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디자인을 바꾸면서 블로그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도 블로그란 새로운 매체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블로그가 없었다면 대중문화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블로그란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촛불시위에 나가서 우연히 내 블로그 독자를 몇 분 만났다. 쑥스러워 별 얘기 나누지 못했지만 비슷한 생각을 나누는 사람들과 만남 자체만으로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다. 구독자 수라는 통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한동안 블로그 글을 쓰지 못했다. 블로그 독자가 점점 늘어나니 더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렸던 것 같다. 호흡이 긴 글로 써야만 내 생각이 왜곡되지 않고 전달될 것 같았다. 하지만 블로그는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니 휴대폰으로 방송도 보고, 오락도 하고, 이메일도 확인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인터넷이 휴대폰 속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게다가 미니노트북까지 등장해서 인터넷 공간이 점점 확장되어 오프라인의 영역을 넘어오고 있었다. 블로그 세계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마이크로블로깅이라는 짧은 글로 이뤄진 미투데이나 플레이톡이나 트위터 등이 유행하고 있다.
점점 빠른 정보의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블로그 세계도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아무도 모른다. 지하철에서 무료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단편으로 쪼개진 정보만 읽고 버린다. 그 좁고 피곤한 공간에서 두꺼운 장편소설 같은 글이 읽힐 리 없다. 짧은 호흡의 글이 필요한 공간도 있다.
넘쳐나는 정보의 바닷속에서 허우적댈 때가 많다. 하루 동안 내게 배달되는 블로그 글만 해도 수백 개다. 그걸 다 읽을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 대충 제목만 보고 흥미 있을 것 같은 글만 골라서 읽어본다. 그것도 지나치게 긴 글은 끝까지 보는 일이 많지 않다. 글의 핵심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금세 흥미를 잃어버려 창을 닫게 된다. 나만 해도 그러니 남에게 그걸 강요할 수 없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도 짧은 글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친 생각이라도 나눌 가치가 있는 글이면 언제든지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라는 카테고리를 ‘시사’로 바꾼다. 보다 사회 현안에 가까이 있는 대중문화를 많이 다룰 생각이다. 대중문화와 사회는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 수밖에 없으니까. 그동안 이름만 유지하던 과거의 네이버 블로그도 완전히 문을 닫았다. 내 이름을 걸고 유지하는 블로그는 이제 여기뿐이다.
언젠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내 글을 읽게 될지도 모를 미래의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