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가 높은 기사가 과연 좋은 기사일까? 사이트 방문자 숫자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조회 수, 방문자 수 같은 통상적인 통계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나. 없다면 이 시점에서 한 번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통계와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저널리즘 모델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톰 로젠스틸 미국언론연구소 (API, American Press Institute) 소장이다. 이 글은 그가 쓴 보고서 ‘저널리즘의 숨은 문제 해결하기: 형편없는 애널리틱스 (Solving journalism’s hidden problem: Terrible analytics)’의 내용을 소개하고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데이터
이 보고서는 지난 2년간 55개의 언론사에 실린 40만 건의 기사를 분석해서 얻은 결과이다. 이 분석을 하기 전에 기존 데이터 구조를 철저하게 고찰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미 디지털 시대가 전개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우리는 초기에 만든 데이터와 분석틀을 무비판적으로 가져와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사이트의 방문자를 각기 다른 사람으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의 애널리틱스는 똑같은 사람이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로 뉴스 사이트에 접속하더라도 세 명의 다른 사람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 동일한 사람을 중복 계산할 여지가 있다. 게다가 그 사람이 인터넷 쿠키를 삭제하고 들어온다면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단순히 기사의 조회수가 높다고 해서 성공한 저널리즘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것만으로 수용자가 그 기사를 좋게 보는지, 아니면 짜증을 느끼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인터넷 화면으로 기사를 보면 집중력과 인내심이 떨어져서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저스틴 비버 같은 연예인 기사나 도널드 트럼프 헤어스타일의 비밀 7가지 등 리스트를 정리한 기사를 더 많이 클릭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주로 컴퓨터로 작업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서 만들어진 것이라서, 스마트폰으로 책도 읽고 방송도 보는 요즘 환경에는 맞지 않는다. 사람들이 스크롤 하면서 자세히 읽는 기사는 어떤 것이며, 소셜미디어에 공유를 많이 하는 기사는 어떤 것인지 등을 고려한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낡은 데이터만 가지고 수용자를 파악하기에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역 언론사가 페이스북이나 버즈피드 같은 첨단 데이터 중심 사이트와 경쟁해서 살아남으려면 수용자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층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 분석틀을 새롭게 짜기 위해서 저널리즘 관점에서 근본적 질문을 이제 던져봐야 한다. 기사가 다루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어떤 기사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 수용자가 특정한 뉴스에 관심을 두는 지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왜 그 기사를 읽어야 하나? 이런 질문에 답하면서 기사를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데이터로 재구조화시키는 과정이 요구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무슨 기사를 써야 하고, 어떻게 수용자가 기사에 관심을 두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 애널리틱스 ‘관심 지수’ 개발
언론사마다 기사를 주제별로 분류하는 체계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사를 쓰게 된 계기나 방식을 기준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다. 기자가 독창적 아이디어로 쓴 기획 기사인가? 속보를 단지 업데이트한 기사인가? 기사 스타일의 객관성을 유지한 전통적 기사인가 아니면 보다 주관적 의견이 들어간 기사인가? 기사가 오디오나 사진 같은 비서사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가? 기사가 소셜미디어에 얼마나 특화되어 있는가? 이런 새로운 층위의 태그를 활용하면 기존의 데이터도 얼마든지 저널리즘의 요소를 고려한 데이터로 변환시킬 수 있다. 단순히 조회수만 가지고 기사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뉴스의 주제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스타일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용자들이 모든 주제에 대해 동등한 양의 기사를 읽지는 않을 것이다. 수질의 문제를 다룬 기사와 스포츠 결승전에 관해 쓴 기사의 조회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의 책임감을 고려한다면 조회수가 높은 기사만 쓸 수는 없다. 그리고 기사로 많이 내보낸다고 반드시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잘 만들어진 데이터를 활용하는 언론사는 많은 기사로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톰 로젠스틸은 효과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 국내총생산(GDP)이나 소비자물가지수 같은 척도를 개발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기존의 데이터 측정을 보완하고 수용자 조사를 결합해 만든 새로운 애널리틱스이다.

