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출판되는 책 가운데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3% 정도다. 소설이나 시가 차지하는 문학 번역서는 더 열악하다. 2008년 미국에서 번역된 문학 책은 340권으로 전체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이 얼마나 외국문화를 홀대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번역서의 비중이다.
책 시장만 그런 게 아니라 외국영화가 미국 영화관에 걸리는 경우도 아주 드문 일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점점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인데, 다른 나라의 영화를 굳이 수입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미국 관객에게 만연해있다. 이런 논리가 비슷하게 책 시장에도 적용된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번역해서 출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달리 한국 책 시장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높은 편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체 책 가운데 29% 정도가 번역서라고 한다. 최근에는 일본 책 번역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시장만 놓고 따진다면 번역서의 비율은 더 높아질 것 같다.
국내서 위주로 돌아가는 미국과 번역서 위주로 움직이는 한국, 어느 쪽이 더 나은 시장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국수적인 미국보다는 한국이 그나마 건강한 게 아닐지. 세계화 시대에 국내 책만 읽고 있는 미국의 독자는 구시대적이다.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배우는 것은 세계화 시대의 기본 교양이다. 한가지 문화가 지배하는 문화 독재는 삭막한 미래의 모습이다. 세계화는 미국화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미국 독자들 언제쯤이면 다른 문화권의 책을 읽게 될까. 영어 문화권 밖에도 소중한 문화유산이 더 많다. 책을 통해 세계 문화유산을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살아갈 미국 독자의 삶이 그리 행복할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