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여성잡지 신가정 12월호에 ‘연애십계’라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의 연애 풍토에 대한 훈계나 조언이다. 이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애에 대한 시대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중매가 지배적인 문화 속에 연애에 관심을 가진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연애를 소개하고 있다. 연애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경계한다. 십계라는 말이 주는 어감처럼 상당한 엄격하게 말하고 있다.
이런 잡지의 구독자들은 아마도 ‘신여성’이었을 것이다. 서울이나 일본으로 유학을 한 번씩 경험한 여성들이 부모의 통제를 벗어난 상황 속에 자유연애라는 것을 맛보았을 것이 분명하다.
‘연애’라는 말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1920년대 중반이다. 1926년 김기진은 ‘조선문사의 연애관’이라는 책에서 “연애라는 말은 근년에 비로소 쓰게 된 말”이라고 밝혔다. 1910년대의 신문에서도 간간이 연애라는 단어를 볼 수 있지만 20년대 중반에 되어서야 심각하게 다뤄진다.
연애라는 행위가 이 시기에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20년대 신여성을 중심으로 자유연애가 새로운 관념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사실이다. ‘신가정’ 같은 잡지의 우려처럼 빠르게 사회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했지만, 서서히 다른 계층들도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쓰다 보니 연애가 마치 계몽 운동처럼 보인다. 남녀 간의 사랑이 뭐 그렇게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사회적 관념, 계급, 종교 등의 차이가 이런 걸 막고 있었다. 연애라는 신조어가 쓰이기 시작한 지 백 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