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이 외국인을 서술할 때 자주 등장하는 글은 외국인의 영어 실력이다. 새로 떠오르는 영화배우, 가수, 운동선수들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자주 묻는다. 영화배우는 대사전달이나 연기하는데 영어 실력이 많이 요구된다. 같은 영어권이라면 발음을 자주 문제 삼는다. 최근에 ‘하우스’라는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열연 중인 영국 배우 휴 로리가 하는 발음은 거의 미국식과 유사해서 여러 매체에서 격찬을 받았다. 외국 배우가 미국식 영어를 잘 구사하면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기회가 많아진다.
가수들도 비슷한 처지다. 라틴음악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라틴계 미국 인구가 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주류 백인들에게 영어를 못 하는 가수는 인정받기 힘들다. 노래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영어는 필수적인 요소다. 한국 가수 비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 신문기사를 유심히 살펴봤다. 기사의 상당 부분이 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을 높이라는 충고가 주류를 이루는 글이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연예인들에 관한 미국언론의 기사를 꾸준히 챙겨보면 영어는 인터뷰의 주요 화젯거리였다. 누구는 영어를 아주 완벽하게 잘하더라. 누구의 영어는 아주 형편이 없다는 식의 기사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영어라는 언어가 미국 사회에 진출하는데 중요한 도구라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배우나 가수의 개인적 성장환경이라든지 노래나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기사도 같이 공존해야 한다. 새로운 인물의 능력이 영어만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닌데도 그것만 문제 삼는 미국 언론의 태도도 문제다. 배우가 연기를 못해도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건가? 가수가 노래를 못해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능숙히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
테니스 선수 이형택이 2007년 유에스오픈 4회전에 진출해서 인터뷰 기사가 떴다. 그 기사를 읽어봤더니 마찬가지로 영어를 제일 먼저 문제 삼고 있었다. 이형택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영어는 거의 못 한다고 썼다. 테니스 라켓이 아닌 영어로 공을 쳐야 하나? 테니스 경기 이외에도 언론을 상대하려면 영어도 중요하겠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아무래도 배우나 가수보다는 영어가 덜 필요하다. 경기력과 영어가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 언론이 외국인을 다루는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인터뷰 기사라면 모름지기 인물에 대한 이해와 종합적인 면을 다루어야 한다. 특히 미국인에게 생소한 외국 연예인을 소개할 때는 충분한 배경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인터뷰 대부분을 거기에 할애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물의 성격이나 능력이 영어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어 이외의 부분을 취재할 수 있는 성실함이 미국 기자에게 요구된다. 외국 문화에 대한 몰이해를 벗어나 충분히 준비해서 인터뷰에 임하는 성실한 기자를 보고 싶다.