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2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무한 경쟁의 실상 넷플릭스에 방송한 수많은 한국 드라마 중에 왜 하필이면 이 작품이 이토록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을까? 생존게임은 ‘배틀 로얄’이나 ‘헝거 게임’으로 이미 접했으니 친숙한 주제이다. 자본주의 사회비판도 ‘기생충’에 봤으니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 글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한국 시청자를 포함해서 미국인과 세계인이 즐기는 드라마가 될 수 있었는지를 살펴 본다. 시청자를 감화시킬 수 있었던 코드는 무엇인지 자세히 분석한다. 지극히 한국적인 게임이 어떻게 세계 속의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극심한 빈부격차와 경쟁의식이 낳은 사회적 낙오자 캐릭터는 한국 고유의 창작은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통받는 보편적인 캐릭터라서 세계적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갈등과 반전이 반복되는 긴박한 구성.. 2025. 3. 25.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메트의 '헨젤과 그레텔'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두 번째 메트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이번에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40분 전에 영화관에 도착해서 운 좋게도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역시 상영시간이 임박하자 앞 좌석 구석만 남았다. 아이들을 위한 오페라여서 이번에는 아이들을 데려온 사람들이 많아서 평균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 전 세계 600개 이상의 영화관도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메트의 카메라는 미래에 관객이 될지 모를 아이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잡아내느라 객석 사이로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었다.동화에서 오페라로'헨젤과 그레텔'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다. 제이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은 독일 지방에 떠돌던 민담과 민요를 채록해서 책으로 묶었다. .. 2025. 3. 24. 뉴욕 메트 오페라: 극장 상영의 혁신 오랜만에 아내의 손을 잡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에서 공연하는 샤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왔다. 하지만, 우리는 뉴욕에 가는 대신 일반영화를 상영하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위성 HD 중계방송을 통해 뉴욕에 있는 관객들과 같은 시간에 이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뉴욕 공연이 다른 지역으로 진출한 역사적 순간이다.동네 영화관에서 뉴욕 오페라를 보다자리가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객석이 가득 차 빈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극장은 흥행작 몇 편을 제외하면 빈자리가 많은 편인데, 이날은 마치 '해리 포터' 시리즈가 한참 상영하던 시기의 극장 안을 연상시켰다. 우리는 고개를 바짝 들어서 스크린을 봐야만 하는 앞쪽 구석에 남아있는 자리.. 2025. 3. 24. 조르주 쇠라: 여유의 상징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이 그림을 한동안 집 안에 걸어 놓았던 적이 있다. 물론 진품은 시카고 미술관에 가야 볼 수 있지만, 나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 그림을 정성껏 오려내서 거실 벽에다 턱하니 붙여놓았다. 19세기 프랑스 교외의 강가를 산책하는 사람들을 그린 이 그림은 나에게 여유 있는 삶으로 다가왔다. 이 그림을 보는 동안 바쁜 일상의 피로를 잊고 잠시나마 휴식을 느꼈다. 후기인상파에 속하는 화가 조르주 쇠라는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꼬박 2년에 걸쳐 그렸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한 습작만 대략 60편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쇠라의 치밀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10년의 작가 생활 동안 오직 7점의 작품만 남겼다. 후기인상파 가운데 세잔과 더불어 쇠라는 과학적 방식의 .. 2025. 3. 24. 도라 디 익스플로러: 다문화 교육의 아이콘 미국 텔레비전 역사상 백인이 아닌 라틴계 소녀가 주인공이 된 일은 아주 드문 일이다. 미국 공영방송국 PBS의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스트리트'나 다른 만화 프로그램에서 가끔 소수인종이 등장한 적이 있었지만,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었다. 미국에서 '탐험가 도라(Dora The Explorer)'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소수인종의 텔레비전 만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도라 디 익스플로러는 현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수십 나라에 방영되고 있어서 미국만의 아이콘이 아니다. '도라'가 2004년 한 해에 벌어들인 돈만 해도 10억 달러를 가볍게 넘는다. '도라'는 거의 10년 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의 인기를 누려왔다. 텔레비전뿐 아니라 장난감, 인형, 학용품 등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 개발되어서 전 세.. 2025. 3. 22. 마법에 걸린 사랑: 디즈니 동화와 현실의 경계 허물기 디즈니가 '마법에 걸린 사랑'을 기획했을 때만 해도 아이들 중심의 평범한 가족영화였다. 하지만 최근 디즈니 자체 조사결과에 의하면 이 영화를 본 관객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상의 어른이었다. 내가 관람한 극장에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나이든 관객들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들이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즐거워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적 관습을 살짝 비튼 패러디다.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동화의 전통적인 구조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디즈니였다. 디즈니가 만든 '백설 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은 권선징악과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대표작들이다.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2025. 3. 20. 이전 1 2 3 4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