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번에 나온 서태지의 두 번째 싱글을 주문하는 편에 같이 산 나윤선의 재즈 음반이 도착했다. ‘여행’ 혹은 ‘항해’라는 의미를 가진 ‘Voyage’라는 음반 제목이 담고 있는 뜻처럼 나윤선은 새로운 음악적 여행을 떠난다. 나윤선은 지난 10년간 함께 해 온 ‘나윤선 퀸텟’을 떠나서 북유럽 출신 뮤지션과 공동작업했다. 그래서였을까. 기존 그녀의 음반과 조금 다른 색깔이 느껴졌다.
이번 음반에는 스웨덴 출신의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Ulf Wakenius)가 참여했다. 울프는 오스카 피터슨의 쿼텟에서 오래 활동했던 기타리스트다. 나윤선은 덴마크에서 열린 재즈공연에서 울프 바케니우스를 알게 되어 그동안 호흡을 맞춰 왔다. 북유럽 재즈 특유의 맬랑꼴리한 감수성의 연주와 나윤선의 음색이 잘 섞인다. 너무 처지지도 않고 적당히 울려 퍼지는 저음은 촉촉하다.
나윤선은 이번 음반에서 에그베르토 지스몬티의 ‘프레보(Frevo)’라는 라틴 음악에도 도전했다. 좀 더 힘을 빼고 불렀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무난하게 잘 소화하고 있다. 냇 킹 콜의 ‘칼립소 블루스(Calypso Blues)’나 톰 웨이츠의 ‘자키 풀 오브 버번(Jockey Full of Bourbon)’도 귀에 속속 꽂힌다. 그리고 나윤선이 작곡한 6곡 중에서 ‘이너 프레이어(Inner Prayer)’나 ‘컴 컴(Come, Come)’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왈츠 리듬 ‘댄싱 위드 유(Dancing With You)’도 잔잔하면서도 경쾌하다. 이 곡은 특히 팻 매스니의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는 묘한 노래다.
각 곡에 대한 평가는 더 들어봐야 알겠지만 대충 첫 느낌은 이렇다. 이전 음반 ‘메모리 레인’은 팝의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음반은 라틴음악이나 미국 민요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지만 약간의 망설임도 느껴진다. 여행 전의 두려움처럼 잠시 지나가는 감정일 수도 있다. 그게 여행 자체를 방해하지는 않지만, 그냥 여행 내내 붙어 다니는 것 같다. 나윤선은 이 음반으로 제6회 한국 대중음악상 재즈 음반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이번 음악 여행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먼 나라로 데려가길 바란다.
다음은 나윤선이 이번 음반이 나올 즈음 예스24와 가진 인터뷰다. 그녀는 불안을 껴안고 사는 가수다.
음악을 하며 살다 보면, 모든 아티스트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늘 불안을 안고 산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계속 내 음악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음악적 불안이 있고,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음악만을 추구하면서 살아도 될까,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같은 불안도 있다. 삶과 음악-혹은 예술-을 양립하는 문제는 늘 불안을 야기한다. 그런 불안이 삶에 긴장을 주기도 하지만 너무 팽팽하게 잡아당기면 어느 순간 ‘팅’ 하고 끊어질 수도 있고, 자기 삶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모든 아티스트는 그런 불안을 억누르며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한다. 그러다 심플하게 곁가지 없이 음악을 하면서도 충분히 삶과 음악을 양립시키고, 게다가 거기에 만족해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큰 위안을 받는다. 아, 저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저런 식으로 살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닫는다. 일종의 역할 모델 노릇을 해주시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곡 ‘더 린든(The Linden)’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