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팩트체킹, 인공지능, 챗봇, 동영상 뉴스

2017년 언론계에 일어날 변화는 어떤 양상일까? 언론사들이 적극적으로 채용하게 될 사업모델이나 서비스 혹은 신기술에 따라서 변화하는 정황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동향이나 신기술 발전 상황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망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달라진 광고 시장, 기술 플랫폼의 전략, 인공 지능, 가상현실 기술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미래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 “2017년 저널리즘, 미디어, 기술 동향과 예측(Journalism, Media, and Technology Trends and Predictions 2017)”으로 알아보자.

가짜 뉴스를 막아라

2016년 미 대선을 강타한 ‘가짜 뉴스’를 둘러싼 논쟁은 2017년을 뒤흔들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도 곧 대선을 앞두고 있어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CEO는 그의 책 “이너프 세드(Enough Said)”에서 “우리의 디지털 생태계는 가짜 뉴스가 번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버즈뉴스 분석에 의하면 지난 미국 대선 기간에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이하 트럼프)를 지지한다거나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국가에 무기를 팔았다는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페이스북에서 더 많은 공유와 ‘좋아요’를 받았다. 여러 나라에서 종이신문보다 소셜미디어의 뉴스를 더욱 신뢰한다는 연구 결과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특히 25세 이하 성인 4명 중 한 명은 소셜미디어를 주요 뉴스원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소셜미디어 속 가짜 뉴스가 끼치는 해악은 더욱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과연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뉴스에 편집권을 행사할까? 언론사는 늘어나는 가짜 뉴스에 어떻게 대응할까?

가짜 뉴스를 가려낼 수 있는 팩트체킹 서비스가 2017년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구글은 디지털 뉴스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의 부분으로 팩트체킹 서비스를 후원한다. 페이스북도 스놉스나 폴리티팩트 같은 펙트체킹 서비스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자체 알고리즘과 결합한 서비스를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전통적 언론사도 팩트체킹 서비스를 강화해서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안이다. 폴 브래드쇼 버밍햄시티대 교수는 2017년은 팩트체킹과 검증 과정이 자동화 수준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자원을 쏟아부어 가짜 뉴스에 대응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플랫폼의 신뢰도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상실할 위험이 있기에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직접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에 대한 대비책을 직접 마련하지 않고 기계 학습, 자동 사진 인식, 프로그램 검증 시스템 등 간접적 방법을 내놓을 확률이 매우 높다.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를 만든 단체를 뉴스피드에 덜 노출하거나 사용자가 가짜 뉴스를 신고하기 쉽게 하는 간접적 처벌 방식을 선호한다.

정부 차원에서 가짜 뉴스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방안 역시 마련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가짜 뉴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페이스북이나 다른 뉴스 배포사에 5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프랑스나 체코도 비슷한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법안이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가짜 뉴스로 인한 논란이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가짜 뉴스가 오히려 현재 언론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자체 조사 결과에 의하면 디지털 언론 관계자의 70%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신뢰도 높은 언론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았다. 미 오레곤대학의 데미언 래드클리프 교수는 “양질의 독립 저널리즘의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수용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나 프로퍼블리카의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이 그 방증이다. 현시점에서 언론사와 플랫폼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가짜 뉴스가 일으킨 신뢰도 위기에 대응해야만 하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언론사, 플랫폼에 다시 주목

2017년은 언론사와 플랫폼의 복잡한 관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 보고서 조사의 응답자 중에 46%는 플랫폼의 역할에 관한 우려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다수 언론사는 계속해서 페이스북에 투자를 늘려 갈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73%는 자사의 웹 사이트와 플랫폼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디지털 전략을 구사하려고 한다. 노르웨이 언론사 쉽스테드는 아예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페이스북과의 경쟁에 나섰다. 더 나아가 다른 언론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 본격적 플랫폼 확장에 관심이 있다. 악셀슈프링어의 업데이(Upday) 역시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어 플랫폼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더 많은 언론사가 자체 플랫폼 구축에 참여할 예정이다. 페이스북도 약 140개 언론사에 비용을 지급하면서 라이브 비디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스냅챗도 디스커버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용자의 관심을 계속 붙잡아 두기 위해서 양질의 콘텐츠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거대 기술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해 언론사들이 인수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커졌다.