이 보고서의 연구팀은 55개의 언론사와 협력해서 태깅 앱을 통해 기사의 데이터를 정교하게 다듬고 고쳐왔다. 언론사들이 성공적인 기사에 집중하면서 지난 2년간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왔다. 다양한 가설과 이론을 검증하면서 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를 높여왔지만, 언론사마다 다른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언론연구소는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관심 지수 (Engagement Index)를 개발하였다. 이는 조회수에 35%, 기사 읽는 시간에 40%, 소셜미디어 공유 수치에 25%의 가중치를 준 후에 계산한 지수이다. 각각의 요소는 기존의 통계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수용자 조사로 얻은 데이터를 고려해서 변형했다.
수용자의 관심을 받는 기사
이 보고서가 밝힌 가장 주목할만한 결과는 기획 취재 기사가 다른 기사보다 무려 48%나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기획 취재 기사는 다른 기사에 비해 83%나 많은 조회수를 얻었고, 기사를 읽는 시간의 양이 39% 이상 더 많았으며, 소셜미디어 공유의 횟수 측면에서는 무려 109%나 높았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긴 기사가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이다. 문제는 기획 취재 기사는 전체 기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획 취재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기획 취재 기사도 스마트폰 중심의 환경에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이런 기사를 보게 되는데, 홈페이지 개념이 사라지고 독자적인 기사만 접하게 된다. 하나의 기사에 모든 정보를 집어넣고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수용자에게 다가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뉴욕타임스가 하는 방식처럼 긴 기획 기사를 헤드라인, 그래픽, 동영상 등으로 나눠서 포인트가 되는 것을 강조하는 게 더욱더 효과적이다.
이 연구를 통해 얻은 두 번째 결과는 사람들은 긴 기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흔히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이 짧은 기사만 선호할 것이라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었다. 평균 1,200자 정도의 긴 기사에 관한 관심 지수가 23%나 높게 나왔다. 사람들은 잘 쓴 기사라면 길이에 상관없이 관심을 두고 보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데스크톱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에서 긴 기사에 더 관대하게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사진이 들어간 기사는 19% 정도 관심도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었다. 사진이 2장 이상이 되면 관심도가 43% 증가했다. 사진의 효과는 기사의 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났다. 정부 관련 기사에 대한 관심도는 75%로 큰 폭으로 증가했고, 스포츠 기사에 대한 관심도는 43% 높아졌지만, 음식이나 식당 기사는 흥미롭게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디오나 비디오도 대체로 비슷하게 36% 정도 관심도를 올려주었다. 특히, 오디오나 비디오는 중간에 광고를 넣어서 언론사 수익에 기여할 수 있음으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내용이다.
기사의 패턴을 파악하는 앱을 개발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사를 수정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 실험의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기사의 내용이나 형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많은 지역 언론사도 커뮤니티에 특화된 내용으로 더 많은 방문자와 트래픽을 끌어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의 한 신문사는 환경 문제에 특화된 기사를 늘리면서 조회수가 121%나 증가하였다. 지역의 독자와 관심사를 잘 파악해 기사로 반영하고 새로운 애널리틱스에 따라서 꾸준히 관찰해서 얻은 성공적인 사례다.
독립된 애널리틱스 구축의 희망
이 글은 오래전에 개발된 데이터 수집 방법이 가지고 있는 난점을 지적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모델의 애널리틱스는 소극적으로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벗어나 저널리스트들이 나서서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를 수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심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널리즘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수용자의 관심을 잡아둘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이 연구의 새로운 실험으로 알게 된 통찰도 상당하지만, 장기적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성과를 가져올지도 미지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애널리틱스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모델은 처음부터 저널리즘 관점을 고려해 만든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의 저널리즘은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갈릴 것이다. 저널리즘의 전반적 환경을 고려한 독립된 애널리틱스가 저널리즘의 위기에서 구해줄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