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막의 확산

인터넷, 소셜 미디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신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미국 지역 신문사의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그 여파로 문을 닫는 신문사가 늘어가고 언론의 사각지대에 놓인 ‘뉴스 사막’이 확산되고 있다. 공동체의 결속과 풀뿌리 민주주의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해온 지역 신문사가 사라지고 있다. 뉴스 사막의 확산이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떻게 환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 언론이 직면한 구체적인 영향은 무엇인가? 이 글은 페넬로페 애버내티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가 2018년에 발간한 ‘뉴스 사막의 확산(The Expanding News Desert)’을 중심으로 그 현상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2016년 퓨리서치 보고서에서 드러나듯이 뉴스를 소비하는 채널로서 신문사의 영향력은 TV, 디지털, 라디오에 이어서 4위(TV 58%, Online 38%, 라디오 25%, 신문 20%)로 떨어졌다. 그나마 존재하던 종이 신문의 입지가 완전히 사라진 지역 공동체가 받는 타격은 얼마나 심각할까. 이에 신문사가 하나도 없는 지역부터 현격히 줄어서 기능을 거의 상실한 지역을 아우르는 ‘뉴스 사막’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뉴스 사막의 확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좌우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가짜 뉴스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을 검증해주는 지역 신문사의 부재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다. 각종 비리를 감시하던 언론사가 사라지면서 지역 정부의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시카고대학 연구 보고도 있다.

뉴스 사막의 확산이 가속화되면 건강한 공동체가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공동체가 직면한 현안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었던 지역 신문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타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이어진다.

급감하는 신문사와 구독자

2004년 이후 60여 개의 일간지와 1,700여 개의 주간지 등을 포함해서 대략 1,800개의 미국 신문사가 문을 닫았다. 총 7,112개의 신문사 중에 절반 정도가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신문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15년 전 1억 2200만 명이던 신문 구독자가 7,300만 명으로 축소되었다. 줄어든 독자의 대부분은 온라인 신문으로 옮겨갔다. 합병되거나 사라진 일간지 62개 중에 탬파트리뷴이나 록키마운틴뉴스처럼 큰 신문사도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53개 일간지는 5만 부 이하의 작은 신문사였다. 5,000부 미만을 발간하는 일간지도 스무 곳이나 있었다.

오클라호마주 북동부에 위치한 프라이어데일리타임스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1919년에 창간돼 3,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 지역의 유일한 신문사로 오랜 전통을 유지했지만 경영난으로 2017년에 결국 폐간되고 말았다. 인구 4만 명의 메이스 카운티는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채널을 상실했다. 140년 전통을 간직한 캘리포니아주 뷰트 카운티의 그리들리해롤드 역시 2018년 8월 29일 마지막 신문을 발행했다. 히스패닉이 절반을 차지하는 농업 지역의 하나밖에 없는 주간지였다. “신문을 잃어버리면 공동체도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그리들리의 한 주민이 씁쓸하게 말했다. 이제 그리들리는 30마일이나 떨어진 치코의 신문에 간헐적으로 실리는 뉴스에 의존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신문 구독자의 감소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5년간 구독자 수는 1억 2,200만 명에서 7,300만 명으로 40%나 줄어들었다. 광고와 구독료가 수익의 60~80%까지 차지한 신문사의 미래는 감소하는 구독자 수가 말해준다. 구독자 감소는 뉴스 보도 내용의 축소로 이어지고, 비용 절감이라는 재정적 판단에 따라서 신문사의 운명이 결정된다. 수익을 결정하는 두 축인 광고주와 독자를 잃어버리면 그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온라인 뉴스로 전환이 쉽지 않은 시골 지역 신문사가 받는 타격은 더욱 크다. 미국 연방 통신 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시골 지역의 40~60%는 안정적인 전화나 무선 인터넷 접근도 어렵다고 한다.

