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니 걸(Funny Girl)’은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버라이티 쇼인 ‘직펠트 폴리 (Ziegfeld Follies)’의 대표적인 스타 파니 브라이스(Fanny Brice)의 삶과 사랑을 다룬 전기 영화다. 이 영화는 파니 브라이스가 전문 도박사 니키 안스틴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부분만 다룬다. 속편으로 제작된 ‘퍼니 레이디’는 그 후의 일생을 그린다.
우선 한국어 제목 번역이 영 어색하다. 원어에 가깝게 발음하자면 ‘화니 걸’보다 ‘퍼니 걸’이 가깝다. ‘Funny Girl’을 한국어로 바꾸면 ‘웃기는 소녀 (여자)’, ‘재밌는 소녀 (여자)’정도로 할 수 있겠지만 충분한 느낌이 살지 않는다. 아무래도 영어의 일어식 번역투 때문인 거 같다.
이 영화는 원래 1964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해서 흥행한 작품으로 영화로 각색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연기와 노래 실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하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연기는 뛰어나지만, 영화 스토리나 감정 표현은 조금 빈약한 편이다.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감정의 전개가 밋밋하다. 영화가 상당히 긴 편이지만 이야기는 느슨해서 좀 지루한 감이 있다. 오마 샤리프의 연기가 조금만 더 받쳐주고 스토리가 탄탄하고 긴장감 있게 짜였다면 완성도가 더 높았을 것이다.
파니 브라이스가 활동하던 시기의 쇼비즈니스는 버라이어티 무대 쇼가 영화보다 더 인기있었다. 그녀가 소속해 있던 직펠트 폴리는 늘씬하고 예쁜 직펠트 걸이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보드빌(Vaudeville)이였다. 미모가 출중하지도 못했던 파니 브라이스가 돋보였던 이유는 그녀가 재치있는 유머와 연기로 관객을 웃길 줄 알았던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머 감각과 연기력으로 라디오쇼에서도 그녀는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영화나 텔레비전으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보드빌은 1880년대에 미국과 캐나다에 등장한 버라이어티쇼로 춤, 노래, 코미디와 서커스로 이뤄져 있었다. 영화는 직접 다루지 않았지만 보드빌과 파니 브라이스는 영화가 인기를 얻은 1930년대가 되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오락을 찾자면 유랑극단 쇼일 것이다. 가수, 코미디언, 무희가 전국을 떠돌며 쇼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 영화에서도 파니 브라이스는 기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쇼쇼쇼’ 같은 버라이어티쇼에서 유랑극단 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드빌은 영화와 텔레비전이 등장하기 전에 미국인의 오락을 담당했다.
보드빌의 스타, 파니 브라이스는 남편과 결별하는 날에도 무대에 서야 했다. 눈물과 웃음이 함께 하는 쇼비즈니스의 현실을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