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후보를 결정한다는 ‘슈퍼 화요일’이 지나갔다. 공화당은 존 매케인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존 에드워드가 물러난 것이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슈퍼 화요일 방송을 CNN을 지켜봤다. CNN 스튜디오에 정치평론가들이 십여 명이 나와서 정신없이 자신의 해석을 분주하게 늘어놓았다. 특이한 것은 정치평론가들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입장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불리한 평을 들으면 거기에 방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때에 따라서 토론이 격렬해지기도 한다.
마이크 허커비를 지지한 어떤 정치평론가는 미트 롬니는 이미 끝났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미트 롬니의 미네소타주 승리를 알리는 방송이 뜨자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스튜디오 안에서도 지지 후보에 따라서 기뻐하고 실망하는 평론가들이 자주 보였다. 한국의 방송 같으면 정치색이 없는 평론가나 여론전문가나 교수를 초대해서 말씀을 듣는 분위기였겠지만, CNN은 스튜디오도 선거의 축소판이었다. 정치색이 분명한 전문가들이 설전을 펼치는 장이었다.
토론이 강하게 진행될 때는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사회를 맡은 앵커는 웬만하면 중간에 개입하지 않았다. 서로 말을 하지 못해 안달난 이들에게 돌아가며 발언권을 주는 최소한의 역할만 하려고 했다. 내가 느끼기에 처음에 산만했던 토론도 시간이 가면서 차츰 적응되었다. 그리고 명확히 지지 후보를 밝히고 토론하니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힐러리가 남부에서 이기자 사회자는 바로 힐러리를 지지하는 평론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CNN뿐이 아니라 신문들도 지지 후보를 밝히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힐러리와 매케인을 지지했고, 엘에이타임스는 오바마와 맥케인을 선택했다. 한국으로 치면 조선일보가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것과 비슷했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내 생각은 언론이 정치적으로 지지후보를 밝히는 일이 더욱 오히려 솔직해 보인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논평을 의도적으로 내보내면서 겉으로만 중립적인 언론인 척하는 일은 치사하다. 각 신문사가 노골적으로 밝히고 서로 토론하면 어떨까.
너무 싱겁게 끝나버린 한국의 대통령선거와 달리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아주 박빙이다. 조지 부시 정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민주당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대선후보를 뽑는 일이 아주 벅차다. 앞서 나가던 힐러리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오바마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여름에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가봐야 대선후보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