공동체 파괴는 더욱 심각한 문제

미국에서 신문사 감소가 가장 심한 지역은 캘리포니아주로 11개의 일간지가 문을 닫았다. 캔자스주도 7개의 일간지가 사라졌고, 일리노이주는 157개의 주간지가 폐간했다. 뉴욕주의 155개와 텍사스주의 146개 주간지 또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직 다른 신문이 남아있는 대도시와 달리 변방 마을은 그 영향이 지대하다. 질병이나 자연재해 소식을 전해주던 신문사가 없어지면 그 지역 공동체가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뉴스 사막이 확산하면서 만들어진 뉴스 공백 위험에 처한 카운티는 거의 200개에 이른다. 추가로 미 전역의 1,449개의 카운티의 경우, 카운티별로 오직 하나의 신문사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뉴스 사막’의 분포를 보면 지역 편차가 아주 큰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91개 카운티가 비교적 가난한 남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뉴스 사막 지역의 빈곤율은 18%로 미국 전체 평균 13%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스탠포드대 경제학자 제임스 해밀턴은 뉴스 사막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가난한 지역일수록 신문 구독률이 낮고, 이로 인한 정보 빈곤은 투표율까지 떨어뜨린다. 공동체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스 사막은 시골에 한정된 문제만은 아니다. 대도시 근교 지역도 신문사 부재로 공동체 위기를 맞고 있다. 캔자스주 대학도시 볼드윈시티 시그날이 2015년에 폐간되기 직전 구독자 수는 겨우 200명에 불과했다. 4,600명의 학생과 주민의 확성기였던 시그날이 사라지자 동네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주민들은 현재 공동체 내의 중요한 이슈를 공유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1970년대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핵 개발 공장 환경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서 저널리즘적 성과를 이룬 서포크카운티라이프도 뉴스 사막의 피해를 입었다. 2009년 파산 위기에 처한 시카고선타임스는 자사 소유의 시카고 교외 지역 주간지들을 잇따라 폐간했는데 그중에는 124년 역사를 자랑하던 윌링컨트리사이드도 있었다. 그 후로 이 지역 독자들은 시카고선타임스에 드물게 실리는 지역 소식에 의존하고 있다. 보스턴의 게이트하우스 체인도 주간지 10개를 폐간했는데 모두 가난한 교외 지역의 주간지였다. 일부 거대 신문사 체인은 지역 신문을 지역 판으로 대체하는 사업적 전략을 선택했다.

미국 뉴스 사막 지도

대도시 신문사도 뉴스 사막화의 예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캔자스주 최대 신문사 위치타이글은 극적인 쇠퇴 과정을 겪었다. 시민 저널리즘이란 실험에 성공하고 공동체의 굵직한 주요 이슈를 잘 다뤄왔던 위치타이글은 1990년대 중반 호황기에는 100명이 넘는 기자를 두기도 했다. 캔사스주 73개 카운티에 배포되던 이 신문은 현재 10개의 카운티로 줄었고, 기자 인원도 30명 남짓으로 감소했다. 감시견 역할을 하던 지역 신문사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지만, 그 빈자리를 채워줄 다른 매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증가하는 유령 신문사

‘뉴스 사막’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유령신문사를 들 수 있다. 유령신문은 신문사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론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을 말한다. 지방 정부의 회의나 의정활동도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서 신문사의 이름만 유지하는 곳이 증가하는 추세다. 듀크대학 연구에 의하면 이들 신문이 지역 공동체의 소식을 다룬 기사의 비중이 절반 이하였다. 이 연구가 밝힌 또 다른 사실은 교외지구에 위치한 정부 관련 보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령신문이 되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작은 신문사가 거대 신문사에 인수되면서 뉴스 수집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되는 경우다. 독립적 기관으로 속보를 보도하던 신문사가 쇼핑, 생활정보, 오락 등 가벼운 소재만 다루게 된다. 대략 600개의 독립신문사가 무료로 배포하는 생활・광고전단으로 전락했다. 둘째, 기자 인력이 갑자기 줄면서 뉴스룸이 적절한 취재를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다. 약 1,000~1,500개의 신문사가 이 사례에 해당하는데, 기존 뉴스룸 인원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신문사의 보도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상태다.

