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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체할 수 없는가

by 알기쉽게 해설가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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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대학교 친구랑 전자책에 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서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할 거라고 믿었고, 나는 전자책도 어느 정도 유행은 하겠지만 결코 종이책을 대체하지 못할 거라 말했다. 지금도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책을 만지고 낙서하고 그럴 수 있는 감각을 전자책으로 누리지 못한다. 기술이 그 격차를 줄여주긴 하겠지만 현실화가 그리 쉽겠는가?

 

최근에 전자책의 상용화에 관한 얘기가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얼마 전 소니에서 전자책 리더라는 걸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보더스 서점에 갔더니 전시해놓고 있어서 잠시 구경했었다. 책도 80여 권 들어가고 글자도 선명하게 보였다.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게 되지만, 난 아직 종이책의 매력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그냥 메모리 카드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가 종이책이 주는 아우라를 대신할 수 없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내가 원하는 책이 전자책을 제공해 줘서 조금 읽어봤다. 눈도 아프고 머리에 역시 잘 안 들어와서 결국 프린터로 출력해서 봤다. 한 장씩밖에 출력을 허용하지 않아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컴퓨터로 전문적인 글을 읽는 건 너무 힘들다. 전자책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글보다 가벼운 글에 더 적당한지 모르겠다. 10년 사이에 전자책이 어느새 현실화되고 있었다. 이런 걸 두고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음악은 가끔 MP3로 구워서 듣기도 하지만, CD로 듣는 게 더 좋다. 그것보다 직접 공연장에 갈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내 취향이 너무 구식인가? 디지털의 편리를 몸소 받아들이고 누리고 살지만, 아날로그의 정서는 쉬이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인터넷이나 컴퓨터 같은 건 쉽게 받아들였지만, 전자책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책장을 만지고 넘기는 소리 같은 건 전자책이 흉내 낼 수 없는 아날로그의 감성이다.

 

종이책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배터리나 전기도 필요없고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는 게 종이책이다. 책장을 넘기듯이 책의 내용에 몰입하는 감성을 전자책이 대체하기란 어렵다. 흉내는 낼 수 있어도 대체는 못 한다. 전자책의 디지털 감성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쉽게 사라질 수 있다. 배터리가 나가는 순간 전자책은 무용지물이다. 배터리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종이책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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