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셜록 홈즈의 모험

만약 셜록 홈즈와 닥터 왓슨이 소년 시절에 만났더라면, 이런 가정에서 시작된 영화다. 한국에는 ‘피라미드의 공포’라는 제목으로 수입되었지만, 원작을 직역하면 ‘소년 셜록 홈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원작에 따르면 왓슨과 홈즈는 어린 시절 만난 적이 없다. 원작에도 없는 설정이라서 약간 염려가 되었으나 크리스 콜럼버스가 쓴 대본에서 재현된 홈즈는 원작에 튀어나온 것처럼 살아있었다.

‘나 홀로 집에’, ‘해리 포터’를 감독한 크리스 콜럼버스가 시나리오를 쓰고, 배리 레빈슨이 감독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이 영화는 그들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해리 포터’를 연상시키는 영국 기숙학교 설정과 피라미드 속 탐험은 ‘인디애나 존스’나 ‘구니스’와 비슷하다. 환상장면에서 특수효과가 여러 번 나왔지만 80년대 치곤 만듦새가 괜찮은 편이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튀어나온 기사는 환상적이었다.

이 영화가 재밌는 이유는 셜록 홈즈 원작의 캐릭터를 연구하여 쓴 크리스 콜럼버스의 탄탄한 시나리오 때문이다. 성인이 된 흠즈와 왓슨의 성격이 미묘하게 느껴지며 이야기 전개를 방해하지 않는다. 까칠한 홈즈는 매사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왓슨은 환각으로 보는 장면에서도 케이크와 쿠키 같은 과자를 본다. 원작의 왓슨은 약간의 식탐이 있다. 그리고 원작소설의 홈즈는 연애를 하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 평생의 연인이 비극적 죽음을 맞는다. 원작과 적절히 잘 결합한 이야기 때문에 쉽게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캐릭터가 원작과 너무 달랐다면 아마도 영화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원작소설의 기본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홈즈가 사건의 실마리를 서서히 추리하며 사건의 핵심에 다가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상장면과 깔끔한 사건 마무리까지 유사하다.

당시 27살이었던 크리스 콜럼버스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인 디킨스 소설과 코넌 도일의 작품을 탐독했다. 셜록 홈즈의 순수 팬들을 고려해서 최대한 시대 고증을 철저히 하고 캐릭터 설정에 정성을 쏟았다. 특히 크리스 콜럼버스는 홈즈의 고독한 내면이 형성된 근원을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신경을 썼다고 한다.

1870년 빅토리아시대 런던의 한 기숙학교가 배경이 된 이 영화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주인공도 홈즈, 왓슨과 엘리자베스라서 ‘해리 포터’의 해리, 론, 허마이니처럼 두 소년과 한 소녀의 구성이다. 왓슨으로 나온 배우의 외모는 해리와 좀 닮았다. 이 영화와 해리 포터를 관통하는 공통된 이야기는 영국 기숙학교의 엄숙한 문화 속에서 탐험심 강한 학생들의 모험기다.

홈즈는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다가 사람을 희생하는 광신교의 피라미드에 들어간다. 기숙학교의 엄숙한 권위에 도전하듯이, 홈즈는 희생제의의 피라미드를 파괴하며 사건을 해결한다. 홈즈광이라면 홈즈의 어린 시절 모험기를 상상하며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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