와이오밍주의 캐스퍼저널이 유령신문의 대표적 사례다. 캐스퍼스타트리뷴이 하워드퍼블리케이션에 인수되면서 남긴 공백을 채우려는 틈새시장 전략으로 캐스퍼저널이 1976년에 창간되었다. 캐스퍼저널은 초반에는 이 지역 주요 이슈를 공격적으로 취재하면서 명성을 쌓았지만 2004년 캐스퍼스타트리뷴에 합병되고 말았다. 합병 초기에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기사를 쓸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두 신문사가 완벽히 합병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2017년에 캐스퍼저널은 무료로 배포하는 광고지가 되었고, 지역 기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1882년에 창간된 노스캐롤라이나주 스미스필드헤롤드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 유령신문사가 되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600여 개의 지역 신문사가 대도시 신문의 지역판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유령신문이 되어갔다. 

해고와 구조조정을 이유로 뉴스룸을 떠나는 기자가 증가하는 것도 유령신문이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노동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에 7만 1,640명이던 신문사 직원이 현재는 45% 감소해 3만 9,210명이 되었다. 기자에 한정하면 그 수는 더 줄어서 2만 5,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기자 인력 축소가 초래한 유령신문은 대도시, 교외지구, 시골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유령신문사는 헤지펀드나 사모투자펀드를 비롯한 투자회사가 주로 소유하고 있다. 투자회사가 신문사를 경영하고 관리하는 데는 특정한 패턴이 있다. 투자회사는 수익의 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구조조정, 비용 절감, 심지어 파산도 마다하지 않고 공격적 전략을 구사한다. 그 과정에서 투자 대비 수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탐사보도 등의 분야부터 없애버린다. 퓰리처상 15개나 보유한 뉴욕데일리뉴스도 안타깝게도 유령신문사의 전철을 밟고 있다. 77개의 신문사를 소유한 트롱스(Tronc) 그룹은 2017년 뉴욕데일리뉴스를 인수했다. 그다음해에 트롱스는 기자 50명만 남기고 나머지 인원을 모조리 해고했다. 미국 최대 신문사 체인 게이트하우스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프라비던스저널을 인수해서 75% 인력을 감축했다. 두 신문 모두 지역 시민의 삶을 결정하는 지방 정부 회의에 관한 보도를 대폭 줄였다.

인수와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 신문사

2018년 현재 미국 신문사 시장은 상위 25개가미국 신문사 전체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일간지의 경우는 독과점 현상이 더욱 심각해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812개의 신문사가 상위 25개 신문사 그룹의 소속이다. 가장 큰 신문사 뉴미디어/게이트하우스는 451개의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 뒤로 216개의 신문사를 보유한 가넷의 성장세도 무섭다. 상위 5개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신문사는 무려 875개나 된다. 신문사들의 잦은 소유권 변동도 문제다. 지난 15년 동안 절반에 가까운 미국 신문사의 소유권이 계속 바뀌었다. 규모가 큰 신문사가 시장을 이탈할 때 소유권의 변동은 더욱 급격하게 이뤄진다. 예를 들어, 시비타스 미디어는 2016년 86개의 신문사를 각각 9개의 다른 회사에 나눠서 매각했다. 10/13 커뮤니케이션도 비슷한 방식으로 42개의 신문사를 3개의 다른 회사에 팔았다. 투자 대비 수익을 경영 철학으로 삼는 투자 회사가 소유한 뉴미디어/게이트하우스와 디지털퍼스트는 가장 적극적으로 신문사 팔고 사기를 거듭했다. 게이트하우스는 2013년 이후 200개의 신문을 사들이고 50개의 신문을 팔았다. 마찬가지로 디지털퍼스트는 46개 신문을 팔고 29개를 사들였다.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제임스 해밀턴은 뉴스 사막화가 지역 공동체가 자체적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하는 사회, 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신문 산업은 작은 소규모 신문사 매각을 장려하고 지역의 거점이 되는 신문사 허브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17년 신문사 매각의 70%가 대형 체인 신문사가 인근 소규모 일간지와 주간지를 매입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허스트 그룹은 지역 허브의 거점으로 삼은 코네티컷주와 텍사스주의 신문사들을 집중해서 매입했다. 텍사스주에서는 휴스턴 부근 지역 신문사 20개를 사서 휴스턴크로니클의 지역판으로 바꿨다. 오하이오주는 신문사 간의 인수와 합병이 가장 치열했던 지역이다. 2014년 이후로 주의 30% 가량이 신문사 소유주가 바뀌었다.