언론사의 사업 모델에 대한 미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독료나 후원 모델을 가진 언론사들의 경우 낙관적인 경향이 있었지만, 광고기반 모델로 이뤄진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의 언론사는 비관적인 전망이 다수였다. 영국의 가디언은 지난해부터 사업 모델을 수정해서 독자가 직접 구독료를 내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안정적인 구독료 사업모델의 측면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구독자를 늘리는 것은 바로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많은 언론사가 익명의 웹 이용자를 충실한 구독자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조사 응답자의 61%는 언론사가 독자 데이터를 파악하는 데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이 뉴스 채널로 점차 두드러지면서 알림 기능이나 잠금화면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69%의 응답자가 뉴스 알림이 2017년에 매우 중요한 것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알림 기능과 잠금화면이 언론사의 웹 사이트나 앱으로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17년의 또 다른 논란으로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이마케터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에서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 올해 24%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언론사는 광고 차단이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차원에서 허용 가능한 광고에 대한 의견을 모으려는 시도가 있을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 광고가 줄어들고 네이티브 광고가 늘어남에 따라서 언론사가 스튜디오를 만들어 직접 광고를 제작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화형 기술의 융성

메신저 이용자 수가 소셜미디어 이용자 수를 넘어서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월간 이용자 수가 10억 명을 넘었고, 페이스북과 왓츠앱 일간 메시지 수가 600억 개를 넘었다. 사람들은 공적 네트워크보다 사적 메신저를 더욱 선호하게 됐다. 기존에 메신저가 언론사의 접근이 어려운 영역인 데 반해 봇 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그 가능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봇이라는 지능적 컴퓨터 프로그램은 마치 이용자와 대화하듯이 소통할 수 있게 해주었다. CNN, 월스트리트저널,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등 언론사가 메신저 봇을 개발해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봇은 기사의 업데이트된 내용을 알려주거나 추천 기사의 목록을 보여주고 이용자의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는 일을 한다. 아마존은 음성 비서 ‘알렉사’를 내놓았고 구글도 ‘구글 어시스턴트’로 이용자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알렉사와 구글 음성 비서 플랫폼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언론사도 벌써 5,000여 개의 실행 명령을 만들었다. 쿼츠 봇스튜디오도 나이트재단으로부터 24만 달러를 지원받아서 뉴스봇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의 풀팩트는 이미 실시간 기자회견에서 팩트 체킹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Le Monde)도 정치인의 진술을 팩트체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상품 추천, 스토리텔링, 직접 구매 등을 할 수 있는 상업용 챗봇 대화형 기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바야흐로 2017년은 대화형 기술의 전성시대가 열릴 원년이 될 것이다.

음성 기반 플랫폼이 홈 디지털 생태계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 음성 플랫폼이 터치스크린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시장을 성장할 가능성은 크다. 예를 들어 손과 눈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뉴스를 읽어주거나 조리법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인터넷은 스마트폰 안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집이나 자동차에서 언제나 쓸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언론사의 28%는 2017년에 음성 비서와 관련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팟캐스트, 라디오와는 다른 음성 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5,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매달 음성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만 해도 23%나 성장했다. 페이스북 라이브 오디오가 2017년에 서비스될 예정이고 만약 성공을 거둔다면 트위터를 비롯한 다른 플랫폼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200여 개 자동차 모델에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가 장착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오디오 이용자에 대한 데이터가 불완전했었지만, 닐슨에서 도입한 새로운 측정 시스템을 이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한 광고의 집행 또한 쉬워질 전망이다. 이러한 소식은 최근에 전성기를 맞이한 팟캐스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동영상 뉴스와 가상현실

