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웹사이트 댓글에 대한 논쟁이 다시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미국공영라디오방송 (NPR) 웹사이트가 지난 8월에 온라인 댓글을 없애버리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흐름은 CNN, 더버지, 토론토스타, 로이터 등 다른 언론사가 참여하면서 웹사이트 운영의 새로운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댓글이 끼치는 부정적 영향과 민주적 토론의 가능성이 혼재된 상황에서 쉽게 속단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세계신문협회가 최근에 발간한 보고서 “댓글은 여전히 중요한가?: 2016년 세계 온라인 댓글 연구 (Do Comments Matter?: Global Online Commenting Study 2016)”를 통해서 댓글에 대한 첨예한 논쟁과 언론사의 대응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보고서는 댓글에 현황과 더불어 댓글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연구를 소개하고 구체적 적용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는 2013년에 세계신문협회가 실시한 비슷한 주제의 댓글 연구를 중심으로 최근에 달라진 악성 댓글 대응, 페이스북 효과, 댓글 폐쇄 등에 이르는 언론사의 변화된 상황까지 다루고 있다.
심각해진 댓글 문제
이 보고서는 지난 석 달 동안 46개국 78개 단체를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와 인터뷰로 수집한 자료를 분석했다. 광범위한 언론 단체를 아우르고 있어서 세계적 흐름을 살펴보기에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다룰 댓글의 주요한 변화로 댓글 폐쇄를 들 수 있다. NPR을 비롯한 유수의 언론사가 댓글 기능을 없애고 있다. 그러나 조사한 언론 단체의 82%는 여전히 댓글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모든 기사에 댓글을 열어 놓는 정책을 펴고 있다.
다수의 언론사가 댓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사의 경우 댓글을 폐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NPR의 디지털 뉴스 편집장 스콧 몽고메리는 “NPR의 댓글이 이용자에게 유용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댓글 폐쇄가 심각한 현상으로 불거진 나라는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온라인 뉴스 사이트인 뉴스24의 전직 편집장 앤드류 트렌치는 “언론사의 편집 기조와 맞지 않은 수많은 증오 발언을 상대해야 하며 그로 인해 독자들이 등 돌리게 되는 상황에 부닥친다”며 그 심각성을 알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디펜던트온라인과 데일리메버릭도 비슷한 이유로 댓글 운영을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댓글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된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재단 모질라와 뉴욕타임스 및 워싱턴포스트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코랄 프로젝트’는 저널리즘을 둘러싼 더 나은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코랄 프로젝트’가 미국 150여 개의 언론사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댓글은 논쟁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의견이 53%였고, 미래의 기사에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의견이 53%, 주장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의견도 47%였다. 이처럼 댓글의 긍정적 기능에 대한 믿음은 여전했다.
온라인 어뷰징, 증오 표현, 트롤링(Trolling, 화를 내도록 도발하는 행위)이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부정적 기능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며 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나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퓨리서치센터가 2년 전에 조사한 보고서에서 이용자의 40%가 개인적으로 온라인 어뷰징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기자의 65%가 트롤링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심지어 기사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욕설이나 어뷰징이 자행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기업, 이해단체에 의한 조직적 트롤링이 성행하면서 언론사나 기자를 상대로 트롤이 이뤄지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에 관한 헤이그 중재재판소 판결 직후 필리핀 신문 필리핀스타 홈페이지는 중국 트롤이 몰려와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기사별 댓글을 분석했는데 의견 기사가 가장 많은 수의 댓글을 유도했고 다음으로 분석 기사 순이었다. 선동적 댓글이 몰리는 기사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유럽은 이민과 정치 기사에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우크라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러시아 트롤이 독일 신문사 쥐트도이체차이퉁에 댓글을 과도하게 올려서 결국 댓글 운영을 접게 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정치와 인종 문제를 다룬 기사가 가장 심각한 댓글 폭력에 시달렸고, 아시아와 중동에서는 정치와 종교 문제가 댓글의 홍수를 불러왔다.