신문사 합병이 점차 강화되면서 독립신문사나 가족 경영 신문사는 자취를 감췄다. 1997년 전체 신문사의 절반이 독립조직이었으나 2018년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독립신문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줄어드는 광고와 구독료 수익을 대체할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해야만 했고, 이는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등장한 디지털 광고 수익의 경우 75%를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기술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 대도시의 신문사는 구독료 수익을 늘리거나 행사나 디지털 광고 등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하며 생존하고 있지만, 작은 지역의 신문사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수익 다변화를 창출할 경제적 규모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뉴욕주 서포크카운티에서 3개의 주간지 발행하고 있는 앤드류 올슨은 사업다각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3년 음식, 부동산, 주류를 다룬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사이트 노스포크닷컴을 개설해 성공적으로 운영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같은 이름의 월간지를 만들었다. 서포크페이퍼는 종이와 디지털의 융합을 다양하게 실험했다. 지역의 노동 문제를 다룬 탐사보도 잡지와 다큐멘터리도 제작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역 신문사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까

언론 진공 상태가 유발한 혼란 속에서 다양한 매체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 지역 방송국이 그 틈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1,700개의 지역 방송국에서 고용한 기자는 2만 7,100명에 이른다. 시청률이 떨어지고 시청자층의 고령화로 쇠퇴하고 있지만, 지역 방송국은 아직 두 자리 수익률을 기록하며 저녁 뉴스를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높은 수익률로 인해 디지털 환경 투자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향후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2018년 나이트재단 보고서는 지역 뉴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텔레비전 방송국이 해야 할 네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비록 현재의 수익이 낮더라도 미래를 보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집중해라. 둘째, 디지털 제작뿐 아니라 방송 내용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셋째, 범죄 같은 선정적 주제만 집착하지 말고 지역 공동체에 중요한 교육, 교통, 경제 등의 주제도 잘 다뤄야 한다. 넷째, 탐사 보도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해서 전문성을 높여라.

노스캐롤라이나주 WRAL 방송국의 닉 갈 뉴스팀장은 지역 신문이 비워둔 빈자리를 방송국이 채우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 관련 보도와 교육, 비즈니스에 관한 집중 보도에 웹사이트를 상당히 활용하도록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WRAL 웹사이트의 방문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방송국 사이트의 성장은 젊은 층 뉴스 소비를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인터넷 보급이 낮은 시골의 노년층을 유도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케이블 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1984년 케이블 정책법안에 근거해 만들어진 공공접근채널(Public Access Channel)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공공접근채널은 공동체 구성원 누구에게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미국 전역에 3,000~5,000개 정도 개설되어 있으며, 많은 시민 활동가들이 정부나 공동체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도구로 이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한 예로 뉴욕 브루클린과 브롱크스의 공공채널은 지역 신문 리버데일프레스와 노어우드뉴스와 협력해서 국회의원 토론회를 개최해서 지역 현안을 팽팽히 다루기도 했다. 지역 신문이 사라진 뉴스 사막에서 이러한 공공채널이 그 정보 격차를 해소해 줄 것인가? 안타깝게도 주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고 있어 공공채널을 통한 안정적인 뉴스 공급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매사추세츠주는 230개의 공공채널이 굳건하게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조지아주는 지역 신문이 하나도 없는 28개의 카운티에 단 2개의 공공채널만이 지키고 있다. 

