11.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