부정적인 댓글이 증가하는 것은 언론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되기 때문에 언론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히 수순이다. 부정적 댓글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전담 직원을 고용해 댓글을 직접 관리하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사의 경우 충분한 자원이 없어서 이 또한 쉽지 않다. 남아공의 뉴스24가 댓글 기능을 없애기 전에 했던 실험으로 댓글 사전승인제도가 있다. 댓글이 발행되기 전에 언론사 직원이 사전에 검토하는 방법이다. 하루에 5,000건 이상의 댓글이 쏟아져 자체의 직원만으로는 도저히 관리가 힘들어서 포기하게 됐다. 브라질 최대 미디어 그룹 그루포RBS의 편집 부사장 마르첼로 렉은 “댓글을 관리하는 것은 자원 낭비다. 악성 댓글을 읽고 지우는 데 쓰는 자원으로 기사의 수준을 더 높이는 게 더 나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댓글 관리에 드는 비용과 자원을 줄이려고 외주로 돌리는 언론사도 늘어나고 있다. 댓글 관리를 외부에 맡기거나 폐쇄하는 전략이 언론사 내부의 효과적 자원 관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반드시 긍정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전략 컨설턴트 엠마누엘 칼스텐은 “댓글을 외부에서 관리하는 것은 기자나 언론사가 독자의 의견에서 멀어지게 하며 결국 관심을 가져야 할 독자 커뮤니티를 소외시키게 된다”라고 주장한다.
댓글과 페이스북
댓글 관리에 드는 비용의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남아공 법에 따르면 언론사가 댓글을 관리하게 되면 그 법적 책임이 고스란히 언론사에 이관된다. 최근에 브라질 한 신문사도 사실이 아닌 댓글 때문에 벌금을 물어야 했다. 에스토니아의 온라인 뉴스 포탈 델피는 이용자의 악성 댓글로 불거진 문제를 책임져야 했다. 아직 많은 나라에서 온라인 학대에 대한 규칙이나 규제가 없기 때문에 언론사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이 때문에 언론사가 댓글 문제에 접근하는데 소극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부적절한 댓글을 지우고 불만을 상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언론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간다의 더옵저버미디어 온라인 편집자 프랭크 키사키는 “한편으로 불쾌한 표현이 다른 시각으로 볼 때는 표현의 자유일 수도 있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뉴욕타임스는 댓글의 15%를 삭제하고, 스위스 노이에취르허차이퉁은 댓글의 10%를 지운다. 이러한 정책에 대해 사용자들은 검열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려고 댓글에 관대하게 대응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 편집장 울프갱 크레치는 “표현의 자유는 표현의 남용이 아니고, 우리 신문사는 트롤이 마음대로 발언할 수 있게 하는 토론장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민주적 토론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악성 댓글을 억제하는 균형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 법적 어려움에 부닥친 언론사에 어떤 댓글 정책을 펼칠 것인지는 어려운 책무가 됐다.
댓글을 없앤 뉴스24나 NPR의 댓글 이용자는 전체의 1%도 되지 않았다. 이들 언론사는 저조할 이용률을 근거로 댓글을 없애고 그 자원을 소셜 미디어로 옮겼다. NPR 디지털 편집자 몽고메리는 “사람들이 우리 언론사와 소통하는 공간은 이제 소셜 미디어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소셜 미디어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낮은 댓글 이용률과 댓글 관리의 고비용을 고려하면 댓글 기능을 소셜 미디어로 옮겨가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로이터연구소에서 나온 “2016년 디지털 뉴스 보고서”는 26개국 사람들의 51%가 매주 소셜 미디어로 뉴스를 접한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미국 텍사스대에서 시행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55%가 온라인 댓글을 남겼는데, 그중 77.9%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였다. 소셜 미디어 가운데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것은 페이스북이었다. 앞서 언급된 로이터연구소의 조사 결과에서 44%가 페이스북을 뉴스 읽기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매거진 ‘미스’의 커뮤니티 관리자 한나 그레이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페이스북으로 찾아가서 소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사한 언론사의 45%가 페이스북 댓글 기능을 이용하게 하고 있었다. 댓글 영역에서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 의존하는 전략은 독자와 교류를 늘리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언론사의 운명이 페이스북의 정책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자체 알고리즘을 어떻게 바꾸든지 언론사에 알릴 필요가 없다. 