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해서 처음은 아니지만 슈퍼볼을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집중해서 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에 미국 친구들이 슈퍼볼 파티에 초대해서 구경하긴 했지만 그때는 규칙도 하나도 모르고 대화하느라 게임은 건성으로 봤다. 미국에 산지 6년이 되었지만 이제야 미식축구를 보게 되었다. 한국 월드컵축구와 비슷하게도 슈퍼볼 방송하는 날 바깥은 아주 조용했다. 미국에서 슈퍼볼은 전 국민의 스포츠라서 시청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 날도 9천7백5십만 명이 슈퍼볼을 시청했다. 슈퍼볼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이다.
미식축구의 규칙에 관해서 아는 거라곤 터치 다운하면 6점 얻는 것 밖에 모르고 시청했는데도 상당히 재밌게 봤다. 올해의 슈퍼볼은 피츠버그 스틸러스팀과 애리조나 카디날스팀이 붙었는데 전체적인 전력은 스틸러스가 나은 거 같았다. 하지만, 카디날스팀의 쿼터백 커트 워너는 적절한 곳에 공을 정확하게 찔러주는 능력이 탁월했고 외모도 훤칠했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중년’ 느낌이 난다고 한다. 초반부터 카디날스가 스틸러스에 밀려 20-7로 시시하게 끝날 거 같더니 어느새 20-23으로 뒤집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더니 몇 분 남기지 않고 스틸러스가 다시 뒤집었다. 거의 끝에서 끝까지 공을 잡고 달리고 선수도 봤다. 과연 명경기라 할만하다고 해설자들마다 극찬을 한 게임이었다.
미식축구는 그냥 몸으로 부딪히는 무식한 경기인 줄 알았는데 상당한 전략과 재치가 필요한 경기인 거 같았다. 나중에 다시 찾아서 보게 될 거 같지 않았지만 슈퍼볼은 볼만 했다.
슈퍼볼도 슈퍼볼이지만 광고도 화젯거리다. 올해 30초짜리 슈퍼볼 중간광고의 평균단가가 3백만 달러다. 슈퍼볼 중간광고는 새롭게 제작된 작품이 많아서 한 해의 비즈니스와 광고 경향을 파악하기 좋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IT 광고와 영화 예고편이 다수였고, 슈퍼볼에 빠질 수 없는 음료수 광고가 많았다. 재밌는 광고들 가운데 내가 뽑은 몇 편을 소개한다.
과자를 먹으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여자의 옷이 날아가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이 튀어나온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코난 오브라이언이라는 유명 토크쇼 진행자가 스웨덴에서만 하는 광고인 줄 알고 찍었는데 알고 보니 미국에서도 광고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하는 이야기다.
이것들 말고도 재밌는 슈퍼볼 중간광고를 보실 분은 여기로 가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