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 크리스마스 카드

시체를 해부하고 있는 의대생, 요즘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사진이 크리스마스 기념카드에 등장했다. 존 워너와 제임슨 에드먼슨이 쓴 책 ‘해부’에 나오는 사진이다. 1880년대에서 1930년대까지 진짜 시체 앞에서 의대생들이 찍은 사진이 상당히 남아있다. 이런 사진의 유행에는 ‘해부자’와 ‘해부당하는 자’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 시대의 해부실습용 시체는 주로 연고를 알 수 없는 흑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공동묘지에서 해부용 시체를 가져오는 사람을 칭하는 직업까지 있었다고 한다. 갱들도 이 사업(?)에 상당히 관여했던 것 같다. 그런 연유로 시체를 존중하는 문화가 드물었다.

해부실습 과정을 통과한 의대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었다. 이런 관행이 사라진 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시체를 기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시신 기증문화가 퍼지면서부터다. ‘해부자’와 ‘해부당하는 자’의 관계에 변화가 일어났다. 시체는 더는 이름 모를 흑인이 아니라 의학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증하는 사람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진은 현대의 눈으로 바라보면 아주 충격적이겠지만 당대의 집단적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이다. 의대생이 겪었을 공포와 도덕적 고뇌, 혹은 개인적 성취의 뿌듯함이 이름 없는 시신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당대에는 기념사진이었던 이 사진들은 백인 의대생의 일상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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