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쇼비즈니스의 중심지, 뉴욕시 브로드웨이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예비 여배우들의 하숙집이 영화의 배경이다. 대공황이 미국을 괴롭히던 시절 배우로 성공하려는 꿈을 가진 이들이 풋라잇 클럽이라는 하숙집으로 몰려온다. 첫 장면은 테리(캐서린 햅번)가 왁자지껄한 여자 하숙집으로 방을 구하러 와서 사람들은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스테이지 도어(Stage Door)’는 간단한 이야기 구조로 되어 있지만, 여자들의 수다가 빠르고 정신없이 전개되어서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만만하지 않다. 실제로 시나리오 작가와 그레고리 라 카바 감독은 여배우들이 연습 중간마다 잡담하는 내용을 적어두었다가 대본에 바로 써먹었다. 그리고 배우들이 애드립을 하도록 권했다. 이런 노력 때문에 비록 번개처럼 지나가는 대사들이지만 현실감이 있었다.
이 영화는 쇼비즈니스의 차가운 세계를 적절한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 돈, 남자, 실력으로 경쟁하는 여배우의 비정한 현실과 더불어 하숙집에서 서로를 도우며 사는 따뜻한 모습도 같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코미디와 비극을 균형 있게 보여주는 고전이다.
이 영화에서 절정이 되는 장면은 케이(안드레아 리즈)가 마지막 희망으로 갈망하는 배역을 테리에게 빼앗기고 자살하는 것이다. 케이는 옥상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가는데 아래층에서 다른 여배우들이 즐겁게 떠들거나 가볍게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옥상에 가까이 갈수록 무대를 향해 환호하는 청중의 소리와 박수 소리가 들린다. 케이는 환하게 웃으며 한 걸음씩 움직인다.
첫 무대에 오르기 전에 테리는 케이의 죽음으로 무척 괴로워한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던 테리는 케이의 죽음이 오히려 감정을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줘서 데뷔 무대에서 크게 성공한다. 테리는 그 후로 인기 연극배우로 성공한다. 시간이 흘러서 아무도 케이의 죽음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이때 풋라잇 클럽으로 갓 상경한 배우지망생이 들어온다. 그녀는 테리처럼 성공할 수도 있고, 케이처럼 비참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도 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할 수도 있다.
무대로 가는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그 문은 아주 좁다. 누가 그 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영화는 30년대 브로드웨이 연극 배우의 삶을 다뤘지만, 어느 시대의 영화배우로 바꿔도 똑같이 적용되는 현실이다. 영화 ‘이브의 모든 것’에서 다룬 여배우의 삶도 비슷하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남성 중심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여배우는 강해져야 한다. 풋라잇 클럽의 다른 여배우들과 경쟁하며 배역을 따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특정한 배우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여배우의 이야기를 고루 보여주려는 노력에 있다. 모든 여배우가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관심 있게 그려낸다. 케이가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도전하고 좌절하는 모든 여배우의 삶이 진짜 주인공이다.
생일을 맞은 케이가 기뻐하다가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배역이 테리에게 갔다는 사실을 알고 슬퍼하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