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일에 영화진흥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63.8%를 기록했다. 2006년에 개봉한 한국영화가 118편으로 영화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한국 영화의 양적 성장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로 인해서 마냥 낙관하기는 힘들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한 해였다.
2006년에 개봉한 화제작들을 몰아서 봤다. '괴물'을 비롯하여 '왕의 남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천하장사 마돈나', '구타유발자들', '청연', '해변의 여인', '짝패', '라디오 스타', '형사'를 차례차례 봤다. 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흥행작 위주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 가운데 몇 편에 관한 인상평을 남긴다.
'괴물'은 너무 많은 한국 사회의 괴물과 싸우고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지만, 이념이 이야기보다 앞선다. '청연'은 친일과 반일 논쟁에 매몰된 수작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나영과 강동원이라는 화려한 비주얼이 감수성을 압도한다. '해변의 여인'은 홍상수식 일상과 인물이 통쾌하게 풍자된 영화다. '짝패'는 화려한 정두홍의 무술만 볼만하다.
'구타유발자'는 폭력으로 점철된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한 근사한 연극이다. '왕의 남자'는 질펀한 놀이판에서 건진 멋진 한쌍이다. '라디오 스타'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유쾌하게 연상시킨다. '형사'는 시각적인 즐거움에 비교하여 극적 긴장감이 약간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한국 영화들이 한류를 겨냥한 탓인지 포장이 아주 세련되었고, 편집, 촬영, 조명 등의 수준이 한층 좋아졌다. 이야기나 형식적 다양성은 여전히 아쉽지만, 꽤 볼만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진 생산성이 넘치는 대단한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