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동영상의 새창구

미국에서 동영상 서비스는 단연 ‘유튜브’다. 유튜브가 거의 독점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 부문별 동영상 서비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동영상으로 훌루가 광고기반 서비스로 비약적으로 도약했다. 텔레비전처럼 프로그램에 중간광고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출발한 훌루는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었다. 수익성만 따지면 유튜브보다 훨씬 낫다. 대학강의 동영상은 애플의 ‘아이튠즈유’가 방대한 강의 동영상을 확보했다. 당장 지금이라도 옥스퍼드 대학이나 스탠퍼드 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미술 동영상을 공유하는 아트베블(Artbabble)의 등장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유튜브에도 미술 관련 동영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뮤직비디오나 패러디 동영상 등에 파묻혀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다양한 미술 관련 단체의 후원으로 유튜브에서 독립된 사이트로 ‘아트베블’이 인터넷에 첫선을 보였다. 동영상은 주로 아티스트나 큐레이터 인터뷰, 미술 다큐멘터리 등 미술관련 동영상이다. 대충 훑어봤는데도 고급 정보가 수두룩하고 볼거리가 상당하다. 현재 후원단체로 뉴욕공공도서관, 스미소니언 박물관, 로스앤젤레스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이 있으니 동영상의 수준은 말이 필요 없다. 아트베블은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이 주축이 되어 만든 사이트이지만 다른 기관이나 단체도 자유롭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개방된 동영상 서비스다.

미술관 자체 홈페이지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할 수 있지만, 더 많은 미술 대중을 만나는 데 한계가 있다. 미술 전문 동영상 사이트가 성공한다면, 미술애호가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전시회 정보를 얻거나 아티스트 인터뷰도 볼 수 있고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아트베블은 유튜브처럼 댓글을 달 수 있고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옮겨 심을 수도 있다. 각 미술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있는 동영상이 한군데로 모이니 그걸 보려고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다. 아트베블은 그런 틈새시장을 공략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아직 그 성공 여부를 논할 시점은 안되지만, 성공적 사례를 남겨주면 좋겠다. 미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전문 동영상 사이트가 들불처럼 번져가면 동영상 사이트도 그만큼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트베블은 미술관 홍보 창구로 사용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대중과 만나는 문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층의 미술관 관람 빈도가 낮아지고 있다. 젊은 층의 미술 향유를 높이려면 당연히 젊은 매체인 인터넷으로 미술관이 찾아가야 한다. 아트베블은 개방성에 익숙한 젊은 층을 위해서 인터뷰에 언급된 아티스트의 위키피디아, 외부 홈페이지, 책 정보, 전시회 정보나 심지어 유튜브 동영상 링크까지 친절하게 제공한다. 더 많은 미술관이 참여하고 더 많은 방문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다면, 아트베블은 한곳에서 여러 미술관을 경험하는 공유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트베블 사이트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처럼 디자인도 예쁘고 깔끔하다. 시험 삼아 아트베블 동영상을 본문에 심어봤는데 문제없이 빠르게 실행된다. 딜리셔스, 디그, 페이스북 같은 공유사이트로 연결도 편하게 구성되어 있고 동영상을 내려받아 아이팟으로도 볼 수 있다.

아트베블은 인터넷을 통한 공유정신과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이 만나서 탄생한 공간이다. 한국에도 이런 사이트가 생겼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서비스가 포탈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독립된 미술 동영상 서비스가 나오기도 어렵다. 그리고 당장 수익이 나지 않으니 장기적 투자가 힘든 소규모 미술관은 손대기 어려운 서비스다. 아트베블도 볼브라더스 재단이 투자한 5만 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 예술도 경제 논리로만 생각하는 한국의 현 정부에서 이런 프로젝트에 투자할 리도 없다. 아무튼 불경기에 이런 예술 관련 서비스가 등장해서 미술 대중이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 건 기쁜 소식이다. 인터넷 세계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아트베블이 미술전문 동영상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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