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경제 위기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위기의 중심부에는 전 세계 투자를 주도하는 금융계가 있고, 그건 바로 신자유주의적 시장의 엔진이다. 소비를 통한 시장의 확장, 시장주의적 질서를 바탕으로 무한 경쟁을 유도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시장주의를 믿는 금융계가 정부의 개입을 바라고 있다. 원래 신자유주의는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에 따라서 굴러가도록 믿는 신념이다.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자율성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의 기능 축소를 주장해오던 신자유주의 시장주의자들이 정부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위기를 증명한 셈이다.
한국 정부도 김대중 정부 이후로 신자유주의 시장체제를 받아들였고, 이명박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시장주의를 표방했다. 강만수 경제팀도 철저한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경제 정책으로 대기업 위주 경제를 옹호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퍼진다면 한국은 이 위기의 한복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만일 미국이 시장만 믿고 철저하게 정부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그 위기는 더 증폭되었고 혼란 자체였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리먼 브러더스는 버리고 AIG는 구해주고, 미국 정부도 일관성이 없다. AIG의 로비스트들이 더 막강했을지도 모르겠다. 시장에 맡기자니 완전히 망할까 두렵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니 그동안 믿어온 신자유주의 신념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혼란에 빠진 미국 경제 위기로 신자유주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제 새로운 경제 체계에 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온 것이다. 아직도 ‘경제의 토대는 튼튼하다’라고 주장하는 미국 공화당이나 한국 정부나 모두 죽은 아이가 건강한 아이라고 떼를 쓰는 노릇이다. 지금의 상황이 일시적 위기가 아닌 구조적 위기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