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이완 맥그리거)과 테리(콜린 파렐)는 자신들의 처지에 좀 과분한 요트를 산다. 테리가 그 배를 사기 위해서 개 경주에서 도박을 걸어서 승리한 개의 이름이 바로 ‘카산드라의 꿈’이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을 예언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비운의 여인이다. 그리스 신화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요트의 이름을 지은 형제는 자신들의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이안은 런던 남부의 허름한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가업을 도와주고 있었고, 테리는 자동차 수리공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이안과 테리는 지긋지긋한 일상을 벗어나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있었다. 형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꿈을 꾼다. 이안은 캘리포니아에 호텔을 운영할 계획이고, 테리는 카드와 경주 개에 모든 걸 걸었다.
‘카산드라 드림’과 ‘매치 포인트’는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우디 앨런 감독이 새롭게 시도하는 절제된 미스터리 드라마다. 하지만 ‘매치 포인트’에서 보여준 차가운 살인자의 절제미가 이 영화에서는 우디 앨런 특유의 신경증과 수다스러움으로 반감된다. 형제 가운데 동생 테리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형 이안은 냉정하고 침착하게 죄책감 따위는 던져 버리고 미래의 꿈만 생각한다. 마치 ‘매치 포인트’의 차가운 살인자 크리스처럼.
이안과 테리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부자 삼촌 하워드(톰 윌킨슨)가 있다. 하워드는 성공한 성형외과로 스위스, 중국, 미국에 진출했다. 바로 삼촌처럼 사는 것이 이안과 테리의 꿈이다. 꿈과 달리 현실 속의 형제는 각각 도박 빚과 투자금 부족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다. 삼촌이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러 오는 틈을 타서 삼촌의 도움을 빌리려 한다.
이 글에서 뒷이야기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지만 삼촌과 만남은 형제의 운명을 바꾼다. 마치 ‘매치 포인트’의 크리스의 내면을 둘로 나눈 듯한 형제의 갈등은 후반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도박으로 번 돈으로 요트를 살 때만 해도 모든 일이 잘 풀리리라 생각했던 형제는 혼돈 속으로 자꾸 빠져든다.
계급과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이 절제되어 표현된 ‘매치 포인트’와 달리 ‘카산드라 드림’은 결말로 갈수록 상투적인 도덕극 느낌이 난다. 이 영화의 중간에 결말을 암시하는 대사가 흩뿌려 있어서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카산드라 드림’은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삶을 꿈꾸는 형제의 이야기다. 특히, 무리하게 계급을 상승하려는 형 이안은 예상치 않았던 변수로 인해 자꾸만 멀어져 가는 꿈이 안타깝다. 어쩌면 ‘매치 포인트’의 크리스처럼 멋지게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는 이안이 더 현실적인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