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힘들고 지칠 때마다 듣는 노래가 몇 곡이 있다. 사람마다 그런 노래가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들으며 그 감정에 푹 빠지는 걸 더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슬픈 노래를 들으면 더 헤어나오지 못해 질척거린다. 그래서 슬플 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노래로 이겨보려고 한다.
첫 번째 노래는 강산에가 1994년에 발표한 ‘넌 할 수 있어’다. 2008년 3월 28일 ‘윤도현의 러브 레터’에서 다시 불렀다.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강산에가 이번에는 힘을 빼고 편안하게 불렀다. 오히려 그 잔잔함 속에 삶의 여유와 응원이 귀에 꽂힌다.
이 노래는 강산에의 일본인 아내 다카하시 미사코가 일본어로 쓴 가사를 한국어로 옮겼다. 내게 마법 같은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힘이 빠질 때마다 듣게 된다.
넌 할 수 있어
작사 : 강산에, 다카하시 미사코, 작곡 : 홍성수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너를 둘러싼 그 모든 이유가
견딜 수 없이 너무 힘들다 해도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어려워마 두려워마 아무것도 아니야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보는 거야
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 하여도
당당히 니 꿈을 펼쳐 보여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
예전에 홍대 앞 커피빈에서 우연히 강산에를 본 적이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눌해 보였고 키가 작고 왜소했다. 공연장에서 노래할 때 터져 나오는 그의 카리스마가 실제보다 크게 생각하게 했나 보다. 역시 가수는 공연장에 있어야 진가를 발한다.
두 번째 노래는 김광석이 1994년에 발표한 ‘일어나’다. 두 곡다 1994년에 태어난 노래다. 그 시기에 힘든 일이 유난히 많았던가. ‘일어나’는 슬픈 상황과 희망적 상황이 교차하면서 극적 대조를 이룬다. 방향을 상실한 절망적 삶에서 힘껏 일어나라고 말한다. 무기력하게 있다가 불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하는 강한 노래다.
일어나
작사 : 김광석, 작곡 : 김광석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 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 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끝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끝이 없는 말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 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매일 흔들리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왔는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가고
햇살이 비추면 투명한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MBC 쇼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김국진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이 노래를 뽑았다. 아직도 ‘벅스’ 같은 사이트에서 잘 팔리는 노래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듣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다.
인생 뭐가 대단한 게 있겠나. 한번 해보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가볍게 털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이런 노래의 도움을 받는 거다.
‘넌 할 수 있어’, ‘일어나’ 두 노래 모두 내가 슬플 때 힘과 용기를 주는 마법 같은 노래다. 이 노래 말고도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도 좋긴 하지만 감정에 따라 구슬프게 들릴 때도 있으니 가려듣는 편이다. 요즘은 이한철의 ‘슈퍼스타’도 즐겨 듣는다. 힘들어도 노래 한 곡 듣고 힘을 낼 수 있는 건 또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