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삽입된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주디 갈랜드의 대표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2001년 미국 국립 예술 기금이 선정한 20세기 미국의 대중음악 1위에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그 쟁쟁한 비틀스와 엘비스를 모두 물리쳤다.
이 노래는 베트 미들러, 비욘세, 셀린 디온, 프랭크 시내트라, 쥬얼, 스매싱 펌킨스, 메탈리카, 플라시도 도밍고, 에바 캐시디 등 장르를 초월한 수백 명의 가수들이 다시 불렀다. 오랜 세월 사랑받아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 노래는 1930년대 미국의 시대상이 그대로 담겨있다. 1929년 미국은 대공황이 터지면서 경제가 파탄 나고 기나긴 불황기를 견뎌야만 했다. 이런 우울한 시기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것이 1930년대 미국인들 가졌던 보편적 심리였다. 영화 속 캔자스 시골 동네는 1930년대 암울했던 미국의 분위기를 은유하고 있다. 토네이도 때문에 집이 다 날아갈 지경이고, 힘들게 노동해도 근근이 먹고 사는 정도였다. 도로시는 희망이 없어 보이는 캔자스 시골을 벗어나는 멋진 희망의 나라를 꿈꾸며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불렀다.
대공황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다만 미국은 1920년대 역사 이래 최대의 호황기를 누렸기 때문에 그 충격도 컸고 상대적 박탈감도 강했다. 자연히 시장에 의해 해결될 거라고 믿었던 믿음과 달리, 뉴딜 정책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해 서서히 회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회복은 아주 더뎠고 아예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불황의 최대 피해자는 도시 노동자와 농민이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는 1930년대 한 농민 가족이 마주한 처참한 현실을 낱낱이 보여준다.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자본가 계급은 이 책을 불태우기까지 하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상류층 5%가 전체 소득의 1/3을 넘을 정도로 빈부의 격차가 심했다. 노동자와 농민에게 이러한 척박한 현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There's a land that I've heard of once in a lullaby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Some day I'll wish upon a star
And wake up where the clouds are far behind me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 drops
Away above the chimney tops
That's where you'll find meSomewhere over the rainbow blue birds fly
Birds fly over the rainbow
Why then, oh why can't I?
If happy little bluebirds fly beyond the rainbow
Why oh why can't I?
무지개 너머 저 높은 곳 어딘가에
자장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땅이 있죠
무지개 너머 하늘이 파랗게 물든 어딘가에
그리고 당신이 꿈꾸면
반드시 이뤄지죠나는 늘 바래요
별에서 깨어나면 구름은 내 한참 아래에 있고
근심, 고통은 레몬 방울처럼 녹아 없어지고
굴뚝 한참 위
그곳이 제가 있는 곳이죠무지개 너머 파랑새들이 나는 어딘가에
새들은 무지개 위를 날아오르죠
새들은 나는데, 나는 왜 못 날죠?
작은 파랑새들이 무지개 위를 행복하게 날아간다면
왜, 나는 왜 안 되나요?
가사의 1절과 2절은 희망의 나라를 노래하고, 3절에서 근심 걱정이 꿈같이 사라진 하늘을 높이 날아오는 파랑새를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마친다. 바로 암울했던 1930년대 미국의 사회가 노래로 표현되었다. 파랑새처럼 아름답게 날아올라서 다 잊어버리고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현실 탈출 욕구가 그대로 드러난다. 결론은 현실에 대한 불만을 환상적으로 해결한다는 소극적인 자세이다. 하지만 이를 비난할 만큼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1900년에 프랭크 바움이 출판한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프랭크 바움은 오즈 시리즈를 총 13편 썼는데 그중에 세 편이 각각 1914년, 1925년 그리고 1939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앞의 두 편은 모두 실패하였다. MGM 영화사는 디즈니가 1937년에 만든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성공을 부러워하여 '오즈의 마법사'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물론 결론은 대성공이었다.
원래 도로시 역은 주디 갈랜드가 아니었다. 당대 최고의 아역배우였던 셜리 템플이 도로시 역으로 캐스팅되었다. 소설에서 묘사된 금발의 곱슬머리 도로시의 외모도 비슷했고 인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스 스튜디오와 계약이 되어 있었던 셜리 템플은 '오즈의 마법사'에 출연할 수 없었다. 운 좋게도 도로시 역은 주디 갈랜드의 몫이 되었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운명도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다. MGM의 제작자들이 이 노래를 빼버리려 했다. 이 노래는 영화 속 다른 흥겨운 노래들에 비해 템포도 느리고 구슬퍼서 잘 어울리지 않았다. 지나치게 감상적인 '오버 더 레인보우'가 활기 넘치는 영화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제작자들이 이 곡을 제외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노래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제작부 아서 프리드의 끈질긴 로비 끝에 이 곡을 영화에 다시 삽입하기로 했다.
해롤드 알랜이 음악을 작곡하고, 입 하버그가 작사한 이 노래는 1939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 유럽 땅의 미군들 사이에서 최고의 신청곡이 되었다. 이 노래와 더불어 빙 크로스비가 부른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전쟁 중 최고의 인기곡이 되었다. 두 노래 모두 현실 탈출에 대한 강한 욕구가 담겨있다.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 희망을 꿈꾸는 미국인에게 이 노래들은 그런 욕구를 마음껏 충족시켜 주었다.
아이들 동화 속 희망의 나라를 노래한 '오버 더 레인보우'는 대공황기 농민과 노동자 그리고 전쟁통의 군인에게도 희망을 꿈꾸게 해주었다. 당시 현실은 판타지처럼 한순간에 벗어날 수 있는 현실이 아니었지만, 그 꿈을 꿀 수 있는 자유는 필요했다. 적어도 이 노래를 듣는 동안 불황과 전쟁은 잠시 잊어버리고 누구나 파랑새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다. 판타지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