스마트폰 보급률의 증가, 인터넷 접속 속도 개선, 클라우드 서비스 및 동영상 편집 비용의 하락 등의 요인에 기대어 최근 온라인 비디오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페이스북, 스냅챗은 이용자가 동영상을 더욱 쉽게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제니스의 분석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하루에 평균 19분 정도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2018년이면 현재보다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동영상의 경우 광고 수익이 높아 언론사들이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 분야다. 소셜미디어용으로 제작한 동영상부터 짧은 뉴스 클립과 장편 동영상까지 다양한 형태의 동영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2017년에는 표준화한 동영상 포맷이 정착되기보다는 360도 동영상과 가상현실 동영상 등 새로운 형태의 동영상 실험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2016년에 가장 많이 화제가 된 플랫폼 서비스는 ‘페이스북 라이브’라고 할 수 있다. 아직 그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략 전문가 애덤 틴워스는 “소셜미디어의 라이브 방송은 실시간 업데이트를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욕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며 서서히 받아들여질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트위터도 지난 미 대선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페이스북 라이브’는 상품 가치가 있는 음악과 스포츠 분야에 360도 기술을 결합해서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상이다. 텍스트를 분석해서 자동으로 비디오를 제작하는 ‘윕비츠’나 텔레비전 방송을 잘라서 다양한 플랫폼을 내보내는 스내피TV 같은 도구는 동영상 뉴스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것이다. 버즈피드와 바이스는 동영상으로 성장한 모델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도 문화, 여행, 기술과 사회문제에 관한 필름을 제작해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러한 색다른 주제의 동영상은 네이티브 광고와 만나 새로운 동영상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온라인 비디오와 텔레비전은 경쟁하는 관계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고, 온라인 비디오 업체인 아마존, 넷플릭스와 훌루는 셋톱박스만 설치하면 텔레비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NBC 방송국은 버즈피드와 복스에 투자하는 반면에 유튜브와 베보(VEVO)는 TV 방송국처럼 광고주와 직접 계약하는 관계가 됐다. 스마트TV, 애플TV, 로쿠, 아마존 파이어 등의 기기가 많이 팔리면서 주문형 비디오를 보는 미국 가정이 전체의 5분의 1에 이르렀다.

온라인 동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차별화된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BBC의 ‘탑기어’로 유명한 제레미 클락슨, 제임스 메이, 리차드 하몬드를 영입해서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었다. 텔레비전 뉴스 방송은 젊은 시청자를 잃어가면서 위기에 부딪혔다.

영국과 프랑스의 뉴스 방송은 지난 2년간 35세 이하의 시청자 20%를 잃으며 난관에 봉착했다. 뉴스 전문 채널들도 소셜미디어와 경쟁하면서 더 빠르게 뉴스를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다양한 텔레비전 채널들이 각자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NHK는 1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공개했고 BBC는 15초나 30초 정도의 비디오를 인스타그램에 내보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기술이지만 시장의 잠재력이나 영향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까지 3,000만 개의 기기가 팔리고 관련 수익은 2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는 주로 게임 분야가 중심이지만 교육, 의료, 언론 분야에서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가상현실이 충분히 몰입할 만큼 기술적, 문화적으로 성숙했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가상현실은 단순히 현실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다. 뉴욕타임스 편집자 제이크 실버스타인은 “가상현실은 독자와 현실 사이의 교감이 일어나게 해주는 기술로 기사의 내용을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가상현실 저널리즘의 성공적 사례로 BBC가 제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시리아 난민이 배를 타고 그리스로 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준다. 알츠하이머나 자폐증 환자가 느끼는 일상의 어려움이 가상현실 저널리즘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애플 CEO 팀 쿡처럼 가상현실보다 증강현실이 더 크고 실제적 기술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전망도 있다. 증강현실에 기초한 게임 ‘포켓몬고’의 성공이 이 기술의 대중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우리 시대는 모바일에서 인공지능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이 자연적이고 직관적인 수준에서 일어난다”라고 주장한다.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들어 지능적 컴퓨터와 알고리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분야는 뉴스, 자율주행차, 의학 연구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도입과 함께 문제점 역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챗봇 ‘테이’가 출시된 지 24시간 만에 히틀러를 찬양하거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바람에 운영이 중단됐다. 이러한 이유로 인공지능에 더 투명하고 명확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완전히 독립적인 인공지능 운영보다는 인간의 개입이 아직은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알고리즘을 만들 때도 더욱 주도면밀한 책임성이 요구되는 2017년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더불어 로봇의 등장도 2017년을 주도하는 흐름이 될 것이다. 옥스퍼드대 연구에 의하면 향후 20년간 로봇으로 말미암아 일자리를 잃을 사람이 전체 인구의 47%나 된다고 한다. 마틴 포드는 자신의 책 “로봇의 부상(Rise of the Robots)”에서 로봇의 등장은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새로운 경제적 틀을 짜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동화와 로봇이 가져온 경제적 이득을 바탕으로 인간도 더욱 생산적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복적인 단순노동이 필요한 직업은 로봇이 대체하게 되고 인간은 고차원적 일에 더욱 전념할 수 있다고 한다.

