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볼더에 살 적에 즐기던 취미가 헌책방 순례였다. 그 동네가 대학 도시이고 지식인, 예술가들의 동네라서 헌책방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페미니즘, 좌파, 예술 전문 헌책방부터 일반 헌책방까지 다양해서 기분에 따라서 골라서 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솔트레이크시티로 이사 온 다음에 그 취미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솔직히 도시의 규모는 더 큰 편인 데 비해 쓸만한 헌책방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이 도시에서 헌책방다운 곳이 바로 ‘샘웰러스 서점’이다. 이 헌책방의 장점은 15만 권에 이르는 대단한 헌책 소장 규모에 있다. 이 정도로 큰 헌책방은 볼더에도 없었고 미국에서도 아주 드문 편이다.
그 규모와 더블어 샘웰러스가 내세울만한 것은 오래된 역사다. 독일 동부에서 이민 온 구스타프 웰러와 마가렛 웰러 부부는 모르몬교로 개종하고 솔트레이크시티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헌 가구 가게를 운영하다가 우연히 대단한 모르몬교 서적들을 얻게 되면서 업종을 급작스럽게 헌책방으로 바꿔서 1929년 8월 11일 헌책방을 열게 되었다. 대공황이 터지기 불과 몇 주 전이었다.
이 헌책방은 처음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헌책방을 유지하기 위해서 농장도 같이 운영해야 했다. 나중에 농장에 집중하기 위해 아들 샘에게 1949년 헌책방을 물려줬을 때만 해도 빚투성이였다. 샘의 성공적인 책방 운영으로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해서 가족 사업에서 직원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모르몬교 책뿐만 아니라 일반 책까지 범주를 늘리면서 솔트레이크시티를 대표하는 헌책방으로 알려졌다.
1972년 화재로 소장 도서의 대부분이 불타버린 어려운 상황을 딛고 샘웰러스는 솔트레이크시티의 명물 헌책방이 되었다. 현재는 샘의 아들 토니 웰러가 운영하는 샘웰러스는 미국 서부, 모르몬교, 지질학, 미국 원주민 분야에 관한 상당한 분량의 헌책을 소유하고 있다. 모두 3층으로 이뤄진 샘웰러스는 도서관처럼 잘 정돈되어 있어서 책 찾기도 비교적 쉽다. 역사나 공상과학 쪽 소장 책도 무시못 할 수준이다.
지인의 부탁으로 헌책 몇 권을 구하러 샘웰러스를 찾았다가 사진 몇 장을 찍어왔다. 소장도서가 많아서 그런지 가끔 희귀한 책도 구경할 수 있었다. 다른 헌책방에 비해 헌책의 상태가 좋지만 책값은 비싼 편이다. 보통 헌책방은 원가의 절반 가격으로 파는데, 이곳은 그것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다. 최근 들어서 부쩍 헌책보다 새 책이 많아졌다. 새 책으로 경쟁하자면 반스앤드노블이나 보더스 같은 대규모 체인서점과 겨뤄야 할 텐데 쉽지 않을 것이다.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어서 관광하러 왔다가 들르는 여행객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책을 읽다가 출출해지면 책방 안에 있는 커피숍에서 케익과 커피를 같이 마실 수도 있다. 미국의 서점에는 이렇게 커피숍를 겸하는 곳이 많다. 책을 읽다가 다리가 아프면 커피 테이블에 앉아서 계속해서 읽을 수 있다. 솔트레이크시티에 오면 8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샘웰러스’에서 헌책의 향기를 느껴 보길 강력히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