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레시브 보험회사에서 게이(동성애자)가 등장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뉴욕지역에서 방송했다. 프로그레시브에서 공식적으로 게이 커플이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광고에 등장하는 게이를 상징하는 기호들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한 남자는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지개는 동성애의 전형적인 상징이다. 그리고 말투도 특유의 게이 억양이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 역시 커플처럼 그윽하다. 광고에서도 게이 커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인가?
텔레비전에서 동성애 캐릭터가 등장한 시기는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최초로 게이가 주인공인 텔레비전 시리즈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NBC에서 방송한 “윌 앤 그레이스”이다. 그전에는 게이가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잠시 등장할 뿐이었다. 현재 미국 시민사회에서 가장 왕성한 운동이 바로 동성애 운동이다. 동성애 결혼 허용 문제를 놓고 각 주 정부에서 국민투표, 대법원판결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광고업계 종사자들 가운데 게이들이 많은 편이지만 광고주들은 보수적이라서 게이 캐릭터를 광고에 넣기를 꺼렸었다. 동성애 운동이 커지면서 동성애 소비자를 고려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인가. 프로그레시브 광고처럼 동성애를 모호하게 처리하는 전략을 통해서 그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공개적으로 게이 소비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아직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모호한 상징을 통해서 암시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뉴욕지역에 광고한 이유도 게이 인구를 고려한 것이다.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와 더불어 뉴욕은 게이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게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게이를 사회적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보수적 종교단체와 게이 단체의 싸움이 광고계에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