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에 워싱턴포스트는 신문 서평란을 마지막으로 발행했다. 서평만 전적으로 소개하는 면을 발행하는 서평을 다루는 주요 미국 신문은 이제 뉴욕타임스와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만 남았다. 신문산업의 위기에서 나온 자구책이지만, 책 자체가 대중적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신문에서도 책을 소개해주지 않으면 책을 알릴 수 있는 지면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인터넷, 휴대폰, 비디오 게임 등 다른 오락 매체의 등장으로 책이 대중적 매체로 누렸던 인기는 이미 과거가 되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책이 대중매체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신기술로 무장한 다른 매체에 밀리기는 하겠지만 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만큼 복잡한 고급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는 찾기 어렵다. 영화나 텔레비전보다 상상력을 더욱 많이 자극하는 것이 바로 책이 가진 매력이다.
신문 서평을 주로 쓰는 사람은 동료 작가나 학자들이다. 전문가 비평이 신문에서 사라지게 되면서 그 빈자리는 일반인 비평이 채우고 있다. 블로그나 아마존 같은 인터넷 서점의 서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서평란이라고 해서 전문가들이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공간에서 일반인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는 신문 영화평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서평에서 전문가의 권위가 약해지고 일반인의 의견이 더 많이 생산되어서 서평의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도 있다. 사실 전문가 서평은 전문용어도 많이 쓰고 태도도 엘리트주의적이라서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나도 책을 고를 때 신문 서평을 참고하기보다는 아마존 서평을 읽는 편이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에 오히려 솔직한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더 신뢰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예스24나 알라딘의 서평이나 블로그 서평이 신문 서평과 경쟁하고 있다. 책을 소개하는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비관할 상황만은 아니다. 더욱 민주적인 통로로 책을 소개하고 읽을 수 있다는 책의 장래는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신문 서평과 일반인 서평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체제가 좋지만 그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문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사정이라서 책까지 돌볼 겨를이 없다.
신문 서평은 일반인의 서평보다 전문적이고 비판적 견해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문 서평뿐 아니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자칫 책을 점점 읽지 않는 사람들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