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텔사가 AMC 텔레비전 시리즈의 설정을 빌려와 바비인형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매드맨은 아이들 인형의 소재로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술과 담배 그리고 혼외정사를 아이들 인형의 세계로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 비서 조앤의 풍만한 몸매는 밋밋해졌고, 사무실에서 술과 담배는 사라졌다. 돈 드레이퍼의 어두운 과거는 인형 세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동화판 매드맨은 내용 없는 화려한 스타일처럼 느껴진다.
어린이 장난감으로 적합하지 않은 드라마가 인형으로 태어난 것은 그만큼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증거다. 매드맨이 아이들 세계로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서미스트릿에서 이미 패러디로 매드맨을 써먹은 적이 있다.
1959년에 태어난 바비와 60년대 광고업계를 다룬 매드맨은 모두 60년대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둘의 조합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미국의 60년대는 진보적 사회운동이 태동하던 시기였으며 동시에 소비주의, 광고도 꾸준히 성장하던 시대였다. 대중문화와 소비주의가 만나던 시절에 대한 노스텔지어마저 느껴진다.
바비의 화신, 베티 드레이퍼의 미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교외의 주택에서 누리는 안정적 삶을 희망하던 바비는 남편의 바람으로 그 꿈이 뿌리째 흔들리고 거짓 미소마저 지어야 했다. 속으로 메말라가는 바비, 돈 드레이퍼의 사생활만큼 혼란스러운 60년대 문화가 매드맨 바비인형 세트에 담겨 있다. 태풍처럼 격정적 드라마가 잔잔한 동화로 바뀌어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인터넷의 세계에서 성인문화와 아이 문화의 벽은 아주 얇다. 아이들 패션 잡지도 나오는 세상에서 매드맨과 바비의 만남은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매드맨의 이야기가 아이에게 충격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른 같은 아이, 아이 같은 어른은 이제는 별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