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와 대중문화

한국에 들어와서 10번 정도 촛불시위 현장에 다녀왔다. 캐나다인과 촛불 소녀가 자유발언대에 올라와 각자의 생각을 알렸다. 어떤 날은 잠시 지켜보다 왔고, 어떤 날은 밤새우고 다음날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기도 했다. 촛불의 한가운데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운동이라곤 전혀 해본 적 없던 나였지만 촛불시위는 달랐다.

졸속으로 처리한 추가 협상을 근거로 쇠고기 장관고시를 오늘 실시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서 다시 밀어붙이려는 의도다. 강경 진압, 인터넷 통제, 언론 탄압으로 정부는 독단적인 정책을 강행하려고 한다. 다시 촛불시위가 여기저기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촛불문화제의 현장에서 다양한 음악공연도 즐길 수 있었다. 안치환, 양희은의 노래를 수많은 촛불 인파들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2MB 블루스’나 ‘유언’ 등 이명박 대통령에 기댄 창작곡들도 만들어졌다. 아마 이명박은 역대 정치인 중 최고로 많은, 자신에 관한 노래를 보유하게 되었다. 대중문화도 충분히 정치적일 수 있다는 걸 이번 계기로 알게 되었다. 정치인다움이 아닌 정치적인 대중문화는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정치인 병에 걸린 대중문화인들이 넘쳐나고 정치적 대중문화인은 드문 편이다.

정치란 정치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일상을 좌우할 결정에 의연히 대응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대중문화인은 문화창작물로 삶을 표현해야 한다. 삶의 일상을 노래하는 가수가 더 많이 필요하다. 우린 별세계에서 사는 게 아니라 지구 속 한국 땅의 일상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문제가 망가지고 있을 때 거기에 관해서 표현하는 정치적 대중문화는 지극히 당연하다. 망가지고 있음을 알면서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병에 걸린 상태다.

스타는 팬의 사랑을 먹고 살지만 때로는 팬의 역할모델이 되기도 한다. 그런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스타를 공인이라고 부른다. 팬들의 삶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팬에 대한 도리다. 좋은 일을 실천하는 스타도 필요하지만, 나쁜 일을 비판하는 스타도 역시 필요하다.

대중문화와 정치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이다. 내 삶을 결정할 권리는 정치인에게 있지 않고 나에게 있다. 나의 삶을 결정할 정책들에 대한 비판글을 쓰며 나도 정치적 블로거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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