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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도시에서 느낀 인종차별

by 알기쉽게 해설가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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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흑인 인권 관련 학회가 열리다 보니, 여기서 지내는 동안 만난 흑인보다 더 많은 흑인을 보면서 무척 신기했다. 한편으로 더욱 다양한 인종을 갖춘 대학 도시에 사는 상상을 해봤다.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대학 도시는 다르다고 뿌듯해하고 있었다. 다음 날 나의 상상을 한차례 후려치는 사건을 접하고 마음이 씁쓸했다.

 

오늘 학교에서 전체로 돌린 이메일을 보니, 학교를 방문한 흑인과 백인 사이에 무슨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교내와 근처 상가에 인종차별적 낙서로 더럽혀졌다.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충 짐작이 간다. 다수의 생각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나도 가끔 당하는 일인지라 더욱 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도 길을 가다가 지나가는 차에서 퍼붓는 인종주의적 욕설을 들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당시에는 머리끝까지 화가 솟았다. 하지만 그들은 대꾸할 겨를도 없이 어디론가 차를 몰고 가버린다. 직접 맞설 용기도 없는 겁쟁이인가? 백인 우월의식에 젖어 다른 인종에 대한 온갖 비열한 욕을 해대는 그들의 심리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미국의 인종차별은 아주 뿌리 깊은 역사 속에 새겨진 병폐이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흑인을 노예로 착취하던 역사가 있어서, 인종주의가 철저히 구조적으로 내면화되었다. 예전처럼 공공장소에서 흑백을 분리하는 나쁜 법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경제적으로 잘 사는 백인구역과 못 사는 흑인구역으로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서로 섞이지 않으려 하다 보니, 다른 인종에 대한 배려를 배울 기회도 점점 사라진다.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고, 같이 살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나 보다. 그래서 갑자기 백인이 주류인 대학에 흑인들이 몰려오니 상당히 경계하고, 그에 대한 거부감을 낙서나 말다툼을 통해 드러내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건 다른 인종과 섞여 지낸 역사가 짧았기 때문이지, 인종주의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역사가 길어서 타인종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다. 지금은 사회가 상당히 개방되어 외국인들을 흔히 만나볼 수 있지만, 같이 어울리지 않는다. 아시아의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고통과 차별도 만만치 않다. 같은 외국인이라도 피부색에 대한 위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피부색이 검을수록 천대를 받는다. 이런 서구적 모더니티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유럽에서 기승을 부리는 신나치주의자들, 아직도 집회를 공공연히 하는 KKK나 이민 노동자를 노예 부리듯 부려먹는 기업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개인의 의식까지 침투한 인종에 대한 부당한 인식들이 있다. 개인의 인식부터 미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까지 방대하게 이뤄지는 인종주의를 목격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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