이 연재에서 2016년 4월에 다룬 적이 있는 에밀리 벨 교수의 강연은 언론사가 독자와의 관계와 정보를 페이스북에 넘기는 위험성을 상세히 지적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공공의 이해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서 행동한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이 언론사와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언론사 웹사이트의 댓글 기능을 없애고 소셜 미디어의 댓글로 대체하는 현상에 회의적인 시각 역시 존재한다. 텍사스트리뷴의 최고 고객 책임자 아만다 자모라는 “대화 창구를 소셜 미디어에 넘기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연시키게 된다”라고 주장한다. 댓글을 통해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면 독자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할 수 있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독자와 대화를 포기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
진화하는 댓글 관리
댓글 기능을 버리는 언론사가 늘어나는 가운데 댓글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언론사가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댓글 관리를 가장 성공적으로 하는 언론사로 뉴욕타임스가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수준 높은 댓글과 풍부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댓글의 우수 이용자를 선정하고 좋은 댓글은 심지어 홈페이지 중앙에 배치하는 방법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양질의 댓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뉴욕타임스 기사의 10% 정도가 댓글을 허용하고 있다. 꼼꼼하게 댓글을 관리하려는 조치다.
뉴욕타임스는 처음에는 틀린 맞춤법과 비논리적 댓글을 삭제하는 사전승인제도를 철저하게 따랐다. 댓글이 폭증하면서 엄격한 기준을 완화하고 허가율을 기존의 50%에서 85%로 올렸다. 뉴욕타임스 커뮤니티 편집자 베시 에팀은 “우리는 여전히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고, 온라인 예의를 지키는 토론 문화를 존중하며, 트롤링을 걸러내기 위해서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증가하는 댓글에도 일관된 수준의 댓글 문화를 지켜내기 위해서 몇 가지 원칙을 마련했다. 어떤 댓글을 권장하고 어떤 댓글을 지우는지에 대한 명확한 댓글 지침을 공시하고 있다. 댓글 이용자가 걱정하는 사안이 생기면 편집자가 직접 나서서 주의 깊게 문제를 해결한다. 특히 소수 의견이 다수에 의해서 무시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욕설이나 온라인 학대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문제 해결에 나선다. 댓글 관리는 온라인 문화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론사 수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댓글 이용자가 유료 구독자가 되고 있다. 댓글 같은 관여도 높은 행위가 늘어나면 구독자 수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뉴욕타임스의 엄격한 댓글 관리와 투자는 토론을 끌어내는 동시에 이익을 얻는 효과가 있었다.
언론사의 60%가 최근 3년간 댓글을 관리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강화된 댓글 관리’(22%), ‘제한된 주제 중심으로 댓글 개방’(19%), ‘댓글을 개방하는 기사 수 제한’(16%) 등이 있다. 언론사가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관계를 맺고 참여시키는 실험이 댓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코랄 프로젝트’는 댓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언론사의 고민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비전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용자가 맡은 역할은 어떤 것인가? 아직 많은 언론사가 명확한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다양한 노력을 통해 그 해법을 찾으려 한다. 그 실마리는 인터넷의 성장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언론사에 기대하는 관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코랄 프로젝트’ 리더 앤드류 로소스키는 “사람들이 저널리즘 소명에 공감할 수 있도록 뉴스룸을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는 댓글을 기사 내용으로 보는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베시 에팀은 컬럼비아대 댓글 워크숍에서 이렇게 말했다. “댓글을 쓰는 독자는 뉴욕타임스 편집자의 평가를 받으며 자신들이 기자와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만큼 댓글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러시아 트롤의 광범위한 공격 때문에 댓글을 닫은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현재 하루에 세 개에서 다섯 개 주제로 집중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독자에게 열어 놓았다. 