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 스트로스를 추억하며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 1908-2009)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그의 삶에 관한 글은 뉴욕타임스 부고기사를 추천한다. 이보다 짧지만 중요한 흐름을 잘 잡은 BBC 기사도 읽어볼 만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구조주의 철학에서 빠질 수 없는 레비-스트로스와 연관된 나의 추억이란 대부분 책이나 논문이다. 대학원에서 이론 수업을 들을 때마다 구조주의 철학에서 그는 항상 등장하는 학자였다. 그는 소쉬르가 마련한 구조주의 언어학을 인간의 삶에 처음으로 적용해서 구조주의 인류학 연구의 장을 열었다. 그는 서구 문명사회에 관해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미개하다고 무시만 했던 원시사회를 똑같은 시각으로 접근했다. 그의 철학인 구조주의는 서구사회나 원시사회에 공통된 구조를 찾는 일이었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는 푸코, 라깡, 바르트 등 후기구조주의의 비판을 받으면서 역사 속으로 잊혔지만 구조주의가 남긴 유산은 무시할 수 없다. 후기구조주의도 인간사회를 관통하는 보편적 구조는 부정했지만 구조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했다. 인간사회의 작동원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구조주의 유산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후기구조주의와 막시즘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그러다 보니 구조주의에 대한 비판하게 되었다. 레비-스트로스는 넘어야 하는 산이었고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의 글에 줄을 그어가며 내 생각을 정리하며 비판하는 동안에 그와 나는 굉장히 친숙한 논쟁자처럼 느껴졌다. 말을 한 번도 섞어본 적이 없었지만 내 머릿속에서 레비-스트로스와 푸코가 논쟁하는 상상도 자주 하게 되었다. 나는 항상 푸코의 편이었지만 레비-스트로스 선생의 입장도 이해 못 하는 바도 아니었다.

레비-스트로스의 글은 많이 읽었지만 그의 삶에 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후기구조주의자들도 이미 세상을 떴기 때문에 이분도 이미 오래전에 저세상으로 가신 줄로만 알았다. 신화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은 기억나지만, 아마존 부족사회에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잘 모른다. 그의 삶에 대한 글도 한번 읽어볼 생각이다. 그의 이론의 잉태한 삶은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레비-스트로스에 대한 사상적 추억도 나의 경험이다. 비록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학자이지만 그의 글에 대한 나의 기억은 각별했다. 안녕,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몸은 떠났지만, 그의 글은 아직도 논쟁거리를 던져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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