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역사
-
위기에 처한 미국 쇼핑몰
처음으로 미국 쇼핑몰에 들어섰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환하게 비치는 조명 아래 반짝이는 대리석을 밟으며 화려하게 전시된 상품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자동차 경적 같은 거리의 소음 대신에 분위기 있는 배경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별천지 같았다. 다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거대한 놀이동산에 비교할 만큼…
-
전쟁통에 먹던 스파게티
아내의 추천으로 만들어 본 볼로네즈 스파게티는 아들과 씨름하느라 지친 마음을 녹여주기에 충분한 음식이었다. 일단 요리 과정이 간단하고 쉬워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그냥 재료를 다져서 푹푹 삶다가 스파게티를 익혀서 섞어주면 그만이다. 만드는 시간이 길다는 단점도 있지만, 냄비 옆에 항상 붙어 있지 않아도 되니 중간에 책이나 읽으면서 가끔 저어주기만 하면 된다. 한 번 실패를…
-
회오리바람처럼 날아온 오즈의 마법사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디 갈런드가 부른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가 매장 구석구석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순간 나는 노래를 들으며 이미 마음속 무지개를 넘어 오즈의 나라에 있는 에메랄드 시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때마침 영화 “오즈의 마법사(이하 ‘오즈’)” 70주년을 기념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캐릭터 인형이 보이고, 머그잔과 모노폴리 게임까지 오즈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이 서점을 두루두루…
-
사교장이 된 소다수 가게
금주법은 마피아와 밀주업자를 키우게 되었고 더불어 탄산음료 판매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술을 못 마시게 되자 사람들은 술집 대신 탄산음료 가게로 몰려들었다.
-
해골 크리스마스 카드
해부실습 과정을 통과한 의대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었다. 이런 관행이 사라진 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시체를 기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시신 기증문화가 퍼지면서부터다.
-
중세의 음유시인
음유시인이 중세 내내 변화를 거듭하며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음유시인과 경쟁할 수 있는 집단은 많았다. 궁정 시인은 궁정에 기거하면서 왕을 위해서 노래를 만들어 불렀고, 성직자 시인은 교회를 따라 순례하면서 노래 불렀다.
-
중세의 죽음
악마의 저주라는 수도승의 주장은 중세를 폭풍 속으로 몰아넣었던 ‘마녀사냥’과 깊은 연관을 지닌다. 농민 여자는 억울하게도 마녀로 몰려 화형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근거 없는 주장도 교회의 권위를 업으면 진리가 되던 세상이었다.
-
연애의 탄생?
‘연애’라는 말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1920년대 중반이다. 1926년 김기진은 ‘조선문사의 연애관’이라는 책에서 “연애라는 말은 근년에 비로소 쓰게 된 말”이라고 밝혔다. 1910년대의 신문에서도 간간이 연애라는 단어를 볼 수 있지만 20년대 중반에 되어서야 심각하게 다뤄진다.
-
로마의 역사와 허구가 만나다
로마가 재밌는 이유는 화려한 볼거리 때문이 아니라 현실감 있는 캐릭터의 드라마 때문이다. 그렇다고 볼거리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의상, 세트, 관습 등을 다룬 섬세한 묘사가 잔잔하게 다가온다. 거리의 아낙네가 입는 옷조차 역사 교과서이고, 인물들이 치는 대사에도 고대 로마를 느낄 수 있다. 인간사의 적나라한 모습은 전쟁보다 흥미진진하다.
-
이미지에 질식당한 이야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의 죽음에 대한 그리스군의 반격으로 채워진다. 마치 미국이 앞장선 전쟁에 모두 동참하라는 식의 은유를 담고 있는 듯하다. 포스트모던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절대 악의 축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라는 전근대적 메시지를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