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단원의 일상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드라마를 다뤘다. 그 드라마를 통해서 오케스트라 단원의 삶은 어떨지 한동안 상상했다. 수많은 도시를 순회하며 연주 여행하고 다른 단원과 함께하며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삶이 근사할 것만 같았다. 이 다큐멘터리가 그동안의 내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대니얼 앵커 감독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단원을 5년 동안 인터뷰해서 얻은 음악과 인생에 대한 솔직한 개인적 이야기를 이 영화에 넉넉히 담았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던지는 이 다큐멘터리는 결국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답변을 끌어내지 못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대답은 각각 달랐고 그 속에서 얻은 작은 생각이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이다. 비록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 소속되어 있지만, 이들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연주자와 협연하는 이스라엘 첼로 연주자도 있고, 어머니에 대한 소극적 반발심으로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된 일본인도 있고, 마라톤과 오케스트라를 겸하는 단원도 존재한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로부터 풀어가는 이 다큐멘터리는 무리하게 결론을 끌어내지 않는다.

1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모두 뜨겁지만, 개개인이 경험하는 음악에 대한 생각은 다 달랐다. 개인의 음악적 색깔이 오케스트라와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화를 이뤄가며 오케스트라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다뤘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개인적 시각에 바라본 음악 만들기의 기록이다.

이 영화은 오케스트라 단원의 삶과 일상에 집중한다. 이 영화에 영감을 준 사건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단원의 파업이었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삶과 음악은 언론이나 대중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대중의 관심은 언제나 지휘자나 공연이었지 오케스트라 단원 개인이 아니었다. 그들의 입으로 들은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감동적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지휘자나 오케스트라 책임자의 인터뷰도 없다. 오케스트라 단원 개인 인터뷰와 집단 인터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사이에 연주 장면이 조금씩 들어가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나레이션은 없지만, 오케스트라 단원의 생각을 통해서 이들이 어떻게 음악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꼭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음악 밴드나 오케스트라 단원이나 음악 창작에 대한 고민은 다르지 않다. 살사와 클래식을 오가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삶은 장르라는 장벽이 음악이라는 공통된 언어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서 간단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콘서트마스터 데이빗 김의 삶을 소개한다.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 신동으로 이름을 높인 삶을 살았던 그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한계를 느낀다. 그를 음악으로 인도했던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그저 그런 바이올린 솔로로 미국 중서부를 떠돌았던 비루한 삶에 회의를 느끼던 그가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고 인생의 성공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기로 한다. 오케스트라는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개인적 삶이라는 그의 말은 이 영화를 잘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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