저널리즘계에서는 로봇 저널리즘이 2017년 주요 화두가 되어 로봇이 쓴 기사의 양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AP는 회사 주식과 투자 관련 뉴스를 로봇에게 맡기고 마이너리그 야구 기사도 1만 개 이상을 로봇 저널리즘에 할애할 계획이다. 많은 언론사가 기사를 자동으로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로봇 시스템에 관심이 있다. 윕비츠가 인공지능과 자연어 처리 시스템에 기초해서 텍스트 기사를 비디오로 만드는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유용하다. 2.6테라바이트 용량의 파나마 문건을 인간이 직접 처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로봇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기사로 쓰는 일을 맡는다면 합리적 분업의 적합한 사례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로봇이 인터넷에 있는 유명인의 사진과 데이터를 이용해서 가짜 뉴스를 양산한다면 이보다 큰 재앙이 따로 없을 수도 있다.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이버 공격과 정보 전쟁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나 금융기관에 대한 해킹 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사물인터넷이 성장하면서 네트워크의 취약성도 드러나고 있다. 트위터, 스포티파이, 복스 같은 사이트에 대한 해커들의 디도스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기술적 난점과 더불어 트럼프 정부의 강압적 정책에 대한 반발로 사이버 보안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수사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많아짐에 따라서 사회적 불안감을 불러일으켰으며, 검열에 대한 근심이 암호화된 메신저의 이용자를 늘려주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에 에드워드 스노든이 추천한 강력한 암호화된 메신저 ‘시그널’의 다운로드 수가 폭등한 것이 그 예다.

기술적 전환기를 맞은 2017년

이 보고서는 2017년에 언론사를 중심으로 펼쳐질 기술적 미래에 대한 예상을 담고 있다. 언론사는 늘어난 가짜 뉴스에 대한 해법을 내놓기에 바쁘다. 가짜 뉴스 문제는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페이스북을 비롯한 기술 플랫폼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현재의 인터넷 생태계에서 가짜 뉴스를 해결할 기미는 당분간 보이지 않는다.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언론사와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언론사가 독립 플랫폼으로 나서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언론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동영상 뉴스는 2017년에도 대세가 되어서 다양한 플랫폼에 공급될 전망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소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대화형 봇이 새로운 기술적 변화에 중심이 되고 있다. 언론사도 뉴스봇을 개발해서 메신저 플랫폼으로 진출하고 있다. 로봇이 쓰는 스포츠나 경제 기사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단순히 보고 읽는 텍스트 기사가 동영상으로 제작되고, 이러한 동영상이 가상현실 기술과 결합하는 사례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과 더불어 이에 대한 위험성 역시 제기되고 있어 규제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이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편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해킹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또한, 실제 해킹 범죄의 증가는 사이버 보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7년은 이러한 혁신 기술 속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짜 뉴스에 대한 저널리즘적 성찰이 없다면 정보의 혼탁 속으로 빠져들어 갈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책임이 막중해지는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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