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악법과 언론 총파업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의 사주를 받아 한나라당이 조중동에게 방송을 통째로 넘기려는 수작이다. 오랜만에 조중동 홈페이지를 둘러봤더니 아주 난리가 났다. 방송이 자기들 수중으로 넘어오게 생겼으니 표정 관리도 못 하고 대놓고 한나라당에 강도 높은 추진을 요구하고 언론 총파업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법과 질서를 강조하더니 자신들이 먼저 어겨가며 날치기로 미디어법안을 상정했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절차와 원리를 뿌리째 흔들고 마음대로 하겠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무한도전’을 당분간 볼 수 없을 거라는 분노였다. 국민의 방송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언론 총파업은 당연히 적극 지지한다. 경제난으로 힘든 상황에서 방송을 제작하는 이들을 위로는 못 할 망정 이렇게 망치려고만 하는 한나라당에 너무나 화가 난다.

한나라당은 경제난 극복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정권 재창출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들은 조중동 등 우파신문을 자신들의 편으로 가진 것도 모자라 KBS와 YTN과 몇몇 지역방송은 낙하산으로 접수했고 미디어 악법을 통과시켜 MBC마저 전부 자기편으로 포섭하려 한다. 이렇게 언론영역도 장악하고 인터넷도 재갈을 물리고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서 공포정치를 펴게 되면 이명박 정권은 5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용산 학살 같은 일이 여기저기서 터져도 쉽게 덮을 수 있는 체제가 되어버린다.

언론 총파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날치기 미디어 악법을 막아내야 한다. 여기서 무너지면 대운하가 뚫리듯 다른 악법이 밀려올 것이 뻔하다.

지금의 언론 총파업과 성격이 조금 다른긴 하지만 작년에 미국에서 할리우드 작가 총파업이 있었다. 미디어 대기업이 작가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를 수십 년간 제대로 주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놀라웠던 건 자본주의의 선두에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이 파업에 대한 지지가 뜨거웠다. 보수언론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떨어진 시청률과 작가노조를 계속 공격했다. 하지만 할리우드 배우, 잡지사, 시민단체, 시민들의 지지 속에서 작가노조는 원하는 성과를 어느 정도 얻어낼 수 있었다. 일반 시민들의 따뜻한 연대가 없었다면 작가노조는 그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언론 총파업으로 정상적 방송이 어렵게 되었지만 이런 약간의 불편함을 참아내야 공정한 방송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친한나라당 언론은 차질이 생긴 방송의 불편함을 집중해서 강조할 것이다. 이들은 총파업의 원인에 대해 보도를 하지도 않을 것이며 언론노조에 대한 왜곡과 비난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뭐 새롭지도 않고 우리는 이미 그걸 겪어봤다. 정상적 방송을 볼 수 없는 잠시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 그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에 분노를 분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한 방송의 미래는 없다.

현정부가 내놓은 법안 가운데 살리는 법은 없고 죄다 죽이는 법이다. 미디어법으로 방송을 죽이고, 사이버 모욕법으로 인터넷을 죽이고, 의료법으로 공공의료서비스를 죽이고, 국정원법으로 인권을 죽이고, 4대강 정비로 자연을 죽이려고 한다.

대중문화계도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 더 어려워졌다.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금도 대폭 삭감하고,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지원금도 끊어버렸고, 다른 문화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최대한 줄여버렸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국가지원을 통해서 문화적 자생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부당한 죽음에 맞서 싸운 게 인간의 순리다. 언론 총파업도 그런 흐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방송을 죽이려는 세력에 맞서 방송을 살리기 위해서 노조가 거리로 나왔다. 이들에게 방송의 운명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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