지역 신문사를 상실한 공동체들의 ‘뉴스 사막’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은 바로 디지털 뉴스였다. 디지털 뉴스 제작에 뛰어든 사람의 대부분은 실직한 전직 기자 출신이다. 지역 독립온라인뉴스 연합이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지역에 개설된 디지털 뉴스 사이트는 525개에 이른다. 하지만 열정적인 도전 의식으로 시작했음에도 이 중 약 80%가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지역 스타트업은 비교적 펀딩을 구하기 쉬운 대도시 교외에 90% 가까이 몰려 있다는 한계도 있다. 뉴욕주 올리언스 카운티에 위치한 올리언스허브는 유일한 지역 신문 메디나저널이 2014년에 문을 닫은 후 그 틈새를 공략했다. 동네 뉴스, 고교 스포츠 소식 등을 다루면서 성장해 100개의 광고주를 확보했다. 디지털 스타트업 중에는 KY포워드 같은 비영리 단체도 있다. 이 사이트는 2018년에 켄터키주 캔튼 카운티의 교육, 정부, 건강 등 지역 이슈를 심층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켄터키 공공서비스 저널리즘 연구소가 주축이 돼 온라인 공동체 저널리즘을 실험하고 있다.

여전히 남는 문제들  

가짜 뉴스와 분파적 정치의 광풍이 몰아치는 미국에서 지역 공동체는 위기를 맞고 있다.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던 지역 신문사가 하나둘 사라지고 뉴스 사막이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공동체 분열의 조짐도 보인다. 지역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온 지역 신문의 상실은 그 지역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뉴스 사막의 확산은 미국 전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다. 건강한 뉴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공동체 활동가, 정치인, 기자, 대학, 자선단체, 시민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협력해야 한다.

 지역마다 뉴스 사막화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공통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해법은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지역 뉴스의 공공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영리 공공기금을 마련해서 뉴스 사막 지역에 뉴스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공동체 의사결정은 사안에 관한 정보가 중요한데 저널리즘이 바로 그런 기능을 하는 만큼 공공 서비스로 볼 수 있다. 로버트 맥체스니 같은 학자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저널리즘 모델로 공공의 이익을 보장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2018년 뉴저지주는 500만 달러(약 66억 원)를 마련해 시민 정보컨소시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서 소외된 지역 언론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의 시발점은 뉴스 사막을 찾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뉴스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는 공공 미디어만으로 부족하다. 상업 신문사를 살릴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상업 신문사는 지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왔다. 지역 산업도 광고로 지역 신문사를 후원했다. 그러나 광고 대부분을 구글과 페이스북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경제와 신문사가 광고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가짜 뉴스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기술 회사를 미디어 회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디어 학자들이 늘고 있다. 기술 회사에 그 책임을 묻거나 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뉴스 생태계가 취약한 지역에서 광고 수익을 공유해 지역 언론을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뉴스 사막을 막고 뉴스 생태계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뉴스 사막이 생기는 것이 지역 신문사가 쇠락한 탓도 있지만 지역 주민이 뉴스가 제공하는 정보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것도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믿을 수 있는 뉴스와 정보에 대한 접근이 보장돼야 하며, 동시에 그 정보를 가지고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미디어 리터러시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부분이다. 가짜 뉴스를 구별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늘어난다는 우려로 인해 현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과과정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채택하는 주정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 성인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뉴스 사막이 확산은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존립 자체도 위태롭다. 지역 신문사가 구축한 공동체 감시와 네트워크가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 미디어로 지역 신문사를 대체하려는 노력이나, 디지털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비판적인 뉴스 소비자를 길러내는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도 뉴스 사막을 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 어떤 시도나 제안도 아직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지만, 공동체의 생존과 민주주의 보루를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참고문헌


광고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