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새로운 걸 배우는 게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비디오 작동법을 가르쳐 주는 장면이 있다. 주위에 부모님께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법을 알려드리려다 포기한 친구들을 여럿 목격했다. 젊은 사람들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 쉽지 않은데 나이가 드신 분들은 오죽하겠나. 보통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신기술을 배우기 시작하기조차 힘들다.
노년의 소설가들이 신기술에 잘 적응하는 걸 보면 무척 놀랍다. 60, 70이 넘은 노인이지만 배우고 활용하는 모습에서 소년, 소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박완서는 시조 시인 이영도가 선물로 준 파카 만년필로 글쓰기를 시작하여 워드프로세서를 거쳐서 이제는 컴퓨터로 소설을 쓰고 있다. 박완서는 소설의 소재도 영화라는 좀 더 새로운 매체에서 서슴없이 빌려온다. 그녀의 신작 ‘친절한 복희씨’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패러디다.
이외수는 홈페이지를 직접 관리하며 지금은 미니 블로그, 플레이톡까지 진출하였다. 많은 작가의 홈페이지는 책소 개하는 홍보 글만 올려놓고 독자들과 소통이 전혀 없는 죽은 사이트가 대다수다. 이외수는 인터넷상으로 상당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나 플레이톡은 사람들의 방문과 댓글로 북적대는 시장을 방불하게 한다. 이외수는 얼마 전에는 플레이톡 방문자들과 정모까지 가졌다고 한다.
그대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져 버릴 사람이 있고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이 있다. 혹시 그대는 지금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질 사람을 환대하고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을 천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하찮은 욕망이 그대를 눈멀게 하여 하찮은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제대로 구분치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나니, 훗날 깨달아 통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 이외수, 플레이톡, 2007년 10월 10일
신기술도 배우고 젊은 사람들과 만남을 주저하지 않는 노년의 작가들은 보면 자극이 된다. 이런 힘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아직도 왕성한 작품을 활동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위나 체면에 얽매이지 않은 이들의 자유로운 창작력에 자연히 고개 숙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