그리고 파나마 문건 기사에 달린 질문 댓글을 바탕으로 후속 기사를 보도해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시도는 독자와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건전한 댓글 공간을 가진 언론사일수록 명확한 댓글 지침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국의 가디언은 인종이나 이민 같은 논쟁적 주제의 기사의 경우 댓글을 허용하는 기사 수를 제한하고 있다. 엄격하게 댓글을 관리해서 온라인 어뷰징을 막겠다는 의도다. 뉴욕타임스는 댓글을 개방하는 기사를 고를 때 뉴스 가치나 독자의 관심사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선택한다. 뉴욕타임스의 베시 에팀은 “우리는 댓글의 양을 중시하지 않고,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댓글을 더욱 존중한다”라고 말한다. 댓글을 공개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가디언은 3일 동안 댓글을 개방하고 뉴욕타임스는 24시간만 댓글을 허용한다. 건전한 댓글 토론을 목적으로 이용자의 실명을 요구하는 언론사도 있다. 하지만 실명제는 소수 의견을 더욱 제한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승인된 댓글 이용자’라는 제도를 시행해서 좋은 댓글을 권장하고 있다. 댓글을 많이 쓰고 좋은 평가를 받은 이용자는 편집자의 관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댓글을 등록할 수 있다. 레딧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서 ‘승인된 댓글 이용자’에게 다른 댓글을 지울 수 있는 더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댓글에 ‘좋아요’와 ‘싫어요’ 버튼을 도입하고 잘 쓴 댓글을 예시하는 것도 좋은 댓글을 권장하는 방법이다.
기자에게 독자는 어렵고 모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많은 언론사는 독자를 더 잘 알기 위해 기술적 해결책을 찾고 있다. 아직은 제한된 기능, 경직성, 광고주와 이해관계 상충 등의 이유로 불만이 많은 편이지만, 자체 댓글 시스템을 개편하거나 기술 회사와 합작을 통해 방법을 찾고 있다. 언론사들이 추구하는 기술은 주로 인공 지능이나 자가 학습 능력이다. 알자지라는 감정 분석이나 악성 댓글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탠퍼드대와 코넬대 합작팀은 처음 다섯 개의 댓글을 읽고 트롤링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탄탄한 댓글 커뮤니티를 만든 언론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댓글을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나 장기적 목표 설정에 활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의 댓글 개방 기사 비율 10%를 장기적으로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직원을 늘리지 않고 자동화나 기계 학습 기술을 이용해서 그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그 목표다. 게다가 댓글을 기사로 바꾸는 실험은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부르키니’ 논란에 대한 무슬림 여성의 댓글만 가지고 기사로 작성하기도 했다.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든다. 댓글을 잘 활용한다면 저비용으로도 좋은 기사를 얻을 수 있다.
댓글의 가능성과 한계
댓글 관리에서 정도가 있는 건 아니다. 언론사마다 저마다 다른 독자 문화를 가지고 있고 비즈니스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법적, 사회적 제한에 따라서 댓글을 관리하는 방법을 다르게 할 수밖에 없다. 언론사들은 전략적 우선순위와 비용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독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독자의 정보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립되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로 댓글을 넘기는 것이 과연 합리적 선택일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 보고서는 언론사 댓글 관리를 통해서 일어나는 역학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댓글 관리는 커뮤니티와 기사 내용 향상에 기여하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NPR의 댓글 폐쇄나 소셜 미디어 통합 기능은 미래를 향한 행보일 수도 있다. 비효율적 관리보다는 소셜 미디어로 집중하는 변화는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댓글 관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 기회이지만 독자와의 관계를 관리하는데 소셜 미디어라는 새로운 변수가 개입되는 순간이다. 악성 댓글이라는 부정적 요인을 줄이려다 자칫 독자와 멀어지게 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댓글 공간은 독자의 불확실한 행동이 개입할 수도 있고, 반면에 좋은 의견이 몰려와 언론사 기사를 풍성하게 해줄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댓글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변화한다. 독자의 의견이 표현된 댓글이 트롤의 놀이터가 되느냐 건전한 토론장이 되느냐는 언론사의 판단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 월간 신문과방송 2017년 1월호에 기고한 ‘해외 미디어 보고서 들춰보기‘ 연재글입니다.
- 그림 | 류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