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티셔츠 광고를 봤을 때, 왜 저기에 패리스 힐튼이 들어가 있는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패리스 힐튼이 존 매케인 풍자 비디오를 찍은 여파 때문이었다. 공화당 매케인 캠프에서 11개주에 걸쳐 내보낸 정치 광고 ‘Celeb’이 상품의 영감을 주었다.
매케인은 이 광고에서 오바마를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패리스 힐튼에 비유했다. “오바마는 저런 연예인이나 다를 바 없다. 유명하기만 하지 나라를 지도할 능력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매케인은 오바마가 롤링스톤스지 표지를 장식하는 록스타 같은 인기인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그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말했을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는 롤링스톤지 표지를 장식한 적도 있다. 하지만 저 광고는 오바마를 깎아내리는데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패리스 힐튼을 아주 효과적으로 자극해 매케인의 광고를 풍자한 비디오 만들게 했다.
패리스 힐튼의 비디오는 ‘funny or die’ 사이트에 2008년 8월 6일 ‘매케인 광고에 응답한다’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이다. 풀장 의자에 누워서 패리스 힐튼는 자신의 인기로 미국을 지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오바마와 매케인의 에너지 정책을 교묘하게 섞은 하이브리드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부통령으로 가수 리아나를 내세우고, 마지막에 백악관을 분홍색으로 칠하겠다는 풍자도 빼놓지 않았다. 이 비디오는 현재 7백40만 명 이상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오바마를 풍자하려다가 오히려 패리스 힐튼에게 거꾸로 당했다. 매케인은 그 후에 인기가 부러웠는지 오바마보다 더 연예인다운 세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지목한다. 페일린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해 잠시 오바마를 이기기도 했다. 정치인과 연예인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현대의 선거전은 미디어 전쟁이다.
자본주의 완성은 역시 상품으로 나타난다. 미국인들은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하게 표현하길 좋아한다. 요즘 자동차 뒤 범퍼에서도 선거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나 매케인을 지지한다는 스티커는 아주 인기 상품이다. 누가 저런 티셔츠를 입을까 생각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정치색이 강한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아마존 상품판매만 볼 때 맥케인은 패리스 힐튼보다 안 팔린다. 현재의 미디어 선거전도 오바마와 페일린이 서로 싸우는 모습이다. 페일린은 미국 교외의 중산층 주부의 아이콘이다.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를 끼고 직장을 누비는 ‘슈퍼맘’이다. 힐러리 지지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 오마바가 힐리러를 부통령으로 뽑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떠들고 다닌다. 게다가 페일린 스타일이 미디어에서 뜨고 있다. 빨간 구두, 무테안경, 올린 머리까지 상품으로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오바마와 매케인의 책 판매에서는 오바마가 이겼다. 이제 매케인은 ‘레이첼 레이 쇼’에 나와서 요리를 하고, 오바마는 ‘데이빗 레터먼 쇼’에 출연한다. 어느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았는지 경쟁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 상품을 통해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역시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의 선거는 다르다.
정강과 정책으로 승부해야할 정치가 연예계에 가까워지는 것은 심각히 걱정된다. 결국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패리스 힐튼은 이 비디오로 더 유명해졌다. 인기는 바로 표심이고 돈이 되는 세상이다. 패리스 힐튼의 정치 풍자는 바로 연예인이 되기를 꿈꾸는 정치인들에게 적절한 유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