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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3

곤도 마리에와 함께하는 스트레스 없는 정리법 봄맞이 대청소의 시간이 드디어 돌아왔다. 갖은 잡동사니부터 옷, 책, 프린트물에 이르기까지 제때 처분하지 못한 물건들이 먼지를 머금고 수북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스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러던 차에 서점 한 귀퉁이에서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곤도 마리에가 쓴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이다. 청소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흥미로워서 소설책을 읽듯 단숨에 끝낼 수 있었다. 단순히 생활 팁을 소개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의 인생 이야기부터 정리의 미덕과 생활의 지혜까지 다루고 있어,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곤도 마리에 자신의 캐릭터 성격이 담담하게 드러난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가.. 2025. 3. 18.
봉순이 언니, 한국 근대의 감춰진 위선을 고발 이 소설은 다섯 살 짱아의 눈에 비친 1960년대 식모살이하는 봉순이 언니의 삶을 세세히 묘사한다. 봉순이 언니와 짱아의 관계를 중심으로 가족사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더 나아가 1960년대 한국 근대의 가족사의 편린도 그려내고 있다. '봉순이 언니'를 통해 근대화에 낙오된 불행한 인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근대 속에서 인간의 위선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제대로 묘사한다.근대화와 가난봉순이 언니는 짱아네 집에서 살면서 집안일하는 식모였다. 짱아만이 봉순이 언니를 식모가 아닌 가족처럼 생각하고 따랐다. 짱아의 어머니는 불쌍한 봉순이 언니를 데려다 잘해주지만 가족으로 대하진 않았고 짱아의 아버지, 언니, 오빠들도 그랬다. '봉순이 언니'는 짱아가 이런 현실을 깨달아 가.. 2025. 3. 11.
소설 그 남자네 집: 박완서의 기억을 담다 아파트와 땅 집장소를 통해서 과거를 기억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박완서는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을 통해 1950년대 한국 전쟁 후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주고 그 기억을 거의 완벽하게 복원해 준다. 남루한 기와집이 닥지닥지 붙어서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집인지 분간하기 힘든 골목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파트로 바뀌어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된 동네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과거의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소설의 첫 부분은 아파트와 '땅 집'에 대한 비교로 시작한다. '땅 집'과 아파트는 각각 과거와 현재의 초상이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편리와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땅 집'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소리가 자주 들리겠나. 박완서의 '땅 집' 예찬은.. 2025.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