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파는 막장 드라마

텔레비전 드라마에만 막장이 있는 게 아니다. 요즘 한국 정치야말로 진정한 막장 정치다. 청와대가 용산 참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제2의 촛불로 전개되는 걸 막으려고 강호순 살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사형을 집행하려고 난리다. 사회불안과 공포심을 조장해서 국민의 분노를 다른 쪽으로 돌려놓으려는 우파 정치인의 조작극이 서서히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쯤 되면 막장이라고 할만한 요건을 충분히 갖춘 게 아닌가. 사기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음모가 드러나자 가지고 있는 권력으로 죄 없는 사람을 구속하려 한다. 한국의 우파 정부는 이미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했고 지속적으로 국가정책을 비판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에게 입 닥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한나라당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공공언론을 죽이는 언론 관계법을 통과시키려 준비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에서 이런 지독한 악역은 처벌을 받거나 용서를 구하면서 사회적 정의가 지켜지지만, 막장 정치를 펼치는 우파 정치인들은 그럴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은 계속해서 집권하면서 막장의 본좌가 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파는 상당히 영리하다. 여론만 잘 통제하면 자신의 죄는 쉽게 속일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조선, 중앙, 동아 같은 보수신문사는 정치적 이해를 넘어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기에 든든한 우군이 된다. 정부가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조중동은 정부비판을 하지 않는다. 그나마 비판적 여론이 살아있는 인터넷도 사이버 모욕법만 통과하면 정부 입맛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인터넷 논객쯤은 쉽게 해치울 수 있다. 인터넷 기술이 아무리 민주적이라 하더라도 사이버 모욕죄 같은 반민주적 법으로 인터넷 여론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 이 증거는 10억 명이 넘는 중국의 인터넷이 국가적으로 쉽게 통제하는 현실로 알 수 있다.

반대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회가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감시와 통제 그리고 공포정치는 한국의 우파 정치가 원하는 이상적 미래의 모습이다.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다고 해도 여론만 통제하면 국민들은 그걸 믿을 수밖에 없다. 국가와 자본의 통제 속에서 언론은 그럴듯한 거짓말만 지어내면 다른 정보원이 없는 일반 국민은 안 믿고 버틸 재간이 없다.

한나라당이 국민소통위원으로 대국민 여론선전에 나섰다. 말이 소통위원이지 쉽게 말해 ‘한나라당 알바’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인터넷 홈페이지, 블로그, 아고라 등 공간에서 악플을 달고 다니는 일이다. 인터넷이 여론소통의 공간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서 이걸 소홀히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현실을 보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있다. 드라마 대본을 쓰는 작가가 자신의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비판이 심해지자 직접 나서서 게시판 글이나 댓글로 이를 공격하는 것이다. 작가는 대본으로 대결해야 하고, 정치가는 정치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지 않는 정치가나 이상한 대본을 고치지 않는 작가는 아집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잘못도 잘못이 아니라는 망상에 빠지고 자기만 옳고 남은 모두 틀렸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드라마나 정치의 완성도는 심각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잘못된 정치는 드라마와 달리 그 파급 효과가 아주 심각하다. 국가 전체가 흔들리고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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