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캐스트’에 3명의 친구를 초대하라는 메일을 받고 잠시 고민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어차피 4월이면 일반에 공개할 서비스인데 뭐하러 이런 수고를 할까였고, 두 번째는 이 서비스가 과연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권할 만한 서비스인가였다. 처음에 네이버 오픈캐스트에 초대를 받았을 때도 무척 망설였던 경험이 있다. 네이버의 폐쇄적 정책을 고려할 때 이 정도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높이 평가해주고 싶었지만, 과연 얼마나 개방할 것인지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오픈캐스트을 시작할 당시에 주어진 정보도 제한적이라서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수락하고 말았다. 일단 발을 담그면서 경험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나오면 되니까 손해 볼 건 없을 것 같았다.
한국에서 독립 서버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 무척 외로운 작업이라서 포탈이 개방한다는 소식은 무척 솔깃하게 한다. 네이버는 다 알다시피 한국 최대의 포탈로 하루에 방문자만 2천만 명에 가깝다. 이 정도 포탈의 메인에 내 블로그를 개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단한 유혹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블로거들도 이걸 네이버에서 만든 ‘다음블로거뉴스’로 생각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음블로거뉴스만큼의 개방성을 확보하지 못한 네이버 오픈캐스트는 그만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두 달 반 정도 오픈캐스트를 운영하면서 드는 생각은 예상했던 것보다 방문자가 늘어나지 않아서 실망이다. 오픈캐스트 구독자가 수만 명쯤 되면 모를까 현재 이 블로그가 확보한 구독자는 고작 737명이다. 초기에는 무섭게 구독자가 늘어나더니 요즘은 하루에 한두 명도 어렵다. 새 캐스트를 발행하면 하루에 수십 명쯤 들어오고 글 발행이 없으면 방문자가 열 명도 되지 않는다. 방문자 증가 효과도 그다지 높지 않았고 기대했던 개방성도 만족할만한 수준이 못 되었다.
이 정도 방문객이라도 유치하려면 생고생을 해야 한다. 오픈캐스트를 발행하려면 8~10개의 글이 필요하다. 개인 블로그가 그 정도 글을 모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글을 등록하려면 일일이 링크 주소와 제목 등을 수작업을 입력해야 한다. 모든 블로그에 기본적으로 있는 RSS 서비스를 이용하면 쉽게 글을 불러올 수 있다. 대부분 메타블로그가 새 글을 등록할 때 쓰는 기술이 이것이다. 네이버는 이런 편리하고 발달한 기술을 내버려 두고 수동으로 등록하는 방법을 택했을까. 이런 노력을 해가며 오픈캐스트를 유지해야 할지 회의가 든다. 정식 서비스가 되면 이런 불편함이 나아질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불만은 오픈캐스트에 네이버 자체 캐스트 위주로 채운다는 것이다. ‘감성지수 36.5’, ‘생활의 발견’, ‘요즘 뜨는 이야기’ 등은 이전에 네이버가 기본으로 띄우던 서비스였다.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으로 제일 먼저 보여주는 오픈캐스트가 바로 네이버 자체 캐스트다. 이들 캐스트가 확보한 구독자도 현재 18,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천만 명 방문객을 생각할 때도 너무나 적은 숫자다. 대부분 사람은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픈캐스트나 뉴스캐스트를 즐긴다는 얘기다. 오픈캐스트가 개방적이길 지향했다면 네이버 자체캐스트보다 외부캐스트를 적극적으로 개방했어야 한다.
오픈캐스트의 정체성도 상당히 모호하다. 나는 이게 블로그캐스트라고 이해했는데 네이버가 의도한 것은 링크수집가였던 것 같다. 비유하자면 글을 생산하는 작가가 아닌 장서를 수집하는 사람이다. 물론 블로거에게도 이 서비스를 개방하고 있지만, 서비스의 기술은 링크수집가에게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블로거가 주요대상이었다면 RSS 기술를 통합하여 최근 글 수집에 중점을 맞췄을 것이다. 오픈캐스트는 뉴스캐스트 바로 아래에 있을 만큼 강력하게 미는 서비스이지만, 정보 수집가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의 생산자와 정보의 수집가 중 어느 쪽이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중요한 정보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네이버가 기왕에 개방정책을 추구했다면 정보 수집가보다 정보 생산자에게 더 접근했어야 한다. 오픈캐스트는 수동 북마크공유 서비스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블로거를 적극적으로 껴안을 것인가. 지금은 그 기로 서 있는 상태다.
네이버 검색에서도 네이버가 가진 폐쇄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블로그 글의 상당수는 네이버 카페나 네이버 블로그에 불법 업로드 되어 있다. 불펌을 하는 개인을 크게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네이버 검색이 더 큰 문제다. 네이버 검색에서 내 글보다 불펌글이 먼저 나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같은 내용이라면 네이버 자체 글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우리는 폐쇄성을 읽을 수 있다. 원본 글보다 네이버 고객이 불펌한 글에 검색 가중치를 주는 정책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네이버가 추구한다는 개방성이 그다지 설득력을 얻을 것 같지 않다.
네이버 오픈캐스트가 폐쇄적인 또 다른 증거가 있다. 오픈캐스터에 연결된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네이버 블로그다. 네이버 서비스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생성되는 네이버 블로그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외부 블로그를 연결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외부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오픈캐스트를 통해 블로그로 들어오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작은 부분에서도 네이버 내부에 묶어두려는 폐쇄성이 엿보인다.
뉴스캐스트나 오픈캐스트가 개방성에서 뒤처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개방적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만은 높이 쳐주고 싶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보다 더 과감하게 포탈의 독점적 지위를 포기하고 외부에 개방하는 자세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오픈캐스트는 약간 어중간하다. 완전히 껴안기에는 충분히 개방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포탈 중심 한국 인터넷 환경을 벗어나 살 용기도 없다. 앞으로 오픈캐스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를 지켜보면서 서서히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블로거 뉴스나 오픈캐스트는 외부 블로그에 방문객을 연결해 주었고, 반대로 블로거는 포탈에 글이라는 내용을 공급했다. 서로 공존할 방법을 이제라도 찾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외부 블로그에 더 많은 기회와 편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으며 어렵게 마련된 공생관계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오픈캐스트의 성공은 개방성에 달려있으니 살아남기 위해서 보다 열린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포탈에 종속된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건 좀 더 장기적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메타블로그나 다른 형식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지지부진하다. 메타서비스는 생산자만 넘쳐나고 소비자가 없는 공급과잉이다. 획기적인 돌파구도 보이지 않으니 포탈 탓만